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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범의 미디어 비평] 그때그때 달라요!

 

오마이뉴스와 조선일보가 오랜만에 동행했다. 오마이뉴스가 5월 14일 '산림청이 저지른 엄청난 사건, 국민생명이 위험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2050년까지 30년간 30억 그루의 나무를 심어 탄소 3400만톤을 흡수하겠다”는 산림청의 초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맹렬한 비판이 골자였다. 드론으로 촬영한 2분 36초짜리 동영상을 포함해 18장의 사진이 곁들여진 기사였다. 그 충실도는 대단히 높았다. 오프라인 언론은 시도하기 어려운 장문의 심층고발 물이었다. 3000건이 넘는 댓글(포털 다음 기준)로 독자의 관심도 뜨거웠다.  


조선은 다음날 15일(토)자 2면 톱기사로 '탈원전 文정부, 멀쩡한 산 밀어버렸다'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보도를 시작했다. 이틀 후 월요일자(16일 신문 일요일자 신문 휴간)에선 '산으로 가는 文정부 탄소정책'이란 제목의 1면톱 기사로 강도를 높였다. 아울러 3면 전체를 할애해 비판했다. 이후 금요일까지 매일 기사를 내보냈다. 근래에 보기 드문 1주일간 계속된 집요한 비판기사였다. 


두 언론의 기사는 독자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코로나 이후 부쩍 는 등산 인구의 공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산림청의 ‘30년 이상된 나무가 탄소흡수량이 떨어지니 베어내고 새 나무를 갈아 심는다’는 보도자료 내용이 독자들의 피부에 와닿지 않았다. 또 고속도로변의 울창한 산이 흉측한 민둥산으로 변한 기사의 사진은 공감을 더했다.      


급기야 산림청은 이미라 산림정책국장 명의의 장문의 반론보도문까지 냈다. 오마이뉴스는 반론보도문을 그대로 실었다. 반론을 반영한 점이 돋보였다. 그러면서도 후속기사를 준비하겠다고 예고했다. 언론의 정도를 걷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두 기사의 파장 때문이었는지 중앙일보는 지난 22일 환경전문기자가 '산림청 관련 보도의 오해와 진실'이란 장문의 인터넷판 기사를 게재했다. MBC는 이보다 앞서 지난 18일 '조선일보 기사는 사실일까?'라는 제목으로 팩트체크까지 했다.


필자도 기사들을 샅샅이 점검했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조선일보는 4월 28일자 E01면에 '30년간 30억 그루 심어 탄소 3400만t 줄인다'는 제목으로 같은 사안에 대해 찬양 일색의 기사를 실었다. 20일도 지나지 않아 보도 방향이 180도 돌변했다. 지난 1주일간 보도했던 기사의 순도를 크게 떨어뜨렸다.


한국은 언론신뢰도 세계 최하위 국가다. 이런 언론의 이중성은 신뢰를 갉아먹는 좀이다. 같은 사안에 대해서조차 ‘그때그때 달라요’다. 언론은 복잡한 사안들에 대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판이어야한다. 그게 언론서비스다. 독자가 ‘이 보도 믿어도 되나?’라는 의문을 갖고 접근하면 이미 언론이 아니다. 산림청 광고를 기사로 둔갑시킨 가짜기사가 빚은 결과다. 지금의 한국 언론이 그 지경이다. 산림청의 30년간 30억 그루 나무심기 보도를 보면서 미디어 공부는 필수인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또 한 번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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