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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보약] 감정의 인과, 이유 없는 감정이 있을까요.

 

그는 여름이 시작될 무렵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기운 없어 온몸이 무거운 증상에 도움을 받고자 내원했다. 흙빛의 안색으로 아버지의 폭력과 부모의 이혼, 관계와 일에서 거듭 좌절로 이어지는 고통의 이야기와 함께 15년의 우울증과 불안장애 5년 전에 진단 받은 양극성 장애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었던 그는 항우울제와 벤조디아제핀계열의 항불안제와 기분 조절제를 복용 중이었다.

 

올해 새로운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체력적으로 힘에 부쳤고 코로나19로 진단된 몸살감기와 고열, 중이염이 동반되어 크게 앓았다. 나는 “정신적 육체적 과부하로 면역이 저하되었고 코로나19에 걸린 거지요. 증상은 지나갔지만, 중이염도 남아있고 회복이 잘 안되었어요. 몸의 기능이 저하되면 감정도 조절이 더 어려워지죠. 몸의 에너지, 면역이 좋아져야 회복됩니다. 한약등의 한의원에서의 치료와 함께 식이, 운동, 마음챙김 등 다각도의 치료가 필요합니다”라고 설명하고 한약을 처방하였다. 한의학에는 복잡계인 인체의 여러 징후를 체크하고 에너지 불균형의 패턴을 진단하고 치료한다.

 

2주쯤 지나니 “기운이 겨우 올라오니 무엇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하나 걱정되어 다시 우울해져요” 한다. 몸의 에너지 소통을 돕는 한약, 약침 치료와 함께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는 힘을 키워주기 위해 감정자유기법(EFT)과 다이얼렉티컬 행동치료(DBT)를 시작했다.

 

과거의 충격적인 사건과 같은 고통스러운 경험이 해소되지 않으면 기(氣), 에너지가 소통되지 않고 불편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EFT는 경락학과 심리학의 수용과 노출개념이 결합된 치료법으로 이를 해소한다. 그는 EFT를 매일 하면서 수용하고 기를 소통시키는 과정을 통해서 증상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을 경험하였다. 연인과 함께 양극성장애에 관한 시중의 모든 책을 사서 읽고 함께 해보는 열정이 있어서였을까 이해와 회복이 빨랐다.

 

두달 남짓 지나자 그는 일상의 불편이 없다고 하며 “사실 저 기분조절제를 지난주부터 끊었어요. 말씀을 못드렸어요. 작년에 바뀐 약이라 혹시나 해서 끊어봤는데 컨디션이 더 좋아지니 신기하네요”하고 고백하였다. 나는 일단 조금 더 지켜보자고 말하며 치료를 지속하였다.

 

활기가 생기고 밝아지고 있었던 어느날 DBT 기술 훈련 중 감정에 관한 믿음을 점검하는 시간이 었다. “전 감정은 아무런 이유 없이 생겨날 때가 있다고 생각해요 .좋아지기 전 최근까지도 트라우마나 상처 받은 일이 떠올라서 힘든 것도 아닌데 기운이 없고 가라앉아서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 누워있을 때가 많이 있었거든요. 이제는 팔자려니 해요” 한다.

 

어떻게 하면 이해를 도울 수 있을까 “제가 안내한 모든 치료들이 면역을 좋게 하고 기운을 소통시키고 회복시키는 과정이었어요. 호전을 경험했지요. 그러니 반대로 면역, 에너지를 저해하고 소통을 막는 모든 것이 기운없고 우울한 이유가 되겠지요. 한의학적인 관점의 치료지만 최근의 연구, 하버드 대학교 정신과교수인 크리스 팔머가 책 (브레인 에너지)에서 말하듯이 뇌 에너지 대사이상을 정신질환의 근본 원인으로 제시하는 것도 흥미롭지요. 식단, 운동, 잠, 스트레스, 삶의 목적 등 분명히 이유가 있어요. 몸과 마음을 잘 관찰하고 치료해가다 보면 알아차리고 변화시킬 수 있을 거예요”하고 설명했다. 그의 표정이 조금 더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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