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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오늘 잘렸어요"…코로나 장기화로 늘어나는 '퇴사 브이로그'

"퇴사 브이로그, 직장인 대리만족 수단서 냉엄한 현실반영 콘텐츠로"

 

"저는 오늘부로 (다니던 회사에서) 영원한 퇴근을 했습니다."

 

미국 LA에서 플랫폼 디자이너로 8여년간 근무한 크리스(Kris·30대)씨는 지난 6월 회사로부터 정리 해고를 통보받자 퇴사 후기를 제작해 자신의 유튜브 채널 'LA직딩'에 올렸다.

 

최근 크리스씨처럼 회사로부터 해고된 후 자신의 퇴사 과정을 브이로그(VLOG·개인의 일상을 담은 동영상)로 만들어 유튜브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하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 "이제 뭐 해 먹고 살까"…퇴사 과정 기록하고 후기 공유

 

지난 17일 기준 유튜브에 게시된 '퇴사 브이로그', '(정리)해고 브이로그' 관련 동영상은 100건이 넘는다. 해당 영상들의 관련 해시태그는 '코로나 퇴사', '코로나 해고'가 주를 이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경기 둔화로 인력을 줄이는 기업들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7월 19∼20일 직장인 63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 22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회사를 떠난 경험이 있는 직장인 10명 중 3명은 해고·권고사직 시기가 코로나19 사태 이후였다.

 

퇴사 브이로그를 게시하는 이들은 자초지종을 설명하면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구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일부는 퇴직금이나 실업수당을 어떻게 하면 받을 수 있는지 등 정보를 소개하고, 재취업 도전기를 시리즈 형식으로 공유하기도 한다. 해고 전후 문제를 알리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크리스씨는 16일 연합뉴스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침체한 상황에서 나와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구독자가 있을 것 같아 (퇴사) 브이로그를 제작했다"며 "영상을 올리고 난 뒤 다들 걱정해주고 힘내라는 메시지를 보내줘 위로됐다"고 전했다.

 

크리스씨가 게재한 퇴사 브이로그에는 '저도 코로나로 인한 락다운(lockdown)이 시작하자마자 해고당했다', '나 역시 최근에 잘려서 우울하지만 극복 중이다. 같이 힘내서 재취업 성공해보자' 등 공감성 댓글이 190개가량 달렸다.

 

◇ "코로나19 장기화로 전업 유튜버 늘 수도"

 

전문가들은 퇴사 브이로그가 그동안 직장인들 사이에서 대리만족이나 선망의 콘텐츠로 소비됐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실업난과 경기 침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현실 반영 콘텐츠로 성격이 변했다고 분석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퇴사'라는 이벤트는 개인의 생계가 달려있고 간단한 결정으로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일부 직장인들은 (퇴사 브이로그를 보며) 대리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한 지금은 대부분 생계유지가 절박해졌기 때문에 모두 공감하는 현실적인 콘텐츠가 됐다"고 분석했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퇴사 브이로그 증가는 코로나19라는 극심한 재난 상황 속에서 퇴사나 폐업 공포에 시달리는 시민이 대다수라는 것을 대변하는 지표"라며 "직장과 유튜브를 병행하던 일부 겸업 유튜버들이 코로나19로 전업 유튜버로 전향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치밀한 준비 없이 전업 유튜브로 전환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대 초 직장인들 사이에서 '벤처 붐'이 유행했던 것처럼 (코로나 사태 이후) 접근성이 좋은 유튜브 시장에 도전하는 직장인이 급증할 수 있다"며 "유튜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만 가지고 뛰어들면 금전 손실 등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평론가도 "유튜브는 이미 '레드오션' 시장이 됐으며 성공할 수 있는 길 역시 좁아지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유튜브 내 '영세 자영업자'만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