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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행칼럼] 4‧7보궐 선거는 모두가 패배한 혁명이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결과를 어떻게 봐야할까? 그간 쏟아진 분석 중에 와 닿는 게 단 하나라도 있는가?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이번 선거결과는 명료한 분석이 쉽지 않다.

 

이처럼 분석이 어려운 선거는 일찍이 없었다. 실제 문자로 쓰여 진 것들 중 고개가 끄덕여지는 분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답답해서 오래 전부터 알고지낸 신뢰하는 기자들이나 정치평론가들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두 개의 극과 극인 수치가 똑떨어지게 이를 대변한다. 4‧7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 수치와 지난 19일 보도된 JTBC 여론조사 결과 수치. 당선된 국민의힘당 오세훈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 간 득표율 차이는 무려 18.32%포인트. 그러나 투표가 끝나고 열흘 뒤 발표된 여론조사는 '야당이 잘해서 당선됐다'는 응답이 고작 3%. 심지어 국민의힘당 응답자들 중에서조차 국민의힘당이 잘했다고 평가한 건 4% 정도.

 

부동산 정책 실패와 LH사태, 코로나백신 대처 미흡, 무능과 오만, 불공정 등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으로 야당에 몰표를 줬지만 그들이 잘해서는 절대 아니라는 표심은 한 그릇에 담을 수 없는 것이다. 한 그릇을 반분해 나오는 '짜장면 반, 짬뽕 반'과도 거리가 멀다. 여러 이질적인 것들이 한데 뒤엉켜 알 수 없는 얼굴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런 모순이 어디에 있을까?

 

민주당은 대패 앞에서 어찌할 줄 모른다. 국민의힘당은 이겼지만 주머니 속 송곳에 자칫하면 찔릴 수 있어 불안해한다. 진보세력도 민주당을 비판하지만 무기력한 표정이 역력하다. 4‧7보궐 선거는 누구하나 승리하지 못한, 모두가 패배한 것이라는 반증이다.

 

마치 몇 년 전부터 한국 독서가를 강타한 양자역학의 이중성을 보는 것 같다. 물질의 최소 단위인 원자가 입자이면서 동시에 파동인 이중성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모순을 초라하게 만든다. 원자 내 전자가 점프하듯이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움직이지만 분자가 되어 객체(사물)들을 완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알 수 없는 방식으로 모두를 패배시킨 보궐선거는 무엇을 완성했을까? 이와 관련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최근 발간한 '미디어이슈' 7권 2호 '정치 일반에 대한 인식' 조사는 많은 영감을 준다. 서울시 유권자 80.5%가 '국민들이 힘을 합치면 정치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응답한 것이다. 이번 보궐선거를 정치 변화를 위한 제물로 바쳤음을 읽을 수 있는 단서다. 제물에는 '어떤 정치세력도 낡음에 기대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붉은 글씨가 씌어져 있었을 것이다.

 

이 메시지는 무엇을 뜻할까? 이제는 정치 세력이 유권자의 까다로운 입맛에 조금이라도 엇나가면 처참한 결과를 빚을 수 있다는 패러다임의 교체가 아닐까? 혁명적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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