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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균 홍수피해 3천200억…"피해원인-대책 비슷,홍수정책 필요"

기후변화로 중소 하천 피해 집중…예산 문제로 근본 대책은 마련 못해
전문가 "지방하천 대책 소홀…구조적·비구조적인 측면 모두 준비해야"

 

우리나라는 전체 자연재해 피해 중 홍수를 야기하는 호우 및 태풍에 의한 피해가 가장 크다. 관련 피해액이 전체의 90% 가까이 차지할 정도다.

 

이 때문에 매년 홍수 예방 및 수해 복구에 수천억 원에서 1조원 이상, 평균적으로 연간 3천200억여원의 예산이 들지만, 근본적인 원인조사 및 분석 등의 노력이 부족해 홍수 피해가 재발하고 관련 예산은 계속 투입되는 실정이다.

 

◇ 홍수피해 원인과 대책, 장소·기간 불문 매년 비슷

 

10일 한국수자원조사기술원이 2017∼2019년 작성한 국내 '홍수피해상황조사 보고서'를 보면 매해 홍수가 난 기간과 장소가 달랐음에도 그 원인과 대책은 대체로 비슷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례로 홍수 중 피해 규모가 가장 큰 하천 범람의 경우 그 원인이 과도한 유속, 월류(물이 넘치는 현상), 토사 퇴적으로 인한 하도 폐색, 지반 누수 등이었으며 이에 대한 관련 대책은 엇비슷했다.

 

특히 보고서는 '대하천 중심의 국가치수정책' 혹은 '기후 변화로 인한 강우 패턴의 변화' 등의 이유로 중·소규모 하천에 피해가 집중돼있다는 점을 반복해서 지적하면서 최근 강우가 단기간에 몰리는 집중호우의 양상을 띠고 있어 중·소규모 하천이 상대적으로 취약함에도 그동안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행 시설만으로는 최근의 강우 패턴 변화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홍수피해 저감 대책을 수립할 때 최근 강우의 불확실성을 고려하고, 또 일률적인 대책보다는 지역 및 시설 특성에 맞는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강우 불확실성과 관련해선 이 보고서와 별개로 기상청 또한 최근 기후 변화가 이례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발생한 집중호우는 지구 온난화와 연결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결국 앞으로도 이런 이상 기후가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로, 적절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홍수 피해를 줄이고 항구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2017년부터 매년 홍수피해 상황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매년 그해 홍수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의 현황을 조사하면서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지난해는 장마 기간에 비가 많이 오지 않은 관계로 태풍 '미탁'에 조사가 집중됐고, 2018년은 8월 26일∼9월 1일 집중호우로 인한 홍수 피해를, 2017년은 7월 14∼16일 충청지역에 발생한 홍수 피해를 각각 분석했다.

 

◇ 예산 문제로 근본대책 미흡…"하천시설 보완하고 예·경보 시스템 강화해야"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발간한 '2018년 재해연보'를 보면 10년간 재해 피해 중 홍수와 관련된 호우·태풍에 의한 평균 피해액은 연간 3천203억6천200만원으로, 전체 재해 평균 피해액의 88.3%를 차지한다.

 

인명 피해 방지는 물론이고 경제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홍수피해 최소화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홍수피해상황조사 보고서도 말미에 "홍수피해의 저감을 위해서는 홍수방어에 대한 정책 수립이 매우 중요하다"며 "홍수피해에 대한 면밀한 원인 분석과 수계 전반의 상황을 고려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현재 정부 대책의 초점은 홍수의 근본적인 예방 대책보다는 발생이 예측될 시 신속 대응하는 데 맞춰져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도시 하나의 시설을 보강만 해도 천문학적인 액수가 드는데 태풍 혹은 집중호우가 어디를 덮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예산을 무한정 투입해가며 전체 시설을 보강할 수는 없다"며 "비구름이 온다고 할 때 그 지역에서 빠르게 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천 범람의 주요 원인은 인간이 땅 위에 시멘트 등을 발라 비가 흡수되지 않고 그 위로 빠르게 흐르기 때문"이라며 "지하에 큰 터널을 만들거나 도심 대단지 아파트에 저수시설을 설치하는 등 홍수를 방지할 여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 지자체,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예산상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마냥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문영일 서울시립대 도시홍수 연구소장은 "시설 개선 등 구조적인 부분과 예·경보 시스템 구축 등 비구조적인 부분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며 "이번에 둑이 넘치지 않았는데도 무너진 것은 관리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구조적인 부분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 단기간에 개선하기 힘든 만큼 사람들에게 대피할 시간을 주는 예·경보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며 "그럼에도 현재는 국가하천에 대해서만 예·경보를 해주고 지방 하천은 소홀히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강이 200년에 한 번 올 수 있을 정도의 강우에도 홍수가 나지 않도록 설계됐다고 하는데 이는 통계적으로 본 것이지 실제 주기는 50년도 채 되지 않는다"며 "언제든 그런 비가 올 수 있음에도 예산은 당장 눈에 보이는 도로 등에만 들어가고 하천 등 본질적인 부분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미리 하천 및 소방 시설을 보완하고 예·경보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