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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얼굴 없는 미녀'

"인간 참 복잡해… 보면 뭐해, 가슴만 아프지."
인간이란 것, 정말 복잡하기 그지없다. 영화 '얼굴 없는 미녀'(제작 아이필름)의 여주인공 지수(김혜수)와 그녀가 앓고 있는 정신병 '경계선 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만 봐도 그렇다.
누군가를 강렬히 사랑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그녀. 외환 딜러인 남편 민석(윤찬)은 애인을 두고 바람을 피고 있으며 삶은 건조하기만 하다. 남달리 진폭이 큰 변덕이 그녀의 머릿속을 덮쳐오기 시작한 것은 소설을 쓴다며 갑자기 컴퓨터 앞에 앉았을 때부터다.
마구잡이식으로 자신감을 보이다가 적대감을 드러내고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 자살을 시도했다가 갑자기 멍해지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그녀를 괴롭히는 것은 남들이 자신을 버릴 것 같다는 피해의식이다.
도저히 파악, 혹은 치유가 불가능할 것처럼 복잡한 게 인간이지만 충격을 받으면 한순간에 터져버리는 유리잔처럼 쉽게 깨지는 것도 인간이다.
이런 인간들이 서로 만나 주고받는 것은 또 어떤가. 모두들 나를 버릴 것 같이 느껴지는 경계선 장애의 증세는 오히려 그 틈에 피할 수 없이 생겨난 본능에 가깝다.
2년 전 데뷔작 '로드무비'로 평론가들과 (영화를 본) 일부 관객의 환호를 받았던 김인식 감독이 두번째 장편영화 '얼굴 없는 미녀'로 돌아왔다.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사랑과 상처는 감독이 가지고 있는 여전한 관심. 하지만 스타일 면에서는 전작에 비해 과잉에 가깝다 싶을 정도로 화려해졌다. 이는 전편의 카메라가 주인공들의 여행길을 거리를 두고 좇았다면 '얼굴 없는…'에서는 인물들의 머릿속에까지 깊숙이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캐릭터들의 사랑과 상처는 한층 강렬하고 깊어졌고 화면은 몽환적인 느낌이 강해졌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스타일에 있다. 차가움과 강렬함이 교차되는 인물들의 공간과 그 공간을 채우는 소품, 그리고 이를 통해 인물의 성격을 설명하고 스토리를 펼쳐나가는 방식은 최근 나온 한국 영화 중 가장 세련됐다. 특히 도입 시퀀스에서 지수의 심리를 묘사한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매혹적인 장면이다.
발작을 일으킨 지수가 남편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진 것은 석원(김태우)이 종합병원의 정신병동을 그만두기 얼마 전이다. 석원의 전공은 최면치료. 동료의사이던 아내 희선(김난휘)이 의료사고를 저지른 후 자살한 일로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병원을 떠난다.
얼마 후 두 사람은 한 대형마트에서 마주친다. 계산대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는 것을 보면 지수의 상태는 여전히 좋지 않은 듯하다. 지수를 도와 문제를 해결해주는 석원. 두 사람은 이날 이후 환자와 의사가 아닌 친구 사이로 조금씩 가까워진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지수에게는 치열했던 옛 사랑에 대한 가슴 아픈 상처가 있다. 최면치료로 지수를 도와주던 석원은 이런 지수의 모습을 보게된 뒤 그녀에게 점점 빠져든다. 결국 석원은 최면상태의 지수와 성관계를 맺기에 이르지만 일단 최면에서 깨어나면 지수는 더 이상 그의 연인이 아니다.
모두들 공감할 만한 사랑과 아픔, 외로움을 담고 있고 매력적인 스타일과 두 남녀 주인공의 열연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지만 영화는 아쉽게도 관객과 소통하는 데는 실패하고 있는 듯하다.
극단적인 설정이나 화려한 시각적 테크닉이 그 자체에 머물 뿐 보는 이의 가슴에는 파고들지 못한 것. 관객 입장에서 주인공의 심리가 쉽게 손에 잡히지는 않는 것은 감독의 위치가 관객 쪽보다 인물들의 혼란에 한참은 가깝게 있기 때문이다.
80년에 방송된 TV 드라마 '형사'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8월6일 개봉. 상영시간 104분. 18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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