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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휘의 시시비비] ‘공공임대주택’과 님비(NIMBY) 산맥

  • 안휘
  • 등록 2020.08.12 06:09:58
  • 16면

 

중국 헌법 제9조와 10조는 토지의 국가 소유를 명시하고 있다. 9조는 “광산, 하천, 삼림, 야산, 초원, 황무지, 갯벌 등 자연자원은 모두 국가 소유다”라고 못 박고 있다. 이어지는 10조 역시 “도시의 토지는 국가 소유다”라고 적시하고, “어떤 조직이나 개인이 침범하거나 매매, 어떤 방식으로든 전매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그럼에도 중국에서는 ‘국가 소유’ 토지 위에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아파트와 초고층 빌딩, 특급호텔들이 우후죽순처럼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인 중 그 누구도 중국 헌법의 ‘토지공개념’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사람들은 사용기한이 만료되더라도 개인이 수십 년간 살던 아파트를 정부가 회수해가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편적으로 ‘토지공개념’이란 토지의 개인적 소유권은 인정하되 이용은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 개념을 무턱대고 적용하는 것은 국가가 지나치게 개인의 재산권이나 자유를 속박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토지공개념’이 지향하고 있는 ‘공공복리’의 이상은 차용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좀처럼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우리 부동산시장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정부가 고심 끝에 내놓은 수도권 대규모 공공임대주택 공급 대책이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수두룩 “우리 지역은 안 돼!”하고 반기를 들고 나섰다. 정부와 여당 지도부가 추진하는 일에 소속 정치인들이 무더기로 반발하는 희한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왜 이런 묘한 상황이 벌어졌을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여야를 불문하고 이 나라 정치인들에게는 유권자들의 님비(NIMBY) 산맥을 뚫어낼 힘도 의지도 없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주택(주로 아파트)을 ‘거주복지’의 대상이 아닌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여기는 국민이 대다수라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모든 불합리한 현상은 바로 거기에서 출발한다.

 

국민이 그런 가치관을 갖게 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존재한다. 부동산 투자로 손쉽게 거액의 돈을 벌어 갑부가 된 신화(神話)들이 숱하게 실재한다는 사실이다. ‘강남 신화’가 그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아파트를 사서 적당히 묵혀두었더니 집값이 몇 배로 뛰었다거나, 재개발로 큰 이익을 취했다는 소문은 귀하지 않다. 그러니 최고의 재테크 수단이 된 주택을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나.

 

왜곡된 주택시장 현상 중에서 가장 가슴이 아픈 것은 임대주택에 대한 부동산시장의 반응이다. 임대주택이 없는 아파트단지와 임대공간이 포함된 단지의 가격이 다르다니, 도대체 왜 그래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임대주택이 들어온다면 집값이 폭락한다며 머리띠를 맨다. 그러니, 유권자의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이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무슨 수로 받드나.

 

참으로 안타까운 대목은 바른 여론을 선도(先導)하는 기능이 거세돼버린 우리 정치의 비극이다. 정치인이 바른말을 하면 권력을 잃게 되는 구조가 과연 정상인가. 공공임대주택의 가치를 제대로 설명하는 정치인을 무차별 공격하는 국민이 제대로 된 국민인가. 비뚤어진 민주주의의 참상이 도처에 펼쳐지고 있음에 가슴이 무너진다.

 

공공임대주택의 대폭 확대와 주택에 대한 국민의식 변화만이 부동산시장의 왜곡을 막을 수 있는 온전한 방책이다.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해법으로 내놓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선제적 정책들은 백번 옳다. 이 지사의 과단성 있는 정책추진이 국민의식을 바꾸고, 유권자들의 비뚤어진 인식의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는 뭇 정치인들의 행태를 뒤집어냈으면 좋겠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마을공동체가 필요할 때 마당이든 텃밭이든 기꺼이 내주셨다. 집도 절도 없는 딱한 이웃들을 보면 망설임 없이 문간방 사랑방 문을 열었다. 몰인정한 민심을 돌릴 임피(IMFY, in my front yard), 핌비(PIMBY, play in my back yard)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치인들이 나서야 한다. 사회의 리더들이 앞장서야 한다. 위정자들은 민간 주택시장을 시비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공공임대주택을 늘려갈 것인가에 몰두해야 한다. 돌을 맞더라도, 바른말 하고 바른길 가는 지도자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