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속도전에 내몰리고 있다. 빠름은 환영해야 할 미덕이고 느림은 퇴치해야 할 악덕이다. 속도에 생존이 달렸다고 믿으며 풍요도 거기서 비롯한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빨리빨리병'에 걸려 있는 것이다.
그래서 현대인은 끊임없이 허덕거린다. 지하철역 계단을 오르내리더라도 종종걸음을 쳐야 하고, 별로 바쁜 일이 없어도 자동차는 쌩쌩 몰고봐야 한다. 학교에서는 1등을 향해 너나없이 맹돌진하고, 회사에서도 승진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총진격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치열한 속도전과 무한경쟁의 패자로 낙인찍힐 것같은 강박증에 빠진다. 패스트푸드는 전형적인 현대인의 음식이다.
명상운동가 에크낫 이스워런은 여기에 딴죽을 건다. 빠름은 악덕이고, 느림이 미덕이라고 강조한다. 달리지 말고 한가로이 거닐라고 권유하며, 촌음을 쪼개 하루 24시간을 바삐 살지 말고 때로는 낮잠도 자고, 권태도 즐겨보라고 조언한다. 그는 '마음의 속도를 늦추어라'(원제 Take Your Time. 바움刊. 박웅희 옮김)에서 분망한 세상과 일상생활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마음의 속도전에서 해방되라고 역설한다.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이 현대인은 목표의식을 상실한 채 허우적거린다. 고속으로 치닫더니 이제는 그것도 부족해 초고속을 향해 질풍처럼 내달린다. 여유롭고 풍족한 성공인이 되기 위해서란다. 매우 역설적이다. 게다가 우리는 속도를 남에게 은연중 강요한다. 파란불 신호에 조금이라도 늦게 출발하는 앞차를 향해 빵빵거리며 경적을 울려대는 운전자처럼.
이스워런은 속도전 광신자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도대체 왜 사느냐고. 그리고 왜 그리 급히 가느냐고. 급할 이유가 있다면 이해라도 하지만 대부분은 남들이 그렇게 하고 자신도 습관이 되다보니 덩달아 그러지는 않는냐고. 정신없이 달려가지 말고 잠시 멈추어 고속상태에서 놓치기 쉬운 소중한 것들을 챙기라고 권한다. 끊임없이 생활에 쫓긴 나머지 정신적으로 고립되고, 자신의 내적 성찰은 고사하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여유조차 없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현대인 중 일부는 속도의 거품과 허상을 최근 깨닫기 시작했다. 그 결과 '느리게 살기'가 서서히 각광받고 있고, 패스트푸드보다 슬로푸드에 주목하는 사람이 늘었다. 자동차를 버리고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다니며, 아예 속도의 소용돌이인 도시를 떠나 느림의 공간인 시골로 거처를 옮겨가는 이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고래나 거북이처럼 오래 사는 동물은 한결같이 느리다는 사실을 간파해서일까.
이스워런은 현대문명의 '빠름' 자체보다 그 빠름에 길들여져 잠시도 쉬지 못하고 천방지축 질주하는 우리의 마음이 문제라고 보고, 이 바쁜 세상에서 조화롭고 사랑이 깃든 삶을 꾸리기 위해 마음의 속도를 늦추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느림을 추구하겠노라고 모두 시골로 옮겨갈 수는 없는 노릇이고, 현대에서 탈출하기 위해 과거로 회귀하는 일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경험과 일화, 비유 등을 적절히 섞어가며 '지금 여기'에 마음을 집중해서 살라고 말한다. 이스워런이 제시하는 속도 늦추기의 방법은 모두 8가지. 늦추기, 주의집중, 감각 기르기, 남 먼저 생각하기, 영적 교제, 영적 독서, 만트람 외우기, 명상이 그것이다. 모두가 현대인의 생활에 토대를 두면서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다.
늦추기의 경우 하루종일 서두르지 않으려면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그는 조언한다. 그렇게 하면 기분좋은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는 것. 직장에 조금 일찍 도착하며,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나가고, 하루 일도 우선순위를 정해 가급적 줄이라고 강조한다. 함께 사는 사람이나 일하는 사람을 몰아대지 않는 것도 그들은 물론 자신에게 시간을 주는 방법이다. 주의집중 방법으로는 한번에 둘 이상의 일을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마치 명상서나 선수행서를 읽는 듯한 느낌을 갖는다. 이는 저자가 마음공부의 본향인 인도에서 나고 자란 명상교사라는 점과 관계가 있을 것같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블루마운틴 명상센터를 설립한 이스워런은 30년 넘게 적극적인 삶 속에서 영적 이상을 깨닫는 방법을 지도하고 있다. 그는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을 넘나들며 '깨어 있는 삶'을 사는 지혜를 찾아간다.
저자는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너무 빨리 달리면 자동차를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러나 마음이 자동차와 흡사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우리는 운전대를 꼭 잡고 있어야만 우리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 그것은 우리가 삶의 속도를 늦추어야 함을 의미한다"고 들려준다. 일상에서 벗어나 삶의 균형을 찾는 휴가철을 맞아 읽어볼 만한 책이다. 340쪽. 9천8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