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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위기 극복을 넘어... 미래를 준비하다

'수원연극축제'와 '거리로 나온 예술' 촬영 현장
수원문화재단 문화예술부 직원 총출동... 'ON AIR' 위해 구슬땀

과거 어느 날, 무슨 무슨 바이러스가 그랬던 것처럼 코로나19도 그렇게 잠잠해질 줄 알았더니… 팬데믹 사태까지 벌어지며 우리네 삶은 많은 부분 타격을 입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거의 멈춰버리다시피 한 공연예술계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라는 커다란 변화에 직면하며 도전을 요구받고 있는 지금, 기자가 다녀온 두 현장은 위기 극복 차원을 넘어 오늘이 아닌 내일을 준비하는 그 자체로 보였다. 힘겨운 상황 속 그림이지만 아름답기 그지없었던 그 곳으로 안내한다.

 

올해 26회째를 맞은 ‘수원연극축제’도 취소됐고, 공연가 공모를 통해 선정된 경기도 내 아마추어 공연예술인들의 길거리 공연, ‘거리로 나온 예술’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두 행사를 주관하는 (재)수원문화재단의 고민은 클 수밖에 없었다. 19일 푸른지대창작샘터와 실험목장 AGIT 'T' 등에서 하루 종일 분주한 움직임이 포착된 것은 그러한 고뇌의 결과물이었다.

 

이날 현장에 도착했을 때, 멀리서 딱 봐도 공연팀에 대한 촬영이 진행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곳으로 이끌리듯 발걸음을 옮겼다.

 

 

실험목장 AGIT 'T'에서 신나는 음악과 함께 비보이들의 멋진 춤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들의 이름은 ‘라스트릿’. 그리고 이를 집중해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 바로 재단 직원들이었다. 그 중에 문화예술부 윤봉기 부장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윤 부장은 “당초 4월부터 10월까지 수원 시내 곳곳의 거리, 광장, 역사 등에서 시민들과 만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공연 일정 전량이 잠정 취소됐다”며 “7월부터 선제적으로 사업 추진 방향을 ‘비대면 녹화를 통한 공연영상 콘텐츠화’로 전환하고, 공연 예술인들의 활동기회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새 우쿨렐레를 연주하며 귀엽게 노래를 부르는 팀이 촬영의 바통을 이어 받았다. 나중에 물어보니 ‘수피아앙상블’이란 팀이라고 했다.

 

 

오전 10시부터 음향 및 촬영 시스템 셋업을 시작, 오후 7시까지 진행된 이날 녹화에선 모두 10개 팀의 공연을 영상으로 담아냈다.

 

앞서 재단은 지난 4일과 7일, 13일 세 차례에 걸쳐 비대면 녹화공연을 위한 촬영을 마쳤으며 이날 모든 작업을 마무리했다.

 

공연 영상은 9월 말부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수원문화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같은 시각 푸른지대창작샘터에선 ‘수원연극축제’를 대신할 ‘숲속의 랜선 파티’ 촬영이 한창이었다. 감사하게도 일부러 짬을 내준 임수택 감독과 잠시 얘기를 나누었다. 

 

 

“지난 5월 취소됐던 행사 중에 특히 국내 공연 5작품을 영상으로 찍어 송출하기 위한 것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갖가지 공연과 행사가 취소돼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술가들을 돕기 위해 마련했다고 할 수 있죠. 수원연극축제에서 준비한 국내 공연은 이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임 감독은 이번에 선정된 작품에 대해 주제적 콘셉트보다는 공연장 여건이나 공연단 사정 등 현실적으로 공연이 가능한 작품들을 골랐다고도 설명했다. 특별히 두 작품에 대한 소개도 덧붙였다.
 
“두 작품은 신작이에요. 먼저 ‘여기 우리’라는 단체의 ‘홈(home)’이란 작품은 갓 태어난 작품입니다. 할머니 4분의 유쾌한 여행기를 라이브 연주와 함께 들려줍니다. ‘미래, 도시’(우주마인드프로젝트)라는 작품은 8월 말 초연했는데, 저도 보지 못한 신작입니다.(웃음) 그런 신작들을 시민 여러분들께서 다른 어디보다 먼저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마침 ‘시나브로 가슴에’라는 공연팀이 ‘미완성 인간’이란 현대무용을 연습하고 있는 게 보였다. 온라인으로 공개되면 꼭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뭔가 독특하고 오묘한 느낌을 받았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기자에게 함박 웃음을 보이며 던진 임 감독의 한 마디는 특히나 유쾌하게 다가왔다. “내년에 꼭 오세요. 안 오시면 손해입니다.” 그의 성격도 아마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사업이 진행되는 내내 이리뛰고 저리뛰는 또 한 사람, 바로 재단 문화예술부 이선옥 예술창작팀장이다.

 

 

“지난 2018·2019년처럼 숲속의 파티를 콘셉트로, 시민들이 울창한 숲에서 쉬면서 소풍 개념으로 좋은 공연들을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었어요. 그런데 팬데믹 사태까지 벌어졌으니 시민 안전을 우선으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숲속의 작은 파티’라도 개최하려 했지만 8월 중순께 코로나가 재확산되면서 최종적으로 ‘숲속의 랜선 파티’라는 이름의 무관중 온라인 공연을 추진하게 된 것입니다.”

 

이 팀장의 얼굴에는 아쉬움과 서운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현장성과 대면성을 가장 핵심으로 하는 장르가 공연예술 분야인데, 관객과 만날 수 있는 혹은 자기 작품을 표현할 수 있는 장 자체가 없어져 더욱 속상하다는 그녀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듯 이 팀장의 각오 또한 남다르다.    

 

“이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예술계에서도 뭔가 새로운 시도들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내년에 대한 준비들을 열심히 해나갈 계획입니다. 내년 5월도 금방 올 테니까요. 9월 촬영과 이어지는 영상 업로드를 통해서 시민분들이 올해 못 본 연극축제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시길 바랍니다. 내년에 대한 기대와 관심도 더해주시면 더욱 좋고요.”(웃음)  

 

이번에 촬영된 영상은 총 6편으로 제작, 오는 28일 전체 하이라이트 편을 시작으로 11월 2일까지 매주 1편씩 수원연극축제 SNS와 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그리고 이후 공연의 문은 활짝 열려 있을 것이다.   
 

[ 경기신문 = 강경묵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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