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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으로 기사들 업무 압박…쿠팡의 민낯

‘시간당 업무량’ 측정으로 초밀착 근무관리
물류센터 야간직 숨져...쿠팡맨도 ‘실적압박’
“경쟁심리 부추기기, 무리하게 뛰도록 만들어”
쿠팡 “살인적 노동 강도? 악의적 주장” 반박
‘월담 쿠팡맨’ 등 논란 연속...나스닥 악재되나

 

쿠팡이 물류센터 노동자와 배송 기사에게 UPH(Unit Per Hour, 시간당 생산량)·APH(시간당 배송 가구 수) 관리시스템으로 노동 압박을 가한다고 비판을 받고 있다.

 

20일 본지 취재결과 쿠팡은 물류센터 직원과 배송기사들에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UPH·APH 관리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시스템은 해당 노동자가 시간당 업무처리량을 계산하고, 이에 맞게 업무를 배당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하지만 해당 시스템은 노동자를 최악의 노동환경에 이르도록 만들고 있다. 지난 11일 새벽 5시에는 쿠팡 동탄물류센터에서 야간작업을 하던 50대 노동자 A씨(여)가 근무를 마치고 집에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워진 A씨는 야간 단기일용직으로 영하 11도의 환경에서 근무하다 사고를 당했다.

 

이에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는 지난 19일 오전 11시 30분 경기 화성시 쿠팡동탄물류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며 “쿠팡 물류센터는 개인의 업무량을 일일이 감시하고 체크한다”면서 “인천·칠곡·목천·마장 물류센터까지 쿠팡 물류센터에서만 벌써 5번째 죽음이다.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추는 일을 중단하라”고 규탄했다.

 

 

운수노조는 쿠팡물류센터 노동자가 UPH 관리시스템으로 노동 압박을 받는다고 지적한다. 적정 노동강도 유지 목적과 달리, 현장에서는 노동자 통제 및 경쟁을 부추기고자 개별 PDA로 작업지시를 하고 개별 UPH를 통제해 노동자를 압박한다는 이유다. 심지어 UPH가 낮은 단기노동자(아르바이트)는 다시 고용시키지 않는다는 관행도 암암리에 존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밀착관리 문제는 쿠팡 배송기사에게도 그대로 적용된 모습이다. 쿠팡 배송기사 A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쿠팡 배송기사 관련 앱에 각 배송 팀별 평균 속도를 보여주는 기능이 있다”며 “배차관리를 해주는 CL(Camp Leader, 쿠팡맨 인력관리자)이 특정 시간이 되면 실시간으로 누가 물량이 적고, 쉐어(Share, 대리배송)가 필요한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해당 기능은 배송이 상대적으로 느린 배송기사가 있을 시, 그의 물량을 다른 배송기사들이 해당 기능을 통해 물량을 확인하고 배달을 보조할 수 있게 해준다. 실시간으로 배송속도, 배송물량 정보를 볼 수 있단 점에서 효율성이란 이점을 가진다고 변론할 수 있겠다.

 

하지만 배송기사별로 누가 가장 많은 배송을 해 더 많은 수당을 얻었는지 기록하는 ‘랭킹(Ranking, 순위)’ 제도도 있다고 A씨는 덧붙였다. A씨는 “각 조의 배달 속도부터 수당 등 누가 더 많이 받았는지 등을 보여준다. 발이 느린 배송기사의 업무를 도와주는 효율도 있다고 하지만, 사실상 무언으로 경쟁심리나 배송실적 압박을 받는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실태는 실제 체감하는 압박감에서 드러났다. A씨는 “배송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라이트(Light)급은 그나마 낫지만, 노멀(Normal)급부터는 일일 물량이 많아져 승급되는 것이 꺼려진다”며 “쿠팡에는 2년 정직원 심사 전에 그만두는 직원이 흔함에도, 지난번 서울·경기 폭설처럼 악천후 속에서 배송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와 관련해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지난 1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배송-업무속도를 실시간 현황으로 구성원에게 공지하는 것은 서로 경쟁을 부추기는 효과를 주고 동시에 경쟁심리와 실적 압박을 준다”며 “특히 비정규직은 정규직 전환 압박이 있기에 억지로 업무를 뛰는 무리한 상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쿠팡 측은 당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고인의 근무일은 총 6일, 주당 근무시간은 29일이다. 냉난방 설비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물류센터 특성”이라며 “핫팩, 난방 시설 등 방한 조치를 마련했다. 일부 단체 주장은 사실과 다른 악의적 주장”이라 반박했다.

 

반면 쿠팡 측은 본지가 지난 19일 배송기사 APH 관리시스템 및 해당 시스템의 운용 목적 등을 묻는 관련 질의를 남겼음에도 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 본지는 20일 쿠팡 관계자에 다시금 수차례 통화 연결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한편 쿠팡은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를 통해 나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쿠팡이 이르면 오는 3월 즈음 나스닥 상장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쿠팡은 최근 불거진 각종 논란으로 언론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6일 광주 남구에서는 쿠팡 유니폼을 착용한 남성이 여성 고객의 집 담을 넘다가 현장에서 적발되는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쿠팡 측은 로켓배송 담당 직원들에 메시지로 ‘월담금지’ 공지사항을 배포하기도 했다.

 

[ 경기신문 = 현지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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