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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존재 가치는?…교과서 속 희곡 ‘북어대가리’ 영상으로 만난다

수원시립공연단, 비대면 영상예술 교육사업 진행
21~22 영상 촬영…이강백 작가의 ‘북어대가리’ 선보여
수원교육지원청과 맞손…2학기에 랜선 연극 관람 가능

 

“북어대가리야, 왜 대답이 없니? 멀뚱멀뚱 바라만 볼 뿐 왜 대답이 없어?”

 

수원시립공연단은 코로나19 여파로 극장을 찾을 수 없는 청소년들이 비대면으로 즐길 수 있도록 연극 ‘북어대가리’를 영상으로 제작, 교육사업을 선보일 준비를 마쳤다.

 

지난 21~22일 이틀간 수원시 장안구 수원SK아트리움 소공연장에서는 수원시 청소년을 위한 2021 비대면 영상예술 교육사업으로 연극 ‘북어대가리’ 촬영이 진행됐다.

 

수원시립공연단과 수원교육지원청이 손을 잡고 선보이는 비대면 영상예술 교육사업. 이는 학생들에게 교과서에 실린 희곡을 교실 안에서 연극 공연으로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북어대가리’는 우화와 비유로 비사실주의적인 작품 특징으로 알레고리의 작가라는 별명을 지닌 이강백 희곡작가의 작품이다.

 

 

구태환 수원시립공연단 예술감독은 작품 선택 이유에 대해 “우주와 같은 세상을 빗댄 창고 속에서 허무한 인간의 존재 가치를 이야기한다”며 “내가 생각하는 희곡 작가 중 가장 위대한 선생님께 공연 취지를 말씀드리니 선뜻 허락해주셨다”고 밝혔다.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에 매몰돼 빈껍데기처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창고라는 갇힌 장소에서 떠나려는 자, 남아있는 자의 대립 등을 표현했다. 문학성을 인정받아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 실린 이 작품은 2022 수능 대비 문제집에도 수록돼 학생들에게 친숙함을 더한다.

 

 

새벽마다 오는 트럭에 상자를 싣고 내리는 일을 수십 년 해온 창고지기 자앙(전지석)과 기임(박성환)은 때때로 티격태격 하지만 절친한 동료이자 가족이다. 서류더미를 들여다보며 상자가 뒤바뀌지 않도록 실수하지 않는 자앙과 달리 창고 생활이 지겨운 기임은 어느 날 고의로 상자 하나를 바꿔 보낸다.

 

이로 인해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이 시작됐으나 자앙의 염려와 달리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았다. 자앙은 누군지 모를 물건 주인에게 사과의 편지를 쓰지만 물건을 운반해주는 트럭운전수(이문수)는 괜한 일이라고 말한다.

 

 

반면 기임은 술집에서 만난 다링(유현서)과 함께 살기로 약속하고, 자신을 늙은 사위라고 부르는 트럭운전수와 그의 딸 다링과 짐을 꾸려 떠난다. 홀로 남은 자앙은 기임이 두고 간 해장용 북어대가리를 보며 “나도 너처럼 머리만 남았군. 그저 쓸쓸하고 허무한 생각으로 가득찬 머리만 덜렁 남은 거야”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배우들은 때론 격앙된 표정과 말로, 때론 인간미 가득한 모습으로 무대를 가득 채웠다. 영상을 찍는 스태프들은 장면마다 크로스를 외치며 촬영에 집중한 모습이었고, 장면이 바뀔 때마다 소품을 가져다놓고 제자리에 정리하는 스태프도 무대 위 또 다른 주인공이었다.

 

 

‘북어대가리’는 보는 이들에게 ‘인간의 가치란 무엇인가?’, ‘무비판적인 성실함은 진실로 올바른가?’ 등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질문을 건넸다.

 

이정민 수원시립공연단 극단 상임연출은 “이번 공연에서는 탐색과 발견, 떠남과 머묾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작품 속 두 인물의 대조적 관계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구태환 감독은 친구가 떠나고 마치 몸뚱이를 다 잃고 머리만 덜렁 남은 심각한 북어대가리처럼 창고에 홀로 남게 된 자앙의 모습이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 아닐까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한편 영상으로 제작되는 이번 공연은 2학기가 되면 수원교육지원청을 통해 학생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제공될 예정이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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