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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동 화백, "만평은 시대의 어떤 상황 담아내는 유용한 도구"

"사실 무근 내용으로 상처 주거나 인권 침해 하는 일은 없어야"
"시사만화 피하려 했는데... 시시한 건 재미없어 못 그리겠더라"
"경기신문,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경기신문 시사만화가 박재동 화백은 만평에 대한 표현의 자유와 관련, 무한정일 수는 없겠지만 사실을 근거로 해 권력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풍자 기능이 제한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다만, 그것이 시대의 어떤 상황을 담아내는데 유용해야지, 아주 악날하거나 인격 모독적인 방법으로 또는 사실 무근의 내용으로 상처를 주거나 인권 침해를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잘못한 일이 있을 때는 사과를 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는 박 화백이다.

 

"예전에 이것은 정말 사과드립니다 한 게 있어요. 뭐냐면 '삼천포로 빠졌네'란 말을 인용해서 뭔가 잘못 꼬여가는 상황을 두고 여기가 삼천포네 그랬는데, 지역 주민들이 항의를 한겁니다. 물론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건 아니었지만, 시민들은 상처받을 수 있겠다 싶어서 사과한 거죠. 윤석열 총장 잘리고 이런 문제와는 다른 차원인 것이죠."

 

경기신문에서 처음 '박재동의 손바닥 아트' 제의를 받았을 땐 무척이나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연재라는 게 엄청난 책임감이 따르기도 하지만 시사만화에서 손을 뗀지도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까닭이다.

 

 

박 화백은 "무조건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가볍게 생활 카툰 비슷하게 하려고 시작했다"면서 "그렇게 시사만화는 피하려고 했는데, 시시한 건 재미없어서 못 그리겠더라"고 털어놨다.

 

이 과정에서 문제의 '목 잘린 윤석열' 만평을 슬쩍 신문사 편집국에 내보였다는 것이다.

 

"두말 없이 좋다는 거예요. 게다가 1면에 떡하니 자리를 줬잖아요. 이제는 어떤 주제를 선택할지, 배경은 어떻게 그릴지 등등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또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재미있으면서도 정곡을 찔러야 되니까요."

 

 

하지만 나중에 시사가 좀 지겨워지면 다른 것도 한 번씩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내비치기도 한 그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한겨례 그림판'을 할 당시, 정월 초하루에 북한산에 갔는데 소복히 쌓인 눈을 보니 독자들 생각이 나더란다. 그래서 그림으로 옮기고 그 눈을 선물하고 싶다고 썼다.

 

또 날씨가 무척이나 좋은 어느 가을날엔 하늘을 보면서 신문을 던지는 그림을 그렸다. 오늘은 신문을 보지 말자면서 말이다. 그렇게 보통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도 하고 싶다는 게 그의 작은 계획이다.

 

요즘은 예전에 없던 공휴일이 생긴 느낌이라 더없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박 화백이다.

 

"옛날엔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죠.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상복을 입고도 그렸으니까요. 근데 요즘은 주 5일 근무잖아요. 일주일에 다섯 장만 그리면 되고, 토요일, 일요일이 얼마나 즐거운지 몰라요."

 

 

박 화백은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 세대에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 중에서도 어린이를 꿈나무라 부르며 미래를 준비하게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오히려 현재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고정관념을 깨야 합니다. 예컨대 미래의 만화가가 되기 위해선 데생을 해야 하네 책을 읽어야 하네 하는데, 물론 그것도 좋지만 당장 그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스로를 만화가라고 생각하고 해봐야 알게 되는게 있거든요. 어린이든, 할머니든 나름대로 의식을 가지고 자기의 작품세계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면 모두 작가로 존중받아야죠. 프로냐 아마추어냐는 돈 벌이의 차이 아니겠어요?"(웃음)

 

박 화백의 스튜디오는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 1층에 오픈된 형태로 위치해 있다. 그러다보니 오고 가는 사람들이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는데, 매번 싫은 내색 없이 반갑게 응대해주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시사 만화계의 대부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 하는 생각도 잠시 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얼굴 그림'이라는 제목 아래 붙어 있는 가격표와 거기에 적힌 '반드시 자기 용돈으로!'라는 문구였다. 자세히 보니 같은 그림을 그려주는 것이지만 나이에 따라 지불해야 하는 값이 천차만별이다.

 

"한 번은 7살 짜리가 왔는데, 2천 원이니까 나중에 엄마한테 갚아라 했더니 애가 얼굴이 사색이 되는 거예요. 일주일 용돈이 5천 원인데 엄청나게 큰 돈이었던 거죠. 아, 그래서 10살 이하는 500원을 받아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사소한 것 같지만 여기에도 박 화백의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어릴 때부터 예술을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하되, 예술가가 작품을 선물할 때가 아닌 이상 값을 치러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나라 문화예술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말이다.

 

[ 경기신문 = 강경묵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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