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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범의 미디어비평] 정교한 왜곡보도


같은 보도자료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

 

한국은행은 9일 《2021년 1/4분기 국민소득(잠정) 기자설명회》를 개최했다. 언론은 상당한 뉴스가치를 부여해 보도했다. ‘세계는 1973년 이후 최대폭 성장한다는데···한국은 2년 연속(2021-2022) 평균 이하’. 조선일보의 10일자 B3면 기사 제목이다.

 

이 기사는 세계은행이 내놓은 세계경제성장률 올해 전망치 5.6%, 내년 4.3%와 한국은행이 발표한 한국의 금년 4%와 내년 3%를 비교했다. 한국이 미국, 선진국, 세계평균 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했다. 기사내용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올해 미국 6.8%, 일본 2.9%, 유로존이 4.2% 성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주요 국가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세계평균 -3.5%, 선진국 -4.7%, 미국 -3.5%였다. 한국은 -0.9%로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기사에 언급되지 않았지만 일본은 -4.8%였다. 


기저효과. 이젠 초등학생 수준에서도 알 수 있는 용어가 됐다. 지난해 많이 떨어진 국가의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상식이다. 하물며 일본은 지난해 -4.8%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금년 2.9% 성장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아무리 봐도 무리한 제목이다.  

 
한국일보는 ‘1인 국민소득 2년 연속 뒷걸음···금융위기 이후 처음’ 이란 제목으로 10일자 19면에 이 기자설명회 내용을 보도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1000달러대로 낮아지며 2019년에 이어 2년 연속 뒷걸음질쳤다는 내용이었다. 아울러 2017년 GNI 3만 달러대에 발을 디딘 이후, 벌써 3년째 3만달러 초반에서 횡보중이라고 썼다. 덧붙여 G7국가들이 3만 달러 선을 돌파한 뒤, 4만달러 진입에는 평균 5년 정도 걸린 점을  감안하면 한참 느리다고 지적 했다. 한국이 국민소득 4만달러 선에 아예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문가 멘트도 인용했다. 비관적인 기사 논조를 유지 했다. 전문가 입을 빌어 기자의 의견을 강하게 반영했다. 


달러화로 표기되는 국민소득의 지난해 감소분은 원·달러 환율이 1.2% 상승한 영향이 컸다. 원화 기준으로 하면 지난해 국민소득은 외려 0.2% 늘었다.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는 내용이다. 기자의 편벽한 관점만을 부각시킨 기사는 사실상 왜곡이다.    


반면, 동아일보는 ‘1분기 1.7% 성장···경제회복 탄력’, 서울신문은 ‘1분기 경제성장률 1.7%, 예상보다 빠른 경제 회복···빵빵한 통장들고 보복소비하나’, 매일경제는 ‘기저효과에 백신도 가세···제조·수출·고용 회복세 뚜렷’이란 제목으로 보도 했다. 앞에 언급한 두 신문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언론이 보도자료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보충취재를 통해 독자가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줘야한다. 비틀고 위장하는 보도로는 안 된다. 다른 관점을 빼고 보도하는 것은 왜곡이다. 논쟁적 사안에 대해 한쪽 전문가만을 인용하는 것은 위장이다. 왜곡과 위장은 정도 언론의 적이다. 경제기사마저 정치적 관점으로 오염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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