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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수의 월드뮤직기행] ‘심장에 남는 사람’

 

한 남자의 눈물을 두고 난리다.

 

지난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연설 도중 눈물을 보인 김정은 국무위원장 얘기다. 언론에서는 눈물쇼, 악어의 눈물 등 의심과 비난 표현이 홍수를 이뤘다.

 

눈물과 그의 손목명품시계를 엮고, 눈물과 전략무기 앞에서 지었던 웃음을 엮어 가짜눈물로 몰았다.

그러나 내게는 눈물 때문에 벗은 그의 안경이, 연설문 옆의 하얀 손수건이, 스무 차례 가까이 나온 인민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 우리를 향한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이라는 표현이 더 크게 보이고 들린다.

 

김 위원장의 눈물에 북녘 한 남자의 수줍은 웃음이 겹쳐 보인 까닭이다.

평생 못 잊을 노래를 알게 하고 들려준 사나이.

 

북한을 두 번 다녀왔다.

 

두 번 다 방송 취재 때문이었는데 그를 만난 것은 첫 방문이었던 2007년이었다. 여러 방송사의 취재진 열 몇 사람이 한 팀으로 묶여 평양과 평안남도 농촌을 3박4일 취재하는 일정이었는데 갈색제복의 참사 두 사람이 우리를 안내했다. 참사 직책은 우리로 치면 차관급인 고위직이며 둘 다 김일성 대학 출신 엘리트라고 북한을 여러 번 드나든 동행 기자가 일러주었다. 그런데 내 눈에는 안내자라기보다 감시자로 보였다. 일행 앞뒤로 자리해 끊임없이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거지를 ‘스캔’했다. 이동 중의 허락 없는 인터뷰, 허락 없는 촬영, 허락 없는 개인 행동은 모두 엄금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이동 중 버스 옆자리에 참사와 나란히 앉게 되었다. 화난 이처럼 앞만 보고 있는 그에게 어색함을 덜기 위해, 또 눌러둔 호기심도 발동돼 이것저것 물어댔다. 대부분 답변이 네, 아니오다. 그런데 ‘북한에도 노래방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갑자기 발끈한다. 남한에 있는 거라면 북한에도 다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내친 김에 ‘ 노래방 가면 뭘 주로 부르시는가?’를 물었다.

 

참사는 잠시 생각하더니 ‘심장에 남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들어본 적 없는 제목이 심장을 툭 건드린다. 감정을 내비치지 않던 그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리는 것에 한 번 더 심장이 툭.

 

‘그 노래를 듣고 싶다’ 는 나의 청에 참사는 그날 저녁 일정에 ‘노래방 체험’을 넣어주었고

심지어 첫 마이크를 잡고 그 노래를 들려주었다.

 

노랫말이 너무 좋아 아이돌 보는 듯한 내 시선을 의식해 소년처럼 수줍게 웃기까지 했다.

 

인생의 길에/ 상봉과 리별/ 그 얼마나 많으랴/ 헤어진대도/ 심장 속에 남는 이 있네/ 아 그런 사람 나는 못 잊어/ 오랜 세월을 같이 있어도 기억 속에 없는 이 있고/ 잠깐만 봐도/ 심장 속에 남는 이 있네/

아 그런 사람 나는 귀중해

 

노래는 심장에 화인처럼 박혔다.

 

다녀온 여행지는 여러 모습으로 기억된다. 못 잊을 풍경, 사람, 혹은 사건.....

북한은 내게 ‘ 24시간 공무집행 중 사담 금지’라는 간판을 얼굴에 달고 다니던 한 사내의

입에서 사랑노래제목이 나온 순간으로 기억된다.

 

김정은 위원장의 눈물을 맑게 보고 싶었던 것은 눈물 너머 ‘심장에 남은 그 사람’이 겹쳐 보인 때문이다.

 

※인터넷창에서 www.월드뮤직.com을 치면 소개된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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