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 혹은 현기증이라고 하는 단어는 아주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감각을 표현한다. 현기증 날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라고 말할 때나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를 통해서 말했던 이중의지에 의한 영혼의 현기증, 혹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충격에 어지러움을 느낄 때처럼 정신적으로 균형을 잃고 아찔한 상태를 표현한다. 그런가 하면 제자리에서 코끼리코 놀이처럼 코를 잡고 허리를 숙이고 제자리에서 여러번 돌 때나 초고층빌딩 옥상에서 아래를 바라볼 때도 순간 어지러움을 느낀다. 우리 마음과 몸이 급격한 외부의 변화상황에서 똑바로 서 있거나 자세를 유지하고 균형을 잡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생리적 어지러움이 발생할 수 있으나 반복되고 심하면 병리적 어지러움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인체는 시각, 귀의 전정기관. 뇌, 소뇌와 뇌간 그리고 신체감각과 자율신경계까지 서로 유기적으로 외부의 신호를 받아들이고 조율하여 균형을 유지한다. 그런데 이 각각의 기관에 하나 이상의 기능이 저하되거나 이상이 생기면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다. 한 예를 보면 50대의 A는 10년전부터 앞으로 쏠리며 넘어질 것 같은 느낌이 가끔 들기도 하고 발 밑 땅이 움직여서 훅:꺼지는 것 같기도 하고 핑도는 느낌이 들
청소년들을 상담하는 상담사분들을 통해서 청소년들의 자해와 자살이 늘고 있다는 말을 몇 년 전부터 들어왔다. OECD 자살률 1위라는 통계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10~19세의 자살률은 20년 전인 2003년의 4.5명에서 2023년의 7.9명으로, 20~29세도 2003년의 15.3에서 2023년에는 22.2명으로 증가했다. 10대에서 30대까지 사망원인 중 1위가 자살이다. 소리 없는 비명이 들리는 듯하다. 최근에 보도된 오요안나, 김새론의 비보에 더해서 이 글을 쓰는 도중에 무심코 연 인터넷 창에 자살로 추정되는 청년의 죽음에 관한 기사가 또 새로 게시되었다. 연이은 비보에 단련되어 무뎌졌다고 생각했던 가슴이 저릿해지고 몸이 쑤시는 것처럼 아프다. 그들의 고통을 짐작해볼 수 있는 기사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넘어선 위기감이 든다. 모두가 연결된 세상 가까운 누군가에게도 당장 내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인생의 회전목마에서는 그 누군가가 내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국제자살연구학회 회장을 지냈고 국제자살예방협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로리 오코너 교수는 자살을 생각한다는 신호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무언가에 갇힌 것만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처럼 우리의 감정, 생각과 의도를 가장 잘 드러내는 부분 중 하나이다. 눈물이 흐를 때 슬픔이나 감동을 나타내며 눈이 반짝이는 것은 기쁨이나 흥분을 나타낸다. 사랑하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순간, 우리는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느낄 수 있으며 누군가의 눈빛이 차갑고 무관심하다면 그 사람의 마음이 멀어졌음을 느낄 수 있다. 창이라는 은유는 분리된 두 공간을 전제하지만 그 두 공간은 창을 통해서 소통이 가능하다. 마음의 창인 눈은 우리의 내면에 있는 것이 밖으로 드러내기도 하지만 눈을 통해서 외부의 것을 경험한다. 어떤 사건은 고통스러운 상처로 변환되어 창이 변형되거나 일부 닫히기도 하지만 또 치료의 과정을 통해서 치유가 일어난다면 창이 재건되고 열리기도 한다. 눈은 뇌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발생학적으로 뇌와 같이 외배엽에서 분화되어 발생한다. 청각과 체감각이 관련되는 뇌피질이 전체 뇌피질의 3%와 11% 에 불과한데 비하여 시각정보처리에 관여하는 뇌피질은 전체의 55%를 차지한다, 12개의 뇌신경중 눈과 관련된 신경은 무려 4가지나 된다. 이쯤이면 눈은 뇌의 창이라고 불러도 될 법하다. 실제로 눈을 통해서 뇌에 저장된
