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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 을(乙)과 을(乙)의 싸움

 

지난 15일, 경기 김포소재 어린이집에서 원아 9명을 학대한 혐의로 어린이집 교사 2명이 경찰에 입건되는 가슴 아픈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이들은 지난 3∼7월 경기도 김포시 한 어린이집에서 원아 9명을 여러 차례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들의 이 같은 행각은 피해원생 아버지가 지난 6월 아이의 목 부위에 멍 자국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어린이집 CCTV를 확인하며 드러났다. 조사 결과 이들은 원아를 강하게 밀치거나 때린 것으로 파악됐는데, 피해자 중에는 생후 20개월 된 원생도 있었다고 한다.

 

분명히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좀 더 편리한, 좀 더 나은 삶의 질을 얻기 위한 경쟁은 필수적이다. 그렇기에 이젠 전통적 사회질서와 다른 맞벌이가 일반적인 상황이 되었고, 이에 따른 육아는 가정의 몫이 아닌 사회의 몫이 되었다. 따라서 가정에서의 육아는 이제 거의 사라지고 이를 대신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맞벌이 시대에 필수적 기관이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들의 자본주의 경제생활에 꼭 필요한 이 기관을 그만큼의 가치를 가지고 바라보고 있는가? 맞벌이 가정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호받아야 하는 취약한 위치인 을(乙)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호하는 시스템은 전적으로 교사인 사람에게만 의지하기에 미약하기 그지없다.

 

어린이집 학대사건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온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사건임에도 왜 이러한 문제들이 되풀이 될까? 물론 교사 개인 문제도 있겠지만 되풀이 되는 아동학대 사건의 가장 큰 문제는 시스템이다. 특히, 민간 어린이집의 경우 효율성(이익)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보니 처우가 공적 어린이집에 비해 열악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열악한 처우는 교사들로 하여금 낮은 직업윤리와 도덕심을 가져 올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아동학대 사건도 노동경제학의 ‘효율성 임금이론(efficiency wage)’으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서울대학교 이준구 교수는 ‘효율 임금이론의 관점에서 본 어린이집 사건’이라는 그의 논문에서 박한대우를 해주면서 어린이들에게 한없이 다정하게 굴기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며, 보육교사도 평범한 인간일 뿐 페스탈로치가 아니라고 말한다. 또한, 박한대우는 좋은 자질을 가진 사람의 보육교사 지망을 막는 장애물이기에, 어린이에 대한 사랑하나 때문에 박한 대우를 무릎 쓰고 보육교사를 희망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를 반문한다. 그런 일은 기대할 수도 없고 기대해서도 안된다는 말이다. 만약 보육이 정말 중요한 일이라면 그 중요성에 걸 맞는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열정페이’와 같은 ‘사명감페이’처럼, 공연히 보육교사의 봉사정신이나 강조하고 한번이라도 걸리면 죽는다는 식의 위협을 가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일반적인 직업윤리보다 더 높은 직업윤리를 요구하는 직업은 존재한다. 특히,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인간의 성장과 인격형성을 담당하는 직업은 더 높은 직업윤리가 요구 될 수밖에 없다. 아동학대를 자행하는 교사를 두둔하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지만, 그들도 어찌 보면 가장 취약하고 열악한 노동의 그늘에서 을(乙)로써 살아가는 힘없는 노동자일 뿐이다. 그들이 처한 현실도 맞벌이 가정처럼 취약하기 그지없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귀중한 자녀들이다. 자식을 아끼는 맘에 있어 어찌 경중과 이유가 있으랴? 자식들을 아끼는 마음을 서로가 이해한다면 그들도 역시 누군가의 자녀임을 잊지 말아야한다. 우리의 자녀들이 어린이집에서 학대받고 있는 마음 아픈 현실도 잊어서는 안 되는 사실이지만, 어린이집 교사도 사회의 열악한 시스템으로부터 학대받고 있는 누군가의 자녀임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기에 하루빨리 보육교사들의 실질적인 처우개선과 시스템 정비를 통해 사회적 약자인 을(乙)끼리의 혈투라는 비극적인 사태가 점점 확산되는 현실에 개선이 있길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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