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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범의 미디어비평] 남양유업이 언론에 보낸 보약 한 첩 


“불가리스,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 지난 4월 13일 서울 중구 청파로 LW컨벤션에서 한국의과학연구원이 주관한 '코로나시대의 항바이러스 식품개발 심포지엄'에서 박종수 항바이러스 면역연구소장의 발표를 언론이 보도한 핵심 내용이었다. 기사에는 “원숭이 폐 세포에 배양한 코로나 바이러스에 불가리스를 투여했더니 바이러스 저감률은 77.78%로 나타났고, 개의 신장 세포에 배양한 감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불가리스를 투여한 결과 바이러스 저감률이 99.999%로 나타났다.”는 내용도 이어졌다. 뉴시스를 시작으로 여러 언론이 춤을 췄다.


한국경제신문은 심포지엄 당일 16시 20분 인터넷판에 「“남양 ‘불가리스’ 코로나 예방 효과 있다” 연구결과 발표」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발효유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 효과 연구결과 나와 완제품(불가리스)에서 새로운 가치가 발견돼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기사는 “불가리스가 91년 출시 후 30년 넘게 국내 장발효유 판매량 1위를 지키고 있고, 꾸준한 연구와 품질 개선으로 누적판매량 30억병을 돌파했다”며 한껏 띄우며 끝맺는다. 기사 작성자는 객원기자였다. 남양유업 주가는 전날 대비 8.57% 올라 종가기준 38만원을 기록했다. 시간외 거래에서도 10%상승해 41만8000원까지 치솟았다. 남양유업 주가는 4월 8일까지는 30만 5000원대를 오르내렸다. 하루 2000주를 넘는 날이 많지 않던 거래량도 발표 3일 전인 4월 9일(금)부터 1만주를 훌쩍 넘는 이상현상을 보였다. 14일에는 평소 200배가 넘는 20만 2539주였다. 


이번 사안은 사실보도만으로는 언론이라고 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심포지움을 주관한 한국의과학연구원은 이상희 박사가 원장이다. 민주정의당과 한나라당에서 4선 국회의원과 노태우정부에서 과학기술처 장관을 역임한 분이다. 대학 교수 두 분을 포함해 심포지움에 참여한 연사들의 면면도 화려했다. 불가리스 효과에 대한 발표를 맡았던 박 소장 직함은 남양유업과 관계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항바이러스 면역연구소장’이었다. 보도자료만을 베끼는 필경사 기자들로는 속아 넘어가기 십상이었다. 검증없는 보도가 낳은 참상이었다. 


잘못된 보도의 피해는 고스란히 언론수용자에게 돌아간다. 수용자에게 충성해야 할 언론이 수용자를 속이는 결과를 낳는다. 정보기술의 발전이 기자의 취재방식에 편의성을 높여줬다. 언론경영자들은 기자의 취재효율성이 증가한 만큼 기자수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실천해왔다. 언론을 이용하려는 취재원들의 홍보전략은 더 교묘해가고 있다는 사실은 애써 무시해왔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에 대해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것은 전문가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인데, 언론은 서둘러 속보를 쓰고, 성급히 제목을 뽑는다. 너무 야속하다”는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의 지적이 매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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