누구나 한번, 이라고 말 할 수는 없지만 몹시 힘든 과정을 거친 후에 떠올릴 수 있는 ’죽고 싶었다’ 는 마음을 종종 만난다. 간단한 자가보고식 질문을 통해서 혹은 오래된 병을 앓게 된 과정을 토로하는 중에 불쑥 드러난다. 구토와 어지럼 등으로 잘 먹지 못하는 배우자를 간병하느라 응급실에 수차례 방문했다는 할아버지는 부인의 치료를 위해 여러 곳을 수소문하다가 내원했다. 진료의 끝에 다다를 즈음 “·많이 힘드시죠” 라고 말씀드리니 “매일 죽고 싶지만 차마 이 사람을 두고는 죽을 수 없어서 하루 하루 버티고 있는 거지요”라고 말한다. 오래도록 잘 낫지 않는 신체화 장애로 내원한 한 30대 청년은 치료를 해가던 어느날 기억을 꺼내보인다. 엄마에게 홀대했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기억. 열 살때 부모님이 이혼한 후 한번도 보지 못한 아버지에 대한 원망. 가난, 학창시절 왕따의 경험, 직장에서의 따돌림의 고백이 이어진다. 죽고 싶었다고 말하며 울먹인다. 한 중년의 환자는 무너져 있는 몸과 마음을 원인을 묻다가 보니 얼마 전에 딸이 자살했다 한다. 위태한 결혼생활을 견디며 열심히 하루 종일 돈을 벌기 위해 일했다. 매일이 과로였다. 딸이 죽기 전날 유독 일이 많았다. 그 고
소설 (빨간 머리앤)에서 앤은 마차를 타고 가면서 처음 본 아름다운 호수의 이름을 듣고 메슈에게 "어머나 그 이름도 어울리지 않아요. 나라면 뭐라 할까. 빛나는 호수라고 부르겠어요. 네, 참 잘 어울려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보면 알수 있어요. 나는 잘 어울리는 이름을 찾아내면 가슴이 두근거리거든요. 아저씨도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메슈는 "글쎄다. 아 오이묘판을 뒤집을 때 나오는 징그러운 하얀 구더기를 보면 언제나 그런 기분이 들더구나. 그 모양이 아주 싫거든..“하고 대답한다. 앤과 매슈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는 여러 감정들, 사랑에 빠지는 설레임, 환희, 혹은 막연한 불안감, 두려움으로 두근거릴 때가 있다. 그런데 이 두근거림은 일상의 감정의 표현을 넘어, 우리 몸이 보내는 중요한 신호일 수도 있다. 두근거림은 심장의 박동이 빨라지거나 불규칙해서 발생하는데 신체적 원인과 심리적 원인 모두에서 발생할 수 있다. 심근경색이나 부정맥 같은 질환은 두근거림을 동반 할 수 있다. 카페인 과다 섭취, 약물 부작용, 갑상선 기능 이상, 자율신경실조증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극심한 스트레스, 불안장애, 공황 발작 등은 모두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을 유발
자궁근종이 있으며 월경통이 심해서 한약을 먹고 조금이라도 덜했으면 해서 내원한 한 50대 환자는 한약을 한 달 정도 복용할 즈음해서 카카오톡으로 이렇게 시작되는 치료 후기를 보내어 왔다. “처음 생리 시작했을 때 이후로 처음으로 통증이 없는 경험을 했어요. 정말 너무 고통스러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의원을 방문한 거였는데 이렇게 씻은 듯이 통증이 없어서 정말 놀랍고 감사드립니다.” 초경 때부터의 통증이었기에 대개는 치료 기간이 더 걸린다. 치료 속도는 환자의 상황에 따라 정말 많이 다르지만, 생각보다 빠르긴 하다. 일상이 너무 바빠서 두 달 후 한의원에서 만난 환자분이 말한다, “몇 년 전 자궁근종을 진단받아서 그것 때문에 아프다고 생각했지만, 진통제를 계속 먹는 것도 답이 아닌 것 같아서 한약을 복용했는데 이렇게 안 아파서 정말 놀랐어요. 자궁근종 때문에 아픈 게 아니었구나. 잠도 좋아졌어요. 새벽 1~2시에 잠들었는데 요즘은 11시경에는 잠이 들어요. 생리 중에 평소에 많던 덩어리는 전혀 나오지 않았고 양은 조금 많아졌어요. 두 번째 달에는 조금 아파서 진통제 1알 먹으니 곧 괜찮아졌어요.” “그렇죠. 진통제는 통증을 일시적으로 누그러뜨리긴 하지만
살면서 우리는 종종 장애물들을 맞닥뜨린다. 배움과 성장의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잘 해결되지 않고 쌓일 때 과도한 스트레스로 작용해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하며 소화 불량, 불면증, 두통 등 증상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런 증상이 반복되면 불안과 우울이 더 커진다. 지난 20여 년간 화병 등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병이 된 환자들을 진료해 오면서 일시적으로 증상만 누그러뜨리는 약과 치료로 병을 키우시는 분들을 보면서 많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원인과 몸과 마음을 돌보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어떤 충격적인 사건, 가족이나 지인 등 가까운 관계에서의 상처, 큰 경제적 손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으로 인한 해소되지 않은 분노 등의 감정해결 되지 않고 쌓이는 정신적 스트레스, 그리고 육체적 과로. 환경오염. 영양부족, 인스턴트 음식 등의 육체적 화학적 스트레스 등이 해결되지 않고 쌓여서 병이 된다. 단지 하나의 요소가 아닌 살아온 과정 속에서 다양한 차원의 복합적 원인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가정, 사회적 관계에서의 질.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 먹고. 자고 움직이고 접하는 환경에서의 모든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살면서 스트레스를 피할 수는 없다. 병이
