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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재동 만평 공격, ‘표현·언론 자유’ 침해 여지

‘견해’ 아닌 인신공격성 ‘비난’은 본질 벗어난 구태

  • 등록 2020.12.01 06:00:00
  • 13면

본보에 게재된 박재동 화백의 만평에 대한 일부 언론들의 무차별 비난이 도를 넘고 있다. 특히 만평에 대한 객관적인 견해를 훨씬 넘어서는 작가에 대한 인신공격성 언급들은 언론이 범해서는 안 될 고약한 일탈이다. 이런 행태들은 ‘표현의 자유’는 물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통제하려는 비민주적인 인식의 잔재를 엿보게 해 씁쓸하다. 누구보다도 기본권적 자유를 존중해야 할 언론들의 이런 보도 태도는 반드시 개선돼야 할 구태다.

 

중앙일간지를 포함한 다수의 언론이 지난 23일부터 본보에 연재되고 있는 박재동 화백의 만평 ‘박재동의 손바닥 아트’의 일부 내용을 걸고넘어지고 있다. 시비가 걸린 만평은 지난 26일자 본보 1면에 게재된, 최근 대립하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모습을 풍자한 그림이다. 만평은 지난 국감에서 윤 총장이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한 발언을 인용하고 있다.

 

만평 속에서 윤 총장이 “난 당신 부하가 아니야”라고 말하자, 팔짱을 끼고 있는 추 장관이 그 앞에서 “소원대로”라고 말하는 모습을 담았다. 윤 총장의 모습은 목이 잘려있는 상태로 그려졌다. 만평에는 “윤석열 총장과 추미애 장관의 대립이 한고비를 넘었다. 자…”라고 쓰여있다.

 

이 만평을 비판하는 언론들은 일제히 ‘지나치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아무리 만평이지만 산 사람 목을 잘라놓으면 어떡하나, 섬뜩하다”, “목 자르는 걸 여과 없이 그림으로 표현하는 게 예술이고 해학인가”라는 네티즌들의 반응도 소개하고 있다.

 

미디어에 나온 보도물에 대한 평가와 감상평은 자유다. 박 화백의 만평을 놓고 박수를 치는 독자도 있을 것이고, 공감하지 않는 시민도 있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만평에 대한 감상평은 각자 다를 수 있고, 그 표시행위 또한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박 화백의 만평에 대한 언론들의 보도에서 하나 같이 견해의 영역을 벗어나 작가에 대해 인신공격성 사족을 달려 있다는 사실은 작은 문제가 아니다.

 

도대체 이 만평과 무슨 관련이 있다고 박 화백 개인의 재판 이력을 시시콜콜 들먹이며 망신을 주기 위해 애를 쓰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보도 태도는 저널리즘의 금도를 벗어나는 못된 관성의 산물이 분명하다. 한쪽 편에 서서 뭐든 목표를 정하면 온갖 티 뜯기를 다 동원해 뼈도 안 남기고 물어뜯는 낡은 습성은 반드시 청산돼야 할 구태다.

 

‘목이 잘린다’는 표현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듣는 ‘직책에서 쫓겨난다’는 말의 풍자적 표현이다. 박 화백의 만평은 그런 흐드러진 표현을 형상화한 것에 불과하다. 단지 논란이 많은 뉴스메이커의 한 일방이라는 점에서 불쾌하고 기분이 나쁠 수는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언론들까지 나서서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를 무차별적으로 인신공격하는 것은 결코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 풍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문화 국민이다.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철저히 지키는 국민이 돼야 한다. 프랑스의 대표적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Charlie Hebdo)는 극우파, 사이비 종교, 가톨릭, 이슬람, 유대교, 정치, 문화 등에 이르기까지 성역을 두지 않고 가차 없는 풍자를 펼쳐 찬사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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