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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대시인의 그림] 그렁그렁 - 미얀마 여인에게

 

표현된 것은 힘을 잃는다

솟구치기 전, 튀어나가기 전

가장 센 힘은 표현되기 직전(直前)에 모여 있다

 

쿠데타군의 총칼 앞에 서서

미얀마 여인이 그릇을 두드린다

총알이 날아오면 피를 흘리며 찌그러질

얇디 얇은 자신을 치고 있다

공포와 원망으로

눈물이 흘러내리기 직전, 그렁그렁한 눈

통곡이 터지기 직전, 울먹이며 깨문 입술

 

수많은 사람들의 두개골이 부서지고

내장이 흩어진 살육의 거리에서

울음을 참고 쿠데타군의 총칼 앞에

우뚝 선 미얀마 여인

달려나가지 못하는 순간

울어도 울지 못하는 순간

고통을 터트리지 못하는,

온 힘을 다해 버티고 선 극한의 순간에

울 수 없는 자신을

당당당당 당당당당 두드린다

총알이 날아오기 직전 눈물의 직전에

 

몸의 예감을 따라 흘러온 인류는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

변화의 직전에 서서

인간의 고유한 사랑을 최대한 끌어올려

최후까지 간다

분노가 분출하기 직전

저항이 저항을 부를 때까지 세계를 두드린다

 

이것은 인간이 인간에게 보내는 구원의 몸짓

말로 표현할 수 없어

앙다문 입술로 울먹울먹 모아놓은 힘이다

그러니 두드려라, 미얀마 여인이여,

지구 이쪽에서 우리가 운다

그대의 직전에서 우리의 직후까지

인류 양심이 공명하는 소리는 결국 표현되고 말 테니까

 

표현된 것은 새로운 힘을 얻는다

 

(미얀마 민주화 투쟁에 졸시를 바칩니다. 미얀마까지 시는 가지 못하더라도 시의 마음은 도달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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