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하고 적절한 처치와 협업으로 사경을 헤매던 어린이를 기적적으로 소생시킨 가천대 길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의료진들. 오른쪽 두 번째가 류일 센터장. [ 사진 = 길병원 제공 ]](https://www.kgnews.co.kr/data/photos/20200937/art_15994534385241_78f3e4.jpg)
가천대 길병원 의료진이 신속한 처치와 협업을 통해 꺼져 가던 어린 생명을 기적적으로 소생시켜 화제다.
지난 3월8일, 구토증세로 수액치료를 받던 김모(8) 군은 위급한 상황에 직면했다. 처음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심장근육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심장성 쇼크로 기절하고, 급기야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질환, 급성 전격성 심근염이다.
그러나 김군은 가천대 길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센터장 류일)의 전문 진료를 받고 기적적으로 일어섰다. 이후 충분한 관찰과 치료가 이뤄졌고, 발병 후 5개월이 지난 현재 김군에게는 별다른 후유증이 발견되지 않았다.
사건이 있던 당일 오전부터 김군은 갑자기 기침이 심해지고, 구토까지 했다. 놀란 부모는 급히 동네의원으로 달려가 안정을 위한 수액 치료를 받았으나 호전되기는커녕 더욱 나빠졌다. 급기야 김군은 정신을 잃었고, 급히 길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로 옮겨졌다.
같은날 오후 6시쯤, 센터 도착 전부터 김군의 상태를 살펴본 의료진들은 즉각 응급치료에 나섰다. 의식은 돌아왔으나 혈압과 맥박이 매우 낮았다. 소아심장전문의인 안경진 교수가 긴급 호출됐다.
정밀 진단 결과 상태는 훨씬 심각했다. 급성 전격성 심근염으로 낮은 혈압과 맥박, 완전 방실차단의 부정맥과 함께 심장이 수축하지 못했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였다.
응급 치료가 이어졌다. 심장의 수축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강심제가 투여되고, 인공호흡기를 통해 심장의 부담을 줄였다. 하지만 김군의 상태는 계속 나빠져 심장이 제 기능을 상실해갔다.
심장성 쇼크로 다시 기절한 김군 앞에서 의료진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안 교수는 흉부외과팀과 협의해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 있던 ECMO(체외막 산소화 장치)를 활용하기로 했다. ECMO는 환자의 혈액을 빼 산소를 공급한 뒤 다시 체내로 주입하는 장치다.
ECMO로 심장이 쉴 수 있는 시간을 벌면서 여러 가지 추가 치료가 병행됐다. 심장이 서서히 제 기능을 찾기 시작했다. 급격한 심정지와 쇼크로 2번이나 기절한 김군은 3일만인 12일 ECMO를 뗐다. 특별한 신경학적 후유증이나 문제점도 없었다. 하루도 넘기기 어려웠던 환아가 12일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해 지금은 평소와 같은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류일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장은 “한시가 급한 위중한 상황에서 소아심장전문의와 흉부외과의 협진과 헌신적인 치료로 환아가 기적적으로 소생할 수 있었다”며 “덕분에 환아는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과정을 겪고도 심장마비로 인한 후유증 없이 건강한 삶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는 5명의 전담 전문의와 전담 간호사 13명에 소아응급 중환자실 2병상, 전용입원실 6병상, 음압격리실 등을 갖춘 인천 최초의 전문센터다. 전국에 5개가 있다.
[ 경기신문 / 인천 = 이재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