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하수처리 시스템이 갖추어진 것은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88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하수처리시스템이 도입되어 30년을 갓 넘겼다.

100년이 넘는 유럽의 하수도 역사에 비하면 늦은 편이지만, 현재 국내 하수처리시스템은 전 세계의 어느 나라보다 엄격한 기준에 따라 관리하고 또 잘 운영되고 있다. 유럽, 미국, 일본 등 여러 선진국에 비해 한층 강화된 방류수 수질기준 관리로 더 이상 전국의 어떤 하천과 바다에서도 예전의 오염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하수도 통계를 살펴보면 전국적으로 현재 3% 남짓인 30년 이상된 하수처리장이 2030년 이후에는 전체의 30%까지 대폭 늘어난다. 노후화에 따른 시설개선 또는 재건설 수요가 함께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환경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기존의 경제성장 기조에 기반한 인프라 구축 위주였던 하수도행정을 최근에는 노후시설의 효율적 개선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식으로의 정책적 전환을 꾀하고 있다.

성남시 복정동에 위치한 성남하수처리장은 1992년에 완공, 올해로 30년을 맞는다. 100만 인구의 하수를 처리하는 큰 규모로 노후 진행이 빠르게 진행돼 운영비와 별도로 매년 수십억  원의 시설보수비가 소요된다. 강화된 기준에 맞는 시설 개량을 위해서는 2500억 원의 사업비가 필요하다는 최근의 조사결과도 있다.

성남하수처리장은 서울의 강남과 접해있고, 수도권제1순환도로와 분당수서간도시고속화도로 그리고 국도 3호선인 성남대로와 접해있으면서 주변이 주택지구로 개발된 지역에 위치해 있다. 이들 도로를 이용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지역주민들이 25년 이상 악취에 시달리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기도 하다.

이에 성남시는 노후된 시설과 악취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성남하수처리장을 주민 주거지역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태평동에 위치한 폐기물종합처리장으로 통합해 현대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노후되어 개선이 필요한 하수처리장, 음식물처리장, 폐기물처리시설 등 4개 환경기초시설을 통합해 최신 시설로 재설치함으로써, 지상과 지하 공간의 지략적 활용으로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악취 등 기존의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전으로 생기는 기존의 복정동 하수처리장 부지는 지역사회에 필요한 다양한 공간으로 재창출된다.

성남 원도심 재개발을 위한 순환 이주단지가 들어서고,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공간과 인근의 산업시설 및 대학과 연계한 다양한 형태의 창업지원시설이 입주하게 된다.

안양의 새물공원, 하남의 유니온파크 등 대표적인 혐오 기피시설이 주민친화시설로 전환한 국내의 우수 사례들과 같이 성남의 하수처리장 역시 주거, 문화, 일자리가 함께하는 특화마을로 조성된다.

그동안 성남의 원도심 주민들은 성남의 중앙부를 관통하는 탄천으로의 접근도 쉽지 않았다. 새로운 통합시설 인근에는 밀리언 공원과 탄천의 녹지축이 연계되는 2만 5000㎡ 규모의 주민친화시설이 조성될 예정으로, 이에 탄천 접근도로를 새로이 연결해 원도심 주민의 탄천에 대한 접근성도 개선한다.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한 통합환경기초시설은 기존의 혐오시설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지역주민을 위한 환경, 문화, 녹지, 생태 공간으로 재창조될 것이다.

필자는 새롭게 태어날 성남의 통합환경기초시설이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주민친화시설로 거듭나 하수처리장의 성공적인 혁신 사례로 손꼽히고, 다른 지자체의 수범사례로 각광받는 시설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