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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도예문화원/목동초 화악분교

경기도 가평에 자리잡은 화악산은 ‘악’(岳) 자를 끼고 있는 산들이 그러하듯 산새가 험하면서도 중후한 맛을 낸다. 높이 1천468m인 산 아래로는 북한강으로 이어지는 화악천이 흐른다. 강(江)으로 오르는 것은 천(川)의 업보인지, 1년 내내 북한강으로 순항하는 화악천은 물안개를 피어내며 신비감을 더한다. 7월 한여름의 아침, 물안개 뒤덮힌 화악천 옆으로‘현대도예문화원’이라 쓰인 팻말이 살포시 제 모습을 드러낸다.

현대도예문화원은 화악산의 정기를 들이마쉰 뒤 이를 다시 화악천 물안개로 뿜어내는 땅‘가평군 북면 화악1리’옛 '화악분교' 터에 자리하고 있다.
1994년 폐교가 된 화악분교는 1935년 화악간이학교로 개교한 뒤 47년 국민학교로 승격되었다가 문을 닫기 2년전 다시 목동초 화악분교로 축소, 결국 폐교라는 운명을 맞았다. 마을 주민은 대부분 화전민으로 숫을 굽고 산나물을 캐며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화전이 금지된 이후 사람들이 하나 둘 도시로 떠나가고 학생수도 급격히 감소하면서 현재는 약 20여호의 주민들이 밭을 일구고 살거나 가축을 키우고 있다. 화악천 계곡 주위로 늘어서 있는 민박집, 팬션, 음식점들은 외지인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마을 학생들은 이곳을 오가는 시내버스나 목동초에서 운영하는 통학버스를 이용해 등·하교 하고 있다.
화악분교는 60여년의 세월을 화악리 사람들과 함께 했다. 주민 대부분이 이 학교를 나왔을 정도여서 이곳 사람들이 갖는 학교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다. 그래서인지 학교가 문을 닫을 당시에는 동네 사람들에 의해 마을 문화공간으로 활용됐다. 당시 도서관이 주위에 없는 청소년들을 위해 마을 공부방으로 이용해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후 가평교육청이 청소년 수련의 집으로 자체활용했으나 이용률이 부진하자 1년 가까이 방치되다시피하다 2002년 박근수(이사장.54), 정충미(원장.52) 부부에게 임대돼 미술창작과 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되는 현대도예문화원으로 변신했다.
서울에서 대기업 간부로 있던 박 이사장은 퇴직 후 도예가인 아내 정 원장과 함께 예술 창작과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어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가평으로 찾아들었다.
당시 가평교육청에서도 폐교를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할 적임자를 찾던 터라 부부는 쉽게 이곳에 정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폐교들과 별반 틀릴 것 없이 처음엔 학교 전체가 폐허 상태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창작촌을 만들고자 한 부부의 오랜 꿈을 위해 이들은 사비를 들여 이곳을 현대적 시설로 개조했다. 2천4백여평 넓은 공간에 40여명이 잘 수 있는 방 4개와 별채 숙소 3곳, 강당, 식당시설까지 갖춰 놨다. 프로그램은 도예체험, 다도, 전통놀이, 전통예절 등 체험학습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정 원장이 무엇보다 중요시 하는 것은 전통생활예절교육이다. 이 프로그램은 관례(성인식), 손의 자세(공수), 발의 자세, 배례(절하기), 의식주 생활(한복입기), 언어예절(호칭 및 전화받기) 등 구체적으로 나뉘어져 교육된다.
정 원장은 서구문화가 마구잡이로 들어와 우리의 전통 예절이 많이 깨지고 있음을 안타까워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 너무 쉽고 편한 생활에 익숙해있다 보니 기본 예절이 무엇인지도 모를 때가 많아요. 웃 어른에게 공손한 몸가짐을 하고, 마음가짐을 바로하는 아주 기본적인 예절조차도 안돼 있죠. 여기 문화원에서는 이런 점에 주안을 두고 도예 체험뿐 아니라 생활예절 익히기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그것은 도예를 배우는 이의 기본 이기도 하죠.”
이들 부부는 이제 가평 사람이 다 됐다. 박 이사장은 “가평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긴다”고 한다. 주민등록 주소지도 처음부터 이곳으로 옮겨놓았고 마을 대소사가 있을 때면 사람들이 먼저 부르러 올 정도란다. “자신들의 모교가 다시 활성화되는 것을 본 동네 사람들이 너무들 좋아해요. 외지에 있다 고향을 들르는 사람들이 가끔 학교를 찾아와 ‘고맙다’는 말을 할 때면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요. 저희 부부는 가평에다 뼈를 묻을 각오랍니다.”
정 원장도 박 이사장과 생각이 같단다. 그는 개인전만도 지금까지 5차례 연 중견 도예작가로 현재는 가평미술협회 부지부장직을 맡고 있다.
이들 부부의 정성 때문인지 기자가 취재차 들렀던 날도 동네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학교 안에는 시범통합학교로 운영중인 '목동초.가평북중' 교사들이 정 원장에게 작품을 지도받고 있었는데, 이들은 10월에 열릴 가평교육축제 때 교사 전시회에 낼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외에도 목동초 평생교육원에 다니는 주민 20여명이 주 1회 교육을 받으러 오고 있으며, 인근 학교에서 주5일 수업제도에 따른 실기 프로그램에 이곳을 이용하는 등 지역주민들의 이용률이 높다.
'목동초.가평북중' 오흥철 교장은 “현대도예문화원이 생긴 이후 학생들이 이곳에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게 됐다”며 “화악분교가 폐교가 되었지만 마을의 중심으로 다시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가평/김영복기자 kyb@kgnews.co.kr
정수영기자 jsy@kgnews.co.kr

취재 뒷 이야기
“대학생 M.T문화를 바꾸자”
언제부터인가 대학가는 흥청망청 술문화가 판을 치고 있다. 특히 ‘맴버쉽 트레이닝’이란 뜻으로 동기들간 화합을 다지기 위한 M.T가 음주가 판치는 술 문화로 변질됐다. M.T는 집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자연속에서 일탈을 꿈꾸는 청소년들의 문화가 돼버린 것이다.
현대도예문화원은 이러한 잘못된 대학생 M.T문화를 바꿔보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단지 학생들이 일상을 벗어나 먹고 마시며 즐기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하나라도 배워가고 느낄 수 있는 M.T가 되도록 하자는 것.
정 원장은 이를 위해서 어른들이 마땅한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처음 이곳으로 M.T를 온 학생들에게 새로운 M.T문화에 대해 이야기하자 모두들 꺼려하더군요. 그런데 실제로 전통예절도 배우고 도자기도 만들어본 학생들은 너무 즐거워하더니 1년후 다시 이곳을 찾아왔어요. 공간을 만들어주고 기회를 주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요.“
실제로 현재 삼육대학교 학생들이 정기적으로 이곳을 찾아와 M.T를 겸한 생활교육을 받고 있다. 또 소문이 퍼져나가자 이곳으로 체험학습을 겸해 M.T를 오는 대학생들이 점차 늘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잘못된 학생들의 M.T문화를 바꿔야 할 때. 정 원장은 “이것야말로 우리 아이들의, 우리 사회의 올바른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일”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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