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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수의 세계음악기행] 애국가가 된 혁명가, '라 마르세예즈’

혁명과 노래 ⑩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5월이면 이 땅 곳곳에 울려 퍼질 ‘5월의 노래’를 애국가로 부르면 어떨까. 이 땅 곳곳에서 들고일어날 이들과 퍼부어질 독설이 예상된다. 광주 민주화운동을 기념해 만들어진 이 노래는 극우 쪽에서 ‘운동권, 종북좌파 선동가’라고 오랫동안 매도했다. 1997년, 김영삼 문민 정부가 들어서면서 5.18 기념식에서 불리기 시작했으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다시 하대 당했고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입지를 세우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극우 쪽에서 이 노래를 싫어하는데는 ‘국가전복세력인 빨갱이 노래’라서 말고도 적나라한 가사에도 이유가 있다.

 

꽃잎처럼 금남로에 흩어진 너의 붉은 피/ 두부처럼 잘리워진 어어쁜 너의 젖가슴/ 왜 쏘았지왜 찔렀지 트럭에 실려 어디 갔지/ 망월동에 부릅뜬 눈, 수천 개 핏발 서려 있네/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진보 쪽에서도 이 노랫말이 미래의 희망과 국민화합을 담아야할 애국가에는 맞지 않는다 할 듯싶다.

 

그렇다면 아래 노랫말은 어떤가.

 

.....우리에 대항하여 압제자의 피 묻은 깃발이 일어났도다/ 들리는가 저 들판의 흉포한 적들이 우리 아내와 아이들의 목을 따기 위해 으르렁대는 소리가/ 무기를 들라 시민들이여 대열을 갖추라/ 전진하라 전진하라 놈들의 더러운 피로 우리의 밭고랑을 적시도록.....

 

라 마르세예즈(La Mrseillaise), 프랑스 국가 중 일부분이다. 이 노랫말을 문화의 나라, 프랑스 아이들이 학교에서 해맑게 합창하는 모습이 상상 가는가.

 

프랑스는 자신들의 애국가에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고 바꿀 생각이 추호도 없다.

이 노래가 자유, 평등, 박애라는 구호로 전 세계인의 가슴을 뛰게 한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민중과 조국을 위해 죽기를 각오하고 나선 마르세유 의용병들의 진군가였으니 호전적이고 선동적일 수 밖에 없다. 프랑스 혁명 성공 이후 라 마르세예즈는 유럽의 자유주의, 좌익 계열 어디서든 불리웠다.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 중에도 라 마르세예즈가 국가처럼 불렸다. 우리 나라에서도 1919년 3·1혁명 당시 개성지방 여학생 200여명이 이 노래를 부르며 시위 벌였다는 기록이 프랑스 신문 ‘알제의 메아리’에 남아있다.

 

1967년, 영국 BBC의 사상 최초 세계 위성중계 프로그램 방송 기념곡으로 비틀즈가 만들어 오늘날까지 사랑받고 있는 ‘All You Need Is Love’ 곡 전주에 라 마르세예즈가 나온다. 노래 뿐 아니라 영화에도 라 마레세예즈가 인상적으로 나왔다. 2차 대전이 배경인 흑백영화 ‘카사블랑카’에 술집에서 거만하게 구는 독일 군인들과 손님들과의 긴장 상황이 나온다. 견디다 못한 손님 모두 일제히 일어나 ‘라 마르세예즈’를 부르는데 뭉클한 장면이었다.

 

오늘날에도 프랑스 혁명정신이었던 자유, 평등, 박애에 연대하는 곳이면 민중시위현장, 오페라 무대, 경기장... 세계 어느 곳에서든 라 마르세예즈가 울려 퍼진다.

 

혁명의 상징, 프랑스의 자부심, 세계인의 애창곡이 된 라 마르세예즈의 예를 보며 ‘‘5월의 노래’를 애국가로 상상하는 것이 그렇게 말이 안되는 일일까.

 

엄숙한 애국가 라 마르세예즈를 제 2의 에디트 피아프라 불리는 미레유 마티외(Mireille Mathieu)의 목소리로 들어보시라. 한 나라의 국가가 세계인의 애창곡이 된 이유가 더해진다.

 

(인터넷창에서 www.월드뮤직.com을 치면 소개된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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