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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사색] 잔인한 달 4월, 북한에게 주는 의미

 

 

 

노벨문학상을 받은 엘리엇은 ‘황무지’라는 시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워내고, ...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오히려 겨울이 따뜻했다’ 라고 적고 있다. 겨우내 잠을 자던 생명체가 봄을 맞이하여 새 싹을 돋아내면서 새로운 출발을 하는 상황을 잔인한 달이라고 역설적으로 표현하였다. 하지만 우리가 아침잠에서 깨어나기가 어렵지만 잠에 대한 유혹을 이겨내고 침대에서 일어나 시작한 새로운 하루는 그냥 잠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보낸 하루하고는 여러모로 다를 것이다.

 

북한도 4월에 겨울잠에서 깨어나서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4월 들어 노동당 최 말단 조직인 세포비서를 평양으로 불러 연찬회 겸 궐기 대회를 3일간 개최하였다. 이후 4.15 태양절을 맞이하여 지난해와는 달리 군중 체육대회와 문화행사 등을 전국 단위로 진행하고 야외 축포행사를 통해 축제 분위기를 띠웠다. 이와 함께 500만명이 속해 있는 청년동맹 10차 대회를 27일부터 평양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하였다. 북한은 4월을 나름대로 노동당 최말단 조직과 앞으로 북한 미래를 짊어지고 갈 청년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서 지난 1월 8차 노동당 대회에서 제시한 새로운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위한 출발을 독려하는 기간으로 삼았다. 다만 북한에게 겨울잠은 엘리엇이 말한 방한과 보온이 잘되는 따뜻한 겨울잠이 아니라 빨리 벗어나고 싶어지는 찬바람이 쌩쌩부는 나대지 엄동설한의 겨울잠일 것이다.

 

북한은 간고한 고난의 행군 결심을 가지고 자력갱생으로 현재 난관을 극복하고 사회주의 건설의 획기적 진전을 이루겠다는 결의에 충만해 있다. 하지만 이런 결의가 재개 조짐이 있는 북중 무역에만 기대해서는 만족할 만한 결과를 가져오기 어렵다. 북한이 원하는 엄동설한의 겨울잠에서 벗어나 사방에 꽃피고 모든 것이 풍요로운 세상은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불신과 경계, 그리고 전방위적인 대북제재 틀이 변화해야만 도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북한 스스로가 변화해야만 한다.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2018년6월 북미정상회담에서 언급했던 ‘과거의 그릇된 편견과 관행이 눈과 귀를 가려왔고 발목을 잡았다’는 정신으로 되돌아가야한다. 북한에게는 불만이겠지만 과거처럼 국제사회가 변화하기만을 기다리지 말고 북한이 먼저 국제사회 우려를 해소하고 협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조치를 취해 보길 바란다. 예를 들어 국제사회에 대해 다시 한번 비핵화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면서 핵무기비확산 체제(NPT) 복귀를 전제로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비핵화 문제를 포함한 상호 관심사 협의를 위한 전격적인 정상회담을 제안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에게는 1년여의 시간이 남아있다. 대북정책에 대해 뜸을 들이고 있는 미국이 북한 인내심을 시험해 보는 듯한 자세에서 벗어나 북한에 대한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행보를 보이도록 협력해야 한다. 아울러 북한과도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 스스로가 자신들 미래를 만들어 가는 전향적 조치를 취해 나가도록 유도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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