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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하늘의 창(窓)] 사라진 남북관계, 어디서 찾나?

 

 

어쩌다 이리 되었을까. 남과 북의 흥겨웠던 시간은 어느새 백년은 지났나 싶게 아득하다. 실제 백년 전쯤으로 한번 돌아가볼까.

 

1898년은 “제국 아메리카의 시발점”이다. 미국은 당시 스페인의 식민지 쿠바와 필리핀을 독립시키겠다며 노쇠한 스페인 제국과 전쟁을 벌였다. 하지만 사실은 아시아와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 교두보를 확보하는 전략이었다.

 

쿠바와 필리핀은 독립은커녕 졸지에 주인만 바뀐 식민지로 다시 전락했다. 1895년 청일전쟁으로 조선반도에서 중국을 몰아내고 “조선은 독립국”이라고 선언했으나 조선을 식민지 비슷하게 거머쥔 일본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1905년 러일전쟁이 일본의 승리로 귀결되자 조선의 식민지화는 기정사실이 되었다. 그러나 어디 그게 일본 혼자의 힘이었던가. 러일전쟁 자체가 영국과 미국의 지원으로 치러진 전쟁인데다가 태프트-카츠라 조약에 따른 거래가 깔려있지 않았는가?

 

그 거래라는 게 뭔지 이제는 다 안다. 필리핀의 주인은 미국이고 조선의 주인은 일본으로 하자는 거 아니던가. 미국의 이른바 아시아 태평양 체제는 이렇게 우리에게 역사적 고통을 강요한 결과물이기도 했다.

 

그러니 미일전쟁(美日戰爭)이기도 한 아시아 태평양 전쟁 마무리를 한 1953년 샌프란시스코 조약에서 미국의 냉전체제가 식민지청산 논의를 묵살시켰다. 이런 국제사적 관계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과 북은 분단되어 있다. 우리의 온몸을 꼼짝없이 묶고 있는 쇠스랑 멍에다. 뭐하나 우리끼리 못한다. 억울하지 않은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은 역사의 신명나는 출구(出口)가 되는 줄로 알았다. 남북 양정상이 우선적으로 밝힌 바는 다음과 같다.

 

“남과 북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하였으며...”

 

민족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자주의 원칙은 우리의 존엄성을 지키는 기본이다. 자기 일에 대한 결정권을 제3자에게 넘기는 것은 노예다. 그래서 남북 양정상은 “전환적 국면을 열겠다”고 약속했다. 가슴 뜨거웠다.

 

분단과 적대는 막 내릴 과거가 되는 줄로 알았다. 착각이었나?

 

결국 “당사자의 절박함”으로 푸는 길 밖에 없다. 목마른 이가 우물 판다. 남들은 그 사정을 눈꼽만치도 헤아리지 않는다. 모두 저들 계산으로 바쁘다. 그런 판에 중재자의 자리는 우리에게 없다. 도대체 누구 사이에서 그럴 건가?

 

더는 우리도 미처 모르는 국제거래의 희생물이 될 수 없다. 동맹이라는 이름의 내정간섭도 거부해야 한다. 동맹은 어디까지나 우리의 주권수호를 위한 방편일 뿐이다. 주권을 침해하는 동맹은 이미 동맹이 아니다.

 

본래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자. “당.사.자.”

 

남들이 낄 자리가 못 된다고 말하면서 시작해야 한다. 그 당당함이 우리를 기어코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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