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4 (화)

  • 맑음동두천 9.6℃
  • 맑음강릉 19.0℃
  • 맑음서울 13.2℃
  • 맑음대전 10.6℃
  • 맑음대구 11.0℃
  • 맑음울산 9.6℃
  • 맑음광주 12.1℃
  • 맑음부산 13.5℃
  • 맑음고창 8.6℃
  • 맑음제주 13.9℃
  • 맑음강화 10.2℃
  • 맑음보은 7.5℃
  • 맑음금산 7.8℃
  • 맑음강진군 9.3℃
  • 맑음경주시 7.9℃
  • 맑음거제 10.0℃
기상청 제공

[특별기고] 지자체와 주민들의 합심(合心)으로 아동학대 막는다

한대희 군포시장

 

뉴스 보기 겁날 때가 있다. 아동학대, 아동살해 사건이 그렇다. 그것도 친부모에 의한 사건일 때는 인간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 부모가 어린 자녀를 살해하는 행위를 어떻게 봐야 할까? 부모의 정신 상태는? 온갖 생각이 교차한다.

 

독일의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에 참여한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다룬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그 유명한 ‘악(惡)의 평범성’을 논하고 있다. 아이히만은 악인이라기보다는 평범하고 심지어 따분한 인격의 소유자로 묘사된다. 명령받은대로 했을 뿐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조차 깨닫지 못한다는 대목에 이르면, 악행이란 악인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에 의해서도 저질러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자녀를 살해한 부모도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로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이를 기뻐하는 평범한 인간이지 않았을까?

 

필자는 정신분석학자가 아니므로 아동학대를 범한 부모의 정신상태에 대해 논하지는 않겠다. 단지, 우리가 한 눈 팔고 있는 사이에 아동학대가 아주 평범하게 보이는 이웃에 의해 스스럼없이 자행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UN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 UNCRC) 제19조는 ‘모든 아동은 폭력과 학대, 유기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며, 당사국 정부는 아동학대를 막고 학대로 고통받는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처럼 아동학대 예방을 각국 정부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도 이 협약을 비준했다.

 

군포시도 아동학대 방지를 위해 다양한 시책을 시행하거나 추진하고 있다. 아동학대 조사와 응급보호를 위해 전담 공무원을 배치하고 24시간 긴급전화를 운영하고 있다. 아동학대 상담과 조사를 위해 시청에 상담실도 설치했다. 또한 학대 예방을 위해서는 학대가 의심되는 위기아동에 대한 정보공유가 급선무라는 판단 아래 군포경찰서, 교육지원청 등 유관기관들과 함께 아동학대 정보연계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래야 일이 벌어지기 전에 유관기관 합동으로 대응 체계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에는 학대 아동의 발견, 보호, 치료 등의 신속한 진행 및 접근성 강화를 위해 아동보호전문기관을 군포에 설치하고, 학대 아동이 악몽에서 벗어나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학대피해아동 쉼터도 세울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조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아동학대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바로 우리 이웃에서 워낙 은밀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가족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정내 아동학대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 그래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지역주민들이 합심해서 촘촘한 감시망과 안전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주민들도 내 이웃의 일에 대해 무관심자, 방관자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아동학대가 바로 내 옆집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예방과 조기 개입을 위해 적극 나서 주셨으면 한다.

 

최근 아동학대 살해죄를 신설하는 내용의 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하지만 법은 최소한의 장치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잘 정비된 법도 법이 겨냥하는 이슈 모두를 완벽하게 처리할 수 없다는 뜻일 거다. 보다 중요한 것은 공동체 사회가 생명의 존엄성, 사랑과 배려의 마음을 키우는 것이다. 이는 단기간 안에 이뤄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교육과 시민운동 차원에서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

 

군포시는 아동권리 존중과 보호 전략 등을 담아 아동친화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아동친화도시의 기본은 아동이 꿈을 키워가면서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아동친화도시 조성에 걸맞도록, 아동이 인간으로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군포시내 아동들의 환경부터 면밀히 살펴봐야겠다.

 

마지막으로 제대로 꽃피우지도 못한 어린 나이에 사회의 무관심과 방치 속에 학대로 생(生)을 마친 아동들의 명복을 빈다.

“부디 다음 생에는 불안에 떨지 않고 사람답게 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