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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여전히, 펜은 칼보다 강한가

- 경기신문 창간 19주년에 즈음하여

 

 

‘강함’의 정의는 무얼까. 이기는 것일까, 아니면 살아남는 것일까. 승자와 패자의 관점으로 바라봐선 답이 없는 질문이다. 펜과 칼의 강약(强弱)은 누가 쥐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죽이려는 자에게는 독이지만 살리려는 자에게는 약인 것, 그것이 펜과 칼이다. 펜과 칼의 두 얼굴은 역사가 증명한다. 펜과 칼이 백성을 위할 때 세상은 흥(興)했고, 펜과 칼이 권력을 탐할 때 세상은 망(亡)했다. 펜과 칼의 본질은 둘이 아니라 하나다.

 

돌이켜보면, 우리 역사에 기록된 펜과 칼은 백성을 위하지 않았다. 숱한 역사 속에서, 펜과 칼은 권력을 빼앗거나 탐하는 흉기로 쓰였다. 칼을 겨누며 협박하고 펜을 갈기며 조롱했다. 진짜를 밀어내고 가짜를 내세웠다. 가축을 죽이듯 칼이 춤을 추면 흘린 백성의 피를 펜이 지웠다. 다 죽이고 다 지울 때, 백성은 백성이 아니고 개 돼지였다. 일제와 결탁한 친일파들이 그랬고, 이승만을 앞세운 친일잔당이 그랬고, 군부독재와 놀아난 온갖 나팔수들이 그랬다.

 

칼이 앞에서 북을 치면 펜이 뒤에서 나팔을 불었다. 황국신민, 유신헌법, 정의구현, 떠들썩한 구호가 활개 칠 때마다 세상은 눈이 멀고 백성은 귀가 막혔다. 지금은 어떠한가. 대한민국을 제 마음대로 주무르는 펜과 칼은 더 이상 없는가. 검찰과 법원이 휘두르는 칼은 독립군을 찔러대던 친일파의 칼과 달라졌는가. 거대언론이 휘갈기는 펜은 독재를 찬양하던 나팔수들의 펜과 달라졌는가. 달라져서, 국민을 속이고 제 밥그릇만 채우려는 자들은 이 나라에 없는가.

 

기자(記者)는 기록하는 사람이다. 가짜와 진짜를 똑바로 기록하는 사람이다. 거짓말을 거짓말이라고 하고 참말을 참말이라고 제대로 알리는 사람이다. 약하고 여린 사람들의 편에 서서, 속이고 겁주고 훔치고 빼앗는 것들의 정체를 파헤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의 기록을 하나로 담아낸 것이 신문이고 방송이다. 독자들이 경기신문에 기대를 거는 까닭도 그래서일지 모른다. 절망의 시대에서, 희망의 불씨를 찾으려는 간절함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