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명의 사상자를 낸 군포시 산본동 백두한양9단지 아파트 화재 현장에 대해 2일 현장감식을 진행한 경찰은 “최초 발화지점이 전기난로에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경기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4개 기관과 4시간 넘게 진행한 합동감식에서 불이 난 12층 베란다와 거실 부근을 집중 조사했다.
감식에서 전기난로와 우레탄폼을 담은 캔 15개, 우레탄폼을 쏘는 스프레이건 등 공사 자재를 확보했다.
화재 당시 한국인 A(32)씨와 태국인 B(38)씨를 비롯한 외국인 근로자 4명 등 모두 5명이 베란다에서 낡은 새시를 교체하는 공사를 진행했고 거실에 전기난로가 놓여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대피한 외국인 근로자들로부터 “폭발 소리가 나서 보니 전기난로에서 불이 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합동감식을 지휘한 정요섭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은 “전기난로는 거실 한 가운데에 놓여있어 베란다와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다”며 “전기난로에서 불이 처음 시작됐는지, 다른 요인에 의해 전기난로로 불이 옮겨 붙은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더 분석을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감식에서 확인된 연소 패턴과 불이 거실에 집중된 점 등으로 미뤄 불이 거실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날 감식은 집 안팎에 이어 옥상 부근에서도 이뤄졌다. 전날 화재 당시 옥상 부근에서는 2명의 사망자가 발견됐다.
경찰은 옥상 비상구가 화재 당시 실제 작동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도 확인할 계획이다. 앞서 경찰은 “옥상 비상구는 열려 있었다”는 진술을 최초 출동한 소방관으로부터 확보했다.
또 화재 경위에 대한 조사와 함께 과실 여부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장재덕 군포서 형사과장은 “외국인 근로자는 불법체류자로 출입국관리소에 인계한 상태이며, 인테리어 업체 대표 등에 대해서는 추가로 수사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불은 지난 1일 오후 4시 37분쯤 이 아파트 12층에서 시작됐다. 불이 나자 베란다에서 작업 중이던 A씨와 B씨가 지상으로 추락해 숨졌고, C(35·여)씨와 D(51·여)씨 등 주민 2명은 불길을 피해 상층부로 이동하던 중 연기에 질식해 옥상 계단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또 1명은 크게 다쳐 중태에 빠졌고 6명이 다쳐 안양샘병원, 안양 한림대병원, 지샘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 경기신문 / 군포 = 장순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