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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뮤지컬 '그날들'의 수지... 배우 이자영

2018년, 뮤지컬 '보물섬' 여주인공 '루비' 정식 데뷔
예쁜 음색, 안정감 있는 노래 실력 돋보여
"내가 하기에 무리가 아닐까 하는 역할 해내는 것이 목표"

 

 

'김광석의 주옥같은 노래', '역대 최고의 캐스팅' 그리고 '한국형 주크박스 창작 뮤지컬 중 최고의 완성도'라는 찬사를 받으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뮤지컬 '그날들'.

 

지난 22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공연 역시 더이상의 설명이 필요없을 만큼 완벽한 무대를 선보이며 그 이름값을 충분히 해냈다.

 

특히 쟁쟁한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뛰어난 가창력으로 매력을 발산한 배우가 눈길을 끌었으니, 바로 차세대 뮤지컬 스타로 주목받고 있는 이자영이다.

 

작품에서 '수지' 역을 열연하며 유감없이 존재감을 과시한 그녀를 공연이 끝난 후 무대 뒤에서 만났다.

 

 

"이번 역할이 저에겐 도전이었어요. 지금까지 맡았던 역할 중에 가장 나이가 많거든요.(웃음) 그래서 주변에서도 '니가 수지를 한다고?'라는 반응을 보였었고요."

 

그랬다.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 2018년, 송승환의 명작 동화 뮤지컬 '보물섬'의 오디션을 통해 여주인공 '루비'로 당당히 합격하며 정식 데뷔한 이자영은 지금까지 주로 어린 배역을 소화했다. '공룡 타루', '어린왕자', '산타와 빈양말' 등등.

 

그러니 발성도 거기에 맞춰져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수지'는 차분하고 성숙한 역할이니 고민도 좀 있지 않았을까? 

 

 

"세상에는 정말 많은 작품과 다양한 캐릭터가 있잖아요. 어떤 작품, 또는 어떤 역할을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보단, 이건 내가 하기에 무리가 아닐까 하는 역할들을 해내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이번 작품에 도전장을 낸 건 어쩌면 당연히 일로 보였다. 그리고 그녀의 이러한 자신감은 오직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피나는 노력에서 비롯됐음을 금세 알 수 있었다.

 

"제가 목소리가 예쁜 배우라는 소리는 잘 못들어봤어요.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듯한 소리를 가진 선배들이 많잖아요.(웃음) 그래서 더 연습하고 연습하자 했던 거죠."

 

 

사실 공연에서 이자영의 무대는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녀의 말과 달리 음색이 매우 예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안정감 있는 노래 실력이 기대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연기를 하면서도 흔들림없는 음정은 정말 최고였다. 그녀의 목소리로 더 많은 곡을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말이다. 이자영이 '공룡 타루' 오디션을 볼 때 현장에 있던 음악감독이 지정곡 외에 다른 OST를 추가로 요청해 불렀다는 일화가 더 이해가 됐다.

 

천생 뮤지컬 배우인 듯한 그녀이지만 처음부터 이 길을 걷고자 했던 건 아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영화나 드라마 배우를 하고 싶었어요. 연기 학원을 다니면서 연극영화과 준비를 했었는데, 우연히 한 뮤지컬의 리허설을 보고 제 인생이 바뀐 거예요."

 

 

운명처럼 그녀의 심장에 불을 붙인 공연은 '맨오브라만차'였다. 그것도 이자영이 현재 서고 있는 충무아트센터에서 말이다. 그녀는 당시 세상이 달라보였다고 기억했다.

 

무대 위가 아닌, 무대 뒤에서 느낀 벅찬 감동과 희열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라고. 그렇게 단국대에 들어가 뮤지컬을 전공하고 지금에 이른 그녀다. 결국 그 찰나의 순간이 이자영이라는 사랑스런 뮤지컬 배우를 우리에게 선물해 준 셈이다.

 

이자영의 폭발적인 에너지와 당찬 연기가 돋보이기 시작한 작품을 꼽으라면 아마도 '공룡 타루'가 아닐까 싶다.

 

 

"원시 부족 족장의 딸 '레나' 역이었는데, 주인공이라는 중책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독불장군같은 성격을 표현해내는 게 어려웠어요. 독단적인 모습을 더 드러내야 하는데. 선배들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진짜 감사하죠."

 

그녀의 무대를 보기전이었다면 모를까, 이런 얘기들이 그저 엄살로만 들렸다. 오히려 다음엔 어떤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으로 무대를 선보일지 기대됐다고 하는 게 맞겠다. 

 

요즘은 공연 중에 김광석 노래를 듣고 부를 수 있는 게 또 다른 행복이라 말하는 이자영이다.

 

"음악이 좋은 작품을 하면 배우들도 행복한데, 김광석 선생님 노래를 매일매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잖아요. 제 목소리로 들려드릴 수 있다는 것도 영광이에요"라며 어린애처럼 순수하게 웃는 그녀다.  

 

 

그러면서도 코로나19 때문에 배우들과 스텝들이 하루하루 맘 조리는 모습이 안타깝다는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단다.

 

"뮤지컬을 접해보지 않은 분들께 딱 한 번만 시작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매력에 빠지실 거라고요. 그리고 언제나 저를 믿어주고 지원해주신 부모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늘 무뚝뚝한 딸이어서 죄송하고요."(웃음)  

 

한편, 지난 13일 막이 오른 뮤지컬 '그날들'은 오는 2월 7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계속된다. 

 

[ 경기신문 = 강경묵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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