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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찾아 삼만 리] 포스트 임태혁을 꿈꾸며, 수원농생명과학고 최지호

"이번년도 1위 하고 싶다… 한라장사 등극 실력 갖춘 선수 되고파"
좋은 힘과 안정된 자세… 롤모델 임태혁과 닮아

 

10m 지름의 경기장 위 홍샅바와 청샅바를 두른 두 명의 선수가 오롯이 자신의 힘을 겨루는 우리의 전통 민속스포츠인 씨름. 상대방을 넘기면 승리하는 단순한 경기이지만 짧은 시간에도 수많은 심리전과 기술들이 펼쳐지는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이다.

 

한민족의 얼이 담긴 씨름은 꾸준히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특히 1983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1회 천하장사씨름대회를 계기로 씨름은 국민 스포츠가 됐다.

 

초대 천하장사인 이만기부터 강호동, 최홍만 등 여러 유명한 선수들을 배출한 씨름은 90년대까지 그 위용을 뽐냈다. 그러나 1997년 IMF 외환위기의 영향으로 여러 씨름단이 해체되면서 그 인기는 사그라졌다. 그렇게 씨름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2019년 인터넷을 중심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씨름은 기술씨름의 비중을 늘려 박진감 있고 몰입감 넘치는 경기로 다시금 시선을 끄는데 성공했다. 특히 많은 선수들이 씨름돌이라 불리며 대중들에게 사랑받았고, 씨름을 시청하는 국민들 역시 많아졌다.

 

임태혁, 이승호, 허선행 등 많은 팬층을 보유한 선수들의 멋진 활약으로 부흥기를 맞이한 씨름계에서, 포스트 임태혁을 꿈꾸며 노력하는 어린 선수들이 있다. 수원농생명과학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최지호도 그 중 한 명이다.

 

 

늦은 밤 경기대학교 광교씨름체육관에서 만난 최지호는 앳된 얼굴을 한 소년이었다. 약간은 수줍어하는 듯 보였던 그는 씨름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자 눈빛이 달라졌다. 그만큼 씨름에 대한 열정도 남달랐다.

 

현재 소장급(75kg)에서 활약 중인 그는 중학교 3학년 시절 2번의 전국 대회와 1번의 소년체전에서 3위를 기록하며 두각을 보인 선수다.

 

씨름 감독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처음 씨름을 접하게 됐다는 그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씨름을 많이 봤다. 자주 보다 보니 흥미가 생긴 것 같다. 마침 다니고 있던 초등학교에 씨름부가 있어 경험해보니 적성에 잘 맞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지호는 성실함으로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왔다. 훈련하는 그의 모습을 본 모든 사람들은 입을 모아 그의 끈기와 꾸준함을 칭찬한다.

 

수원농생명과학고등학교 양권수 씨름 감독은 “(최)지호는 꾸준함이 장점이다. 훈련을 할 때도 잔머리 쓰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고 칭찬했다.

 

 

최지호는 “감독님이 시키는 훈련에 최선을 다한다. 훈련 후 시간이 남으면 부족한 순발력을 키우기 위해 개인 훈련을 하는 편”이라며 자신의 노력을 귀뜸했다.

 

닮고 싶은 선수가 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는 “수원시청 임태혁 선수를 닮고 싶다”며 “경기를 할 때 긴장하지 않고 여유를 가지는 모습이 멋지다”고 웃어 보였다. 

 

이어 “징크스는 아니지만 아침밥을 먹지 않고 경기에 나서면 이긴다. 또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경기 시작 전 젖은 수건을 이용해 몸에 열을 올린다”며 자신만의 노하우도 전했다.

 

롤모델로 꼽은 임태혁과 최지호는 얼마나 닮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양권수 감독은 이에 대해 “임태혁 선수와 같이 지호도 힘이 좋다. 자세도 안정적이라 닮은 점이 많다”고 대답했다. 양 감독의 말처럼 최지호는 힘을 이용한 기술 중 들배지기가 주특기다.
 

 

꿈 많은 소년 최지호는 “이번년도 대회에서 1등을 하고 싶다. 훈련을 하면서도 4월에 있을 회장기전국장사씨름대회를 생각한다”며 “프로가 된다면 한라장사에 등극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선수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조심스럽게 말하는 것과 달리 그의 목소리는 결연했다.

 

그러면서 가장 아쉬웠던 경기로 중학생 시절 소년체전 준결승전을 꼽았다. 그는 “현재 춘천기계공고 김병희 선수와 준결승전에서 만났는데 2-1로 졌다. 세 번째 판에서 시작하자마자 잡채기로 허무하게 져서 너무 아쉽다. 고등부 대회에서 만난다면 꼭 이길 것”이라며 굳은 의지를 보였다.

 

패배의 쓰라림에도 씨름을 계속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샅바를 잡고 힘을 겨룰 땐 힘들지만, 상대를 모래판 위로 넘겼을 때 성취감이 크다”면서 “전신 훈련을 통한 건강관리는 덤”이라고 말했다.

 

더 열심히 훈련해서 씨름판에 ‘최지호’ 이름 석 자를 남기고 싶다는 그는 밤늦은 시간까지 연습을 이어갔다. 피곤함에도 자신의 꿈을 향해 매진하는 그의 모습을 보니 그의 각오가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대한민국 씨름의 대들보가 될 최지호의 여정에 꽃길만 가득하길 바란다.

 

[ 경기신문 = 김도균 수습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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