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구청장 등 관계자들이 열린학교 주차장 개방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 = 미추홀구 제공 ]](https://www.kgnews.co.kr/data/photos/20210310/art_16156884139387_58d365.jpg)
저층빌라와 단독주택, 도시형생활주택이 빽빽하게 들어찬 원도심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주차난이다.
인천의 대표적 원도심 미추홀구 역시 주차난은 아무도 풀지 못한 숙원이다. 지난 2019년 기준 미추홀구 등록차량대수는 16만8000여 대, 주차면수는 13만2000여 면으로 산술적으로 매일 3만6000여 대는 주차할 곳이 없는 셈이다.
가장 직접적인 해결책은 공영주차장 조성이지만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하다. 주차장 1면 조성에 최소 5000만 원 정도의 예산이 들어간다. 3만6000여 면을 모두 공영주차장으로 조성한다면 1조 원이 넘게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재정여건상 기초 지방정부가 천억, 조 단위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불가능이다.
결국 구는 ‘공유주차장’으로 눈을 돌렸다. 빌라, 소규모 아파트, 공공시설과 대형음식점 등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주차장 정보를 공유한다는 개념이다.
김정식 구청장은 “공유주차장은 미추홀구뿐 아니라 전국 어느 도심지역에서나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원도심 주차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필요한 것은 정확한 주차장 정보를 파악해 실시간 제공하는 무인시스템과 시간대 별로 비어 있는 각 주차장을 공유하겠다는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합의다. 시스템 개발에 앞서 구가 먼저 손을 댄 것은 지역사회 곳곳에 흩어져 있는 ‘빈 공간’들을 ‘함께 쓰는 일’이었다.
학교 공간을 함께 쓴다면
구가 가장 먼저 주목한 곳은 학교다. 학교 안 넉넉한 공간은 빽빽한 주택과 상가건물들 사이에서 사막 속 오아시스 같다.
구는 학교개방에 부정적이던 교장들을 끈질기게 설득하며 공감대를 넓혔다. 결국 용정초등학교를 시작으로 문학초등학교, 남인천여자중학교가 차례로 교문을 열었다. 평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30분까지 쓸 수 있고, 주말과 공휴일은 하루종일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학교가 애초 주차장 개방에 부정적이었던 것은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구는 주차장을 학부모나 인근 주민들에 한해 회원 등록으로만 이용하게 했다.
만약을 대비해 구시설관리공단 통합주차관제센터와 연계해 24시간 모니터링도 시작했다. 미추홀경찰서와 협약을 통해 학교 주변 야간 방범순찰도 확대했다.
밤이면 텅 비었던 학교가 주차장 공유와 함께 감시의 눈길이 닿는 안전지대로 변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얻게 됐다.
1년 동안 주차장 80면이 예산 한 푼 들이지 않고 늘어났다. 원래대로 주차장을 새로 조성했다면 40억 원이 훨씬 넘게 들어갔을 규모다. 공유경제 개념을 접목한 미추홀구의 공유주차장은 이렇게 시작됐다.
공공시설 주차장도 함께
공공시설 주차장은 통상적으로 밤에 비워진다. 역시 학교와 같은 이유로 개방하지 못했던 곳들이다.
구는 도화지구에 있는 청운대와 인천대 제물포캠퍼스, 상수도사업본부 등에 눈을 돌렸고 결국 상수도사업본부 309면, 한전 제물포지점 16면, 청운대 244면을 모두 개방하도록 했다. 이후 정부청사건물이나 다른 건물들도 주차장 개방을 유도할 계획이다.
숭의가든이나 금문종가집, 경인옥 등 대형 식당 주차장도 현재 개방돼 있다.
주차장 무인자동화
공유주차장은 남아 있는 인근 주차공간에 대한 정보를 운전자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것과 주차요금 관리부분을 해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주차요금 관리는 그 동안 사람이 직접 해오던 공영주차장을 무인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소규모 주차장이나 빌라, 다세대주택 주차장을 공유할 경우 관리인력을 따로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추홀구는 무인주차관제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김정식 구청장은 “남는 공간을 시간별로 활용할 수 있고 이것이 전체 지역에서 공유, 협력될 수 있다면 수 천억 원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원도심 주차난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추홀구가 해내겠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윤용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