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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뉴스 생활] 보도의 목적

 

 

비슷한 시기 20대 초반 두 청년이 사망했다. 한 명은 지난달 25일 서울 반포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닷새 만에 발견된 22살 손씨다. 또 다른 한 명은 22일 경기도 평택항에서 300kg의 개방형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진 23살 이씨다. 날벼락 같고 허망한 두 죽음 앞에서 슬픔의 무게는 가늠조차 어렵다. 다만 언론을 통해 매개된 세상이 사회의 애도 방식을 결정 짓게 한다는 점에서 비교의 이유를 두고자 한다.

 

이씨는 아버지와 1년 4개월간 출퇴근을 함께했다. 군대를 제대한 후 복학했지만 코로나로 등교가 어려워지면서 틈틈이 아버지가 일하는 인력사무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는 평택항 현장에서 원청인 물류업체가 요청하는 작업에 필요한 사람을 연결해주고 인력을 관리하는 일을 했다. 사건이 발생했던 날도 원청의 현장 관리자가 개방형 컨테이너 해체 작업에 사람이 더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씨는 해체 작업을 도울 인력과 함께 현장에 갔다. 지게차 기사는 컨테이너 날개 근처에 있던 나뭇가지를 치우라는 지시를 반복했다. 이씨가 나뭇가지를 치우러 올라선 사이 컨테이너 한쪽 날개가 넘어지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지게차와 같은 중장비가 사용되는 현장에선 작업 지휘자나 안전요원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사고 현장엔 이런 인력이 없었다. 더구나 이씨가 이전까지 했던 업무는 컨테이너 관련 작업도 아니었다. 원청 작업 지시자의 업무지시를 따르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졌던 업무환경 탓도 있다. 이씨는 안전모와 안전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씨의 사망 소식은 지역신문에서 처음 보도했다. 중앙지와 방송사에서 이씨의 산재 사망과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다룬 것은 사망 2주후였다. 컨테이너 구조의 불량 의혹, 원청 직원의 무리한 작업 지시, 사고 직후 늦장 대응에 이르는 문제까지 산재 사망사고를 낳는 구조적 원인은 수두룩했다.

 

손씨의 실종은 지난달 30일 사망으로 확인되면서 언론의 의혹보도가 이전보다 훨씬 증가했다. ‘미스터리’라는 자극적인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평소 손씨의 습관과 행동, 교우관계로 볼 때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정황이 보인다는 보도가 많았다. 늦은 시간까지 술을 함께 마신 친구의 행동을 두고 추측과 짐작임을 전제한 인터뷰나 SNS 내용이 뉴스를 탔다. 관심이 높아지면서 죽음의 이유를 묻는 절박함이 증가했을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언론의 보도량을 보면 사회적 반응을 부추길 만큼 이례적으로 많다.

 

두 청년의 죽음에 언론이 관심을 가질 이유는 모두 타당하게 있다. 다만 어떤 태도로 보도에 임할지 선택은 필요해 보인다. 언론 보도의 목적은 죽음에 이르게 한 구조적 원인을 바로잡는 문제에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 자체가 대중이 주의를 기울여야 할 뉴스를 명확하게 선택하게 해 주기 때문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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