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아침보약] 한의사 한약 그리고 간

 

20여년 전부터 한방전문의 과정이 실시됐다. 나는 인턴 1년 레지던트 3년의 전문의 과정을 거쳐 한방내과전문의 자격을 취득했고, 그로부터 15년이 넘어가는 많은 기간을 한의사 역할로 진료실에서 채워갔다. 그 과정에서 치료를 하는 일은 오히려 쉽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현실에서 넘어야 될 벽들을 마주할 때였다. 한약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게끔 돕는 것도 그 중 하나였다.

 

전문의 교육병원이 그러하듯 그때의 한방병원은 양방병원과 협진형태의 시스템으로 임상병리실과 영상검사실을 두었고 여러 검사들에 제약이 없었다. 재직했던 한방내과는 특히 환자군도 다양하고 중한 환자의 입원이 많아 MRI, CT 뿐아니라 혈액검사와 소변검사, 심전도, x-ray, 초음파 등 검사가 다양하게 필요했다. 병동주치의로서 양방병원에 진료의뢰를 해서 입·퇴원시 뿐만 아니라 입원기간 중에도 검사의뢰를 했고 대부분 당일내로 결과를 확인했다. 수련기간 동안 혈압, 당뇨, 심장질환, 중풍, 간질환, 파킨슨, 치매 등을 비롯한 다양한 질환 환자의 증상에 따른 검사영상, 수치를 확인하고 변화 양상을 관찰했다.

 

대부분의 입원환자들은 양약을 복용중이었다. 간염, 간경화, 간암환자들이 입원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때 간에 무리가 되지 않게 간의 면역을 도울수 있는 한약을 적용하면서 검사를 병행해서 호전을 관찰하기도 하였다. 시간의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낸 수련기간은 검사수치와 결과들이 임상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몸의 상태에 따라 한약과 양약을 같이 복용하였을 때 또는 한약만 복용 하였을 때 어떤 치료효과를 내며, 어떻게 기능을 개선할 수 있는지를 체득할 정말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막상 로컬로 나오니 이 경험치를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중서의가 존재해서 한방, 양방 동시처방이 가능한 중국, 의사들이 한약을 처방하는 일본에서는 한약과 기존의 치료를 병행하여 삶의 질과 면역을 높이는 연구결과들이 쌓이고 있는데 한국의 의사들은 한약에 오해를 하고 있는 분들이 많다. 한의사는 대학과 수련과정에서 한방양방에 대한 통합적인 공부와 경험을 하지만 의사들은 의학만 익히기에 환자들에게도 모른다고 이야기하는게 당연할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한약이 간기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도 그러했다.

 

미국의 내과의사 딘오니시 박사는 자신의 저서에서 “과학자는 양적 측정만이 중요한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관찰되는 것만 믿으려고 경향이 있다”며 “어두운 골목길에서 지갑을 잃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가로등 밑이 더 밝기 때문에 가로등 밑에서만 지갑을 찾으려고 하는 것처럼, 측정할 수 있는 것만 연구하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곳에서 실마리를 찾으려고 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고 말한다.

 

가로등 밑에서만 보고 있는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서 애쓴 노력들이 하나둘 쌓이고 있다. 언젠가는 어두운 골목길에서 잃어버린 지갑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길 바래본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