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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 5년…"잊지 않겠다" 온라인 포스트잇

코로나로 집회 어려워지자 온라인 피해자 추모공간

"당신을 기억하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5년 전 그날부터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당신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5년 전 '강남역 살인사건'은 '여성혐오'로 촉발된 여성 상대 흉악범죄였다. 2016년 5월 17일 새벽, 서울 강남역 인근 주점 건물 남녀공용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살해됐다.

 

범인은 화장실 안에서 기다리면서 여성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전에 들어온 남성 6명은 그냥 보냈고 피해 여성이 들어오자마자 범행했다.

 

여자라는 이유로 당한 죽음의 사연을 접한 수많은 여성들이 강남역에 모였고, 이들은 고인에 대한 추모와 함께 자신들의 사연을 담은 포스트잇을 강남역 10번 출구에 빼곡하게 붙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집회가 열리기 어려운 올해는 '온라인 포스트잇'으로 여성들의 외침이 이어진다.

 

시민단체 서울여성회는 사건 5주기(17일)를 앞두고 '우리의 기억과 투쟁'이라는 온라인 페이지를 열었다. 누구나 추모 메시지를 쓸 수 있는 공간이다.

 

이 단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오프라인 집회에는 9명까지만 참석 가능하다"며 "직접 행동할 수는 없어도 마음을 전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온라인 포스트잇 공간을 마련했다"고 15일 밝혔다.

 

최근 열린 이 공간에는 이미 수백명이 색색의 쪽지에 짧은 글을 남겼다.

 

한 참가자는 '#운좋게_살아남은_지_5년째'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운이 좋아서 살아남는 사회가 아닌 운이 없는 여성도 살아 숨쉬는 사회를 만들자"고 했다. 2019년 연예인 단체 대화방 불법촬영물 사건, 지난해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등을 언급하며 여성 대상 흉악범죄가 반복되는 현실을 개탄하는 이도 있었다.

 

강남역 사건이 사회에 만연한 여성 대상 폭력을 직시하는 계기가 됐고, 개선을 끌어낸 점도 있었다며 희망을 말하는 메시지도 많았다.

 

"나는 자랑스런 여성"이라고 밝힌 이는 "분노와 상처를 잊지 않고 힘으로 바꿔나가겠다"고 다짐했고, "한국 사회는 변하지 않은 것 같지만 우리가 변했다. 지금 이 자리와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 증거"라고 연대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14일 추모 페이지에 쪽지를 남겼다는 직장인 박수영(31)씨는 "나를 포함해 강남역 사건 이후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뀐 젊은 여성들이 많을 거라 생각된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앞으로도 잊지 않고 분노하기 위해 참여했다"고 말했다.

 

서울여성회는 17일 강남역 앞에서 열릴 소규모 집회에서 온라인 추모 메시지 일부를 게시하고 낭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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