불안에 대해서 말을 꺼내려고 하니 영화 ‘인사이드 아웃 2’가 떠오른다. 아들과 함께 재미있게 보았는데 많은 이들이 공감을 했던지 흥행에도 성공한 이야기의 중심에는 불안이 있다. 라일리는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다. 아이스하키 캠프를 가는길에 그동안 단짝으로 지냈던 두 친구가 자신과 다른 고등학교를 진학하기로 했다는 고백을 듣는다. 라일리는 고등학교에 자신이 외톨이가 될까봐 두렵다. 원하는 하키팀에 합류하지 못할까도 걱정을 한다. 이 즈음 라일리의 감정 컨트롤 본부는 불안이 장악을 한다. 원래의 기쁨, 슬픔, 버럭, 소심, 까칠의 다섯감정에 더해서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의 감정이 새로 등장했는데 불안이 다른 감정들과 충돌하다가 기존의 감정들을 추방해버린 것이다. 불안에 압도된다. 코치에게 실력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불안은 밤새 전략을 새운다. 불안이 저장한 기억에서 탄생한 “나는 왜 이모양일까” “나는 부족해” 라는 신념과 함께 시작한 시합은 중압감으로 원활하지 못하고 반칙으로 퇴장당한다. 다행히 이때 기쁨과 슬픔 등의 기존의 감정들이 다시 감정조절센터로 복귀한다. 숨가쁜 공황상태였던 라일리도 자신의 마음을 회복하며 모든 감정들과 인생의 사건속에 형성된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분이라면 이런 의문을 가졌을 수 있다. 왜 발목이 아픈데 발목이 아닌 곳에도 침을 놓을까 혹은 두통이 있는데 손에도 침을 놓을까. 한약도 그렇다, 물론 아픈부위를 치료할 때도 있지만 관련되어있는 다른 부분을 치료할 때도 있다. 인체 각 부분의 연결성을 중요시하는 한의학의 특징이다. 인체는 12경락과 오장육부가 유기적으로 여러 관점의 패턴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인체의 연결성에 대한 연구가 한의학 외에도 최근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장-뇌축(gut-brain axis) 이론이다. 장-뇌축 이론은 장과 뇌 연결과 상호작용을 설명한다. 장내미생물이 뇌와 장을 연결하는 신호 전달 역할을 한다. 미생물 불균형은 염증과 스트레스를 증가시킨다. 신경전달물질 생성과 조절에도 영향을 준다. 그러면 우울, 불안, 인지 기능저하 등이 발생된다,뇌신경 전달 물질 중 세로토닌 및 여러 가지가 장내 미생물에 의해 만들어진다. 세로토닌은 편안함, 안정감 관련 신경 전달 물질인데 90%가 장에서 만들어진다. 장내 미생물이 중추신경계와 뇌 인지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생물 균형이 깨지거나 장 건강이 나빠지면 뇌 기능과 감정에 영향을
누구나 잊을 수 없는 첫경험의 순간들이 있다. 한의사를 업으로 택한 숙명인지 나는 어려워보이는 병들이 좋아지는걸 목격할 때 온몸의 전율이 흐른다. 특히 꼬꼬마한의사시절에 잘 안낫는 질환의 환자들이 놀라웁게 호전되는 광경을 목격한 순간들의 경이감들은 그 이후의 수많은 치료경험이 쌓여도 퇴색되지 않고 생생하다. 한 파킨슨 병 환자의 경우도 그렇다. 한방병원의 내과전문의과정 2년차 레지턴트였던 때 입원병동에 파킨슨 병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는 한 환자분이 중풍으로 입원하였다. 70대중반의 뇌경색환자였다. 침대에서 절대안정을 취해야 하는 급성기가 지나가고 회복과 재활훈련이 시작되자 종종걸음, 느린동작, 지팡이를 잡는 손의 떨림 뻣뻣한 일상동작까지 파킨슨 병의 증상이 또렷이 보였다. 그녀는 변비가 심했다. 중풍자체로도 오는 증상이지만 발병전에도 무척 배변이 힘들어서 다양한 변비약을 처방받아서 복용했다고 하였다. 그녀는 일제강점기와 6. 25 한국사회의 고도성장기에 여성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억눌러온 삶의 궤적 속에서 화병도 같이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게 낯선, 그저 참고 인내한 세월이었다. 변비와 우울, REM수면행동장애, 후각소실 기립성 저혈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