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과 오이는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둘은 함께 살기로 했다
뿌리째 텃밭에 옮겨 함께 살기로 했다
그러다 열매가 서로 달라지자
속마음을 알 수 없다며 원망스럽다고 했다
그러나 둘은 꽃이 시들 때까지
잎과 줄기가 다 마를 때까지
한 번도 그 텃밭을 떠나지 않았다

박태현
▶[서정과 현실](2011)로 등단.
▶시집 [부메랑] [둥근 집] [새들이 해를 물어 놓았다] 등.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2015), 한국동서문학 작품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