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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희망의 '씨앗'을 저장하는 경기도종자관리소

사람이 사는 곳 중 북극점에 가장 가까운 노르웨이령의 스발바르 제도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종자저장고가 있다. 이 시설에는 총 200만개의 식물 씨앗이 보관돼 있다. 해당 시설의 목표는 핵전쟁, 소행성 충돌, 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 등 지구적 규모의 재앙후에도 살아 남은 사람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식량의 씨앗을 저장하는 것이다.

 

국제종자저장고는 성서에서 노아의 방주가 대홍수동안 지구의 동식물을 지켜낸 것에 비유해 ‘최후의 날 저장고(Doomsday vault) 또는 ’인류 최후의 보루‘ 또는 현대판 ’노아의 방주‘로 부른다. 경기도도 이 같은 원대한 목표를 지향하며, 도의 안전한 먹거리 제공, 토종 종자 보급 등 식량 주권 확보라는 막중한 업무를 수행할 ’경기도종자관리소‘를 지난 2015년 6월에 설립했다. [편집자 주]

 

 

우리의 주식인 벼와 보리, 콩의 종자를 직접 생산·공급해 도 농업의 미래를 밝히는 경기도종자관리소는 전체 경기미(米) 종자의 75%를 생산하여 공급하는 등 주요 식량작물인 벼, 보리, 콩의 우량종자를 생산해 농가에 보급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는 주식인 벼와 보리, 콩의 종자를 정부에서 직접 생산·공급해 농업인의 고품질의 우량종자로 편안하게 농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히 ‘한 알의 종자가 세상을 바꾼다’라는 말이 있듯이 종자를 생산하고 보급하는 일은 자부심과 사명감을 동시에 갖게 해주는 업무를 경기도종자관리소는 수행하고 있다.

 

먼저 도종자관리소는 토종종자의 보존과 저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토종종자는 오랜 기간 지역 환경에 적응해 식감, 저장, 영양 등 특수성이 증명돼 있어 미래 기후변화에 대응이 가능해 안정적인 농작물 생산 등 식량안보와 종자주권 수호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2017년 '나고야의정서' 전면시행에 종자의 시장가치 향상으로, 토종종자의 중요성은 높게 부각됐다.

 

‘나고야의정서’는 생물자원에서 얻어지는 이익을 어떻게 공정하게 나눌 것인가에 대해서 세밀하게 정리한 것으로, 다른 나라의 생물자원으로 의약품이나 화장품을 만들어 생기는 이익(자원이용국)을 생물자원을 제공한 나라(자원제공국)와 나눠야 한다는 국가 간의 약속이다.

 

이에 지난 2019년 11월 29일에는 지방행정기관으로선 처음으로 ‘토종종자은행’이 설립됐다.

 

 

토종종자은행은 평택시 고덕면 동고리에 있으며, 2만4000여㎡(7260평) 규모의 부지에 씨앗보관실·전시실·체험장·육묘장 등을 갖추고 있다.

 

특히 영하 20℃까지 온도조절이 가능한 140㎡(43평)의 씨앗보관실은 토종종자 2만여점을 보관할 수 있다. 보관실은 도내에서 수집한 토종종자를 보존하는 것은 물론 토종씨앗으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씨앗을 저장할 수 있도록 문호도 개방돼 있다.

 

현재 토종종자은행에는 민간단체인 토종씨드림, 토종도서관 전국협의회 등이 양평·화성 등 도내 9개 시·군에서 수집한 토종씨앗 1700여점이 보존돼 있다.

 

도종자관리소는 해마다 4개 시·군에서 추가로 토종종자를 수집하고 5년 내에 도내 모든 시·군에서 토종씨앗을 모을 계획이다. 또 농가 재배가 많은 토종종자는 대량증식해 공급할 계획이며, 3만여㎡(9000여평) 규모의 토종테마식물원을 조성해 토종씨앗 특성을 조사·연구하고, 도민에 개방해 토종종자 홍보와 토종먹거리 체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도종자관리소 노력의 성과가 나타났다. 추청(아키바레), 고시히카리 등 외래 벼 품종 재배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외래 벼 품종을 심었던 도내 지역에서는 알찬미‧참드림‧해들 등 국내 품종이 자리잡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재배되고 있는 벼 외래품종은 추청‧고시히카리‧히토메보레‧밀키퀸 등 대부분 일본 품종이다.

 

이들 외래품종의 전국 재배면적은 2018년 7만5706㏊, 2019년 6만5967㏊에 이어 지난해에는 국내 벼 재배면적 72만6432㏊의 7.9% 수준인 5만7246㏊까지 줄었다.

 

지난해 기준 외래품종별 재배면적을 보면 추청이 4만4757㏊로 가장 많고 고시히카리 9766㏊, 히토메보레 2385㏊, 밀키퀸 214㏊, 기타 126㏊ 순이다.

 

이에 따라 종자관리소에서 생산하는 일본계 벼 품종 공급량을 지난해 1625t(고시히카리 395t, 추청 1230t)에서 올해 1338t(고시히카리 338t, 추청 1000t)으로 287t 감축하고, 경기도 육성 벼 품종 생산량을 635t(참드림 549t, 맛드림 86t)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340t(참드림 300t, 맛드림 40t)에 비해 295t이 증가했다.

 

이는 올해 외래품종 재배면적을 지난해(3만6379㏊)보다 12.5%(4552㏊) 줄어든 3만1827㏊까지 축소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추청은 국산품종 알찬미‧진수미‧참드림‧삼광벼 등으로 대체 중이고, 고시히카리와 히토메보레는 해들‧청품‧해담쌀‧맛드림 등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이들 국산품종은 병해충에 약하고 잘 쓰러져 재배하기 어려운 외래품종과 달리 병해충 저항성이 우수하고 잘 쓰러지지 않아 재배하기 쉽고 수량도 많다.

 

도종자관리소는 ‘희망의 씨앗’을 품고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다. 오는 9월에는 토종관련 종자산업기반구축 사업을 신청할 예정이다.

 

토종유전자원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수집·저장·연구 및 채종 농가 육성을 넘어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종자 플랫폼’을 통해 토종종자 생산·판매·보관을 우려하는 생산자의 고민 해소 등 종자주권을 위한 경기도종자관리소의 역할은 날로 커지고 있다.

 

 

[ 경기신문 = 박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