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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 소수서원 5

 


 

 

경렴정 편액 정(亭)자의 꼬리의 상처는 일제강점기에 꼬리를 잘라내면서 난 상처이다. 일제강점기 소수서원에 흐르는 민족의 정기를 끊어놓기 위해 일본인들은 청룡의 꼬리를 잘라냈고, 해방 후에 잘려나간 용의 꼬리를 다시 이어놓았다. 꼬리를 다시 이어놓기는 했지만 잘려나갔던 흔적이 지금의 상처로 남아 있는 것이다. 경렴정에 앉아 그 상처를 눈으로 쓰다듬어 마음으로 메워본다.

 

경렴정 바로 앞에는 생단이 자리해 있다. ‘성생단’이라고도 한다. 작은 흙더미의 모습인데 사방에 철제 울타리를 둘렀다. 생단은 제향에 올릴 고기를 검사하고 잡던 곳이다. 그래서 보통은 사당 근처에 자리하는데 소수서원은 정문 바로 앞 서원 입구에 자리해 있다.

 

생단과 경렴정 사이의 진입로를 통해 정문인 지도문으로 오른다. 서원의 정문은 보통 3칸 정문인데 소수서원은 맞배지붕에 한 칸짜리 정문이다. 판문에는 태극문양이 그려져 있다. 지도문을 들어서면 강학공간에 해당하는 명륜당이 자리해 있다. 지도문과 명륜당 사이에는 작은 마당이 자리하고 있고, 마당을 가로질러 지도문과 명륜당을 진입로가 이어주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지도문에서 출발한 진입로는 명륜당의 중앙이 아닌 오른쪽 칸과 이어진다는 점이다. 대체적으로 건물의 중앙으로 진입로가 이어지는데 반해 독특한 모습이다. 진입로는 명륜당으로 오르는 계단까지 이어져 있다. 특이한 점은 명륜당으로 오르는 계단이 오른쪽 측면에 자리해 있는 것이다.

 

명륜당의 독특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남북으로 길게 늘어선 명륜당의 정면은 어디일까?

지도문에서 들어서면 명륜당 팔작지붕의 합각부분을 마주하게 된다. 한옥건물에서 합각부분은 보통 건물의 측면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측면에 ‘白雲洞(백운동)’이라는 편액이 달려있다. 보통 건물의 정면을 편액이 있는 면으로 보는데, 강학당도 편액의 위치로 봤을 때는 남쪽이 정면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붕의 형태로 봤을 때는 남쪽이 측면에 해당한다.

 

마당에서 건물로 오르는 계단도 남쪽과 동쪽, 그리고 북쪽은 설치되어 있으나 서쪽은 생략되어 있다. 계단의 위치도 동쪽과 북쪽은 건물의 중앙에 설치되어 있으나 남쪽은 오른쪽으로 설치되어 있다. 참으로 묘한 건물이다.

 

남쪽에서 바라볼 때 가로3칸, 세로 4칸의 모습인 명륜당은 북쪽 한 칸은 온돌방으로, 나머지 3칸은 대청마루로 만들었다. 그래서 대청마루가 9칸이나 되는 건물이다. 남쪽 중앙에 ‘白雲洞(백운동)’이라는 편액을 달고 있고, 강당 내부 북쪽에 ‘紹修書院(소수서원)’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이 편액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소수서원의 역사가 주세붕이 세운 백운동 서원에서부터 비롯되었음을 되새기게 된다.

 

명륜당은 건물 네 귀퉁이 추녀 아래로는 활주를 세웠다. 그리고 활주 안쪽은 사방으로 쪽마루를 연결해 공간의 확장과 사용의 편리성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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