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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범의 미디어 비평] 독자가 편집국장인 시대


칼럼에 한 기자를 2회 연속 언급한다. 저널리즘이 무너져 내리는 시대에 기자들은 물론 언론계에 진입하려는 예비 언론인들도 꼭 읽어 봤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에서다.  


지난 달 26일자 칼럼에서 오마이뉴스 최병성 기자가 5월 14일 보도한 “2050년까지 30년간 30억 그루의 나무를 심어 탄소 3400만톤을 흡수하겠다.”는 산림청의 초대형 프로젝트를 조목조목 비판한 오마이뉴스 기사를 높게 평가했다. 미국 미주리대학에는탐사보도기자회(Investigative Reports and Editors)라는 조직의 본부가 있다. 약칭이 분노를 의미하는 IRE다. 최 기자의  기사는 독자들의 분노를 끌어낸 1인 탐사보도였다. 치밀한 취재가 돋보였다.   


최 기자는 6월 2일자로 “싹쓸이 벌목 진짜 이유,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산림청에 속았다.”는 제목으로 두 번째 기사를 보도했다. 사진을 뺀 기사의 길이가 자그마치 200자 원고지 기준 40매였다. 여기에 사진 15장과 2013년 산림청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보고서 ‘산림자원 조성 및 관리실태’ 등 7건의 문건은 독자를 기사 끝까지 흡인했다. 


이 언론을 특별히 언급하는 이유는 또 있다. 1차 보도후 취재원(산림청)의 반론보도문을 한 자도 빠짐 없이 실어준 다음 재반론하는 기사였다. 저널리즘의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면서도 독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 냈다.  


포털사이트 다음 기준으로 이 장문의 기사에 댓글만 4284개가 붙었다. 64명의 독자들은 적게는 1000원부터 많게는 30만원까지 좋은 기사 원고료로 135만원을 후원했다. 필자가 이 칼럼을 쓰고 있는 현충일 저녁 10시 30분 포털 ‘다음’ 기준으로 국내 기사 전체 2위를 기록한 한국경제신문의 “11억 주고 산 주택 23억에 팔았는데…양도세 8억 날벼락” 기사의 댓글보다 더 많았다. 전자의 댓글은 ‘이런 게 기사죠’ 같은 긍정적인 평가가, 후자의 경우는 ‘부자 걱정이 제일 쓸데 없는 걱정’ 처럼 냉소적인 평가가 많았다.   


뉴스가 위기라고 한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많은 사람들은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대체물들이 쏟아지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여기에 ‘뉴스 이용자들의 집중할 수 있는 시간도 짧아져, 이에 맞쳐 기사도 더 짧아져야 한다’는 조언한다. 이런 진단과 처방은 일부만 맞다. 최병성 기자의 사례에서 보듯, 기사가 길어서 안 읽는 게 아니다. 기사의 질이 낮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독자는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한다. 소속 언론사 후광이 미미해지고 있다. 명품 기사를 쓰는 기자에겐 기회다. 포털에 기자구독을 설정하면 독자가 원하는 기자의 기사만 읽을 수 있다. 독자가 편집국장인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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