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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동칼럼] 국격과 비례하는 정치

 

코로나19로 오랜만에 조찬모임이다. ‘기본에 충실한 나라, 독일에서 배운다’는 주제다. 독일만큼 역사적 부침을 겪은 나라도 드물지 않은가. 재상 비스마르크가 독일을 통일해 유럽을 호령했다. 두 차례 세계대전을 일으켜 전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 책임으로 동서로 두 동강이 나는 비극도 겪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다시 불사조처럼 살아나 경제부흥을 일으키며 ‘라인 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분단된 지 45년만에 동·서독은 재통일됐다. 세계 패권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경제도 세계 최고 수준의 반열에 올랐다.

 

도대체 “이런 국력은 어디에서 왔을까?” 벤츠·BMW 자동차나 기계제품을 잘 만드는 하드 파워에서가 아니라 무형의 사회자본, 즉 소프트 파워에서 왔다. 법규준수하고, 청렴, 정직, 배려, 근검절약, 소통과 상생 등이 국력과 국격(國格)의 원천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정부를 믿는다. 정치인들은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명예로운 직업이다. 우리나라처럼 ‘너도 나도’ 다 정치인이 되려고 덤벼들지 않는다. 우리처럼 변호사나 교수하다가 정치인이 되는 경우는 없다. 독일은 전문가 사회다. 기업인이나 다른 직업출신은 단 한 명도 없다. 대부분 처음 택한 직업에서 정년까지 일한다. 국민들이 중간에 직업이나 진로를 바꾸어 정계로 진출하는 일이 없다. 이른 나이에 정당에 가입해 정치적 리더십을 쌓는다. 정당은 인재를 키워 의회를 진출시켜 정권을 잡는다. 인재들이 당의 경쟁력이다. 최일선 지방조직에서부터 능력을 쌓는다. 중앙당 방침보다 현장이 중심이다. 실제 독일역대총리들은 정치에 17세~28세 때 입문하여 단계적으로 총리가 됐다.

 

우리나라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너무 크다. 검증받지 않은 인물이 어느 날 튀어 오르기 때문이다. 정치인으로서의 자질과 도덕성이 검증되지 않아 무능력자가 걸러지지 않기에 그렇다. 상대방에 대한 어설픈 공격이나 포퓰리즘,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국감에서 막말이나 고함 등의 꼴 볼견은 21대 국회도 예외가 아니다. 독일은 공천권이 중앙당이나 당 대표가 아닌 당원과 유권자에게 있다. 이것이 깨끗한 정치의 출발점이다.

 

독일의 정치는 연정이다. 제1당이라고 해서 무조건 승자독식이 아니다. 협치 예술이다. 그래서 정부정책이 집권당에게만 유리하게 돌아가는 폐단을 차단한다. 설익은 부동산 같은 정책의 양산도 막음으로써 정치안정을 꾀한다. 우리 정치권에 주는 교훈이 크다. 리더십과 수준의 차이일까. 우리처럼 특권이 있는 것도 아니다. 독일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철학자, 종교인, 문인, 교수들보다 정치인들이 더 존경을 받는다. 대중적 인기도 연예인들보다 높다. 왜 그럴까. 독일에서는 정치인은 혐오의 대상이 아니다. 신뢰와 존경의 대상이다. 작가는 종이위에서 문제를 자기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

 

정치인은 그걸 감당해야 한다. 상대당의 잘못을 비판하는데 그치지 않고 합당한 대안을 제시하며 실천력과 행동력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위기와 함께 등장한 인물이다.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기보다는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대화와 논리로 설득한다. 경청과 설득의 리더십을 가졌다. 우린 요즘 국민의 잠재력이 국격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듯해 안타깝다. ‘아직도 정치가 저급한 수준에 머물러 있어서일까’를 생각게 하는 값진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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