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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시 창작을 향한 어르신들의 열정, 그리고 삶의 여정이 담긴 진솔한 시

SK청솔노인복지관, 문예창작반 문집 '늘 푸른 소나무' 첫 발간
강사 김석일 시인, 박지혜 팀장과 정종학 주임이 주인공
미사여구 없는 시 한 편 한 편... 가슴 찡한 감동 선사

나의 인생

          - 장선복 詩 -

 

인생1막

학창 시절 책가방만 들고 왔다 갔다 했다.

나의 꿈은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돈만 생각하면서 살았다.          

 

인생 2막
결혼해서 남편을 만나
부자가 되어보겠다고
그때도 부자가 꿈이었다.
그러나 개꿈이었다.
부자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었다.
그래도 병든 아내 밥 차려주는 남편이 고마웠다.

 

인생 3막
환갑 진갑 되고보니
건강하게 살고 싶다.
그러나 병마가 그냥 두지 않았다.
모든 병의 백화점이 되어 내팽겨쳐지기가 일쑤였다.
마지막 남은 한 가닥 희망은
열심히 공부하며 살아가자.

 

 

최근 수원 SK청솔노인복지관에서 발간한 문예창작반 문집, '늘 푸른 소나무'의 끝자락에 실려 있는 시다. 대단한 미사여구 없는 이 한 편의 시가 읽어 내려가는 동안 가슴을 찡하게 울리며 눈물샘을 자극했다.

 

문집에 실려 있는 대부분의 시들은 이렇듯 지나온 삶의 여정을 솔직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70~80대 어르신들이 어린시절 먹었던 감자, 배고픈 시절 먹거리 등등 그 옛날 자신들의 경험과 추억을 진솔한 시로 표현한 것들이다.

 

여러모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어르신들의 소중한 마음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 주인공들을 만나봤다.

 


강사를 맡은 김석일 시인은 "수강생들의 열의가 대단했다. 주변에 보여주니까 나한테 배울 게 없는 분들 아니냐는 얘기까지 들었을 정도"라며, "무척이나 마음에 와닿는 시들이다. 수준도 상당히 높아 조금만 집중적으로 지도하면 좀더 세련된 작품을 만들 수도 있고, 문예지 등단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문예창작 참여자들 가운데는 외부 공모전에 응모해 상을 탄 사람도 있다고 했다. 'ㄱ'부터 배우는 기초 과정은 물론 영어나 컴퓨터 등 수많은 교육문화 프로그램 중 어르신들의 요구로 시작된 반이 '문예창작'이라는 담당 팀장의 말에서 더욱 공감이 갔다.

 

정종학 주임은 "문집을 보시고 너무들 좋아하셨다. 특히 옛날 시간들을 글로 정리하는 느낌이라는 말씀을 해주실 때 담당자로서 가슴 뭉클하고 뜻깊었다"면서 "여러가지 힘든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어르신들의 열정이 워낙 높으시니 끝까지 잘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청솔복지관도 코로나 상황 때문에 지난 8월 3일부터 11월 30일까지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씩 진행한 이번 수업을 주로 비대면으로 운영했다.

 

수업은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시 창작 관련 교육부터 어르신들이 알아두면 좋을 만한 시인들의 시 세계를 보여주는 강의, 수강생 15명이 창작해온 작품들에 대한 토론 등으로 이뤄졌다.

 

사실 복지관에는 어르신들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이 있다. 하지만 '문예창작반'의 열기는 어느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고 주인공들은 입을 모았다. 특히 검증된 강사를 모시게 된 이번 기회에 처음으로 문집을 낼 수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는 게 박지혜 팀장의 설명이다.  

 

 

"보통은 액자나 A3로 만들어 전시하는 정도였는데, 저희가 이번에 결과물을 눈으로 보여드리고 공유하기 위해 무리해서 책자까지 내긴 했어요.(웃음) 문예창작 이름으로 문집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죠. 강사님을 워낙 검증된 분으로 초빙했기 때문에 자신 있게 만들었습니다. 모쪼록 어르신들의 창작욕구를 해소해 드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대학원에서 '시의 순기능'에 대한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김석일 시인은 "시로 통하는 세상이 오면 상당히 밝은 세상, 갈등이 없는 세상이라는 논조의 논문"이라고 소개하며, "글을 쓴다는 게 자기 치유의 방법 아니겠느냐. 수강생들의 시에 대한 열정이 높은 만큼 앞으로도 이 분들과 같이 아름다운 시를 노래하고 싶다"고 전했다.

 

현재 (사)경기도생활문화예술총연합회 이사장으로도 활동 중인 김 시인은 그래서 다가오는 겨울, 수업이 없는 기간에 가르침을 요청한 어르신들과도 함께할 예정이란다.

 

[ 경기신문 = 강경묵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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