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이 19일 선친의 친일파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을 계기로 `과거사 정국'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우리당은 신 의장 사퇴로 과거사 전반에 대한 도덕적 우위를 확보했다고 판단, 정기국회 입법활동 등을 통해 친일반민족행위의 진상과 인권침해와 관련된 각종 과거사의 진실을 규명하는데 당력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과거사 진상규명 대상의 범주에 한국전 당시의 친북.용공활동 등을 포함하고,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인사로 조사위원을 구성하는 것을 전제로 조사특위를 구성할 수 있다는 신축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로써 국회내 과거사 특위구성 자체를 놓고 찬반으로 갈렸던 여야는 일단 특위 구성을 위한 협상테이블을 차리고, 특위의 조사대상 범위, 특위위원 인선 등을 논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접점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박 대표의 이날 조건부 특위구성 수용의사는 당내 비주류의 과거사 규명요구에 직면한 상태에서 국가정체성 공세를 이어가기 위한 정치공세적 측면도 없지 않아, 앞으로 특위구성을 위한 여야간 협상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열린우리당 김영춘, 한나라당 남경필 수석 원내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23일 임시국회 소집과 관련한 회담을 갖고, 국회내 과거사 특위 구성문제를 놓고 서로의 의중을 탐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기남 의장은 이날 영등포 당사에서 가진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앞으로 나는 친일반민족행위의 진상과 과거사의 진실을 밝히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민족정기를 바로세우기 위해 맹렬한 기세로 진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희선 의원은 박근혜 대표의 언급에 대해 "한나라당이 어떻게 과거사 특위구성에 반대하겠느냐. 제대로 가는 것"이라며 "친일청산이라는 시대적 과제는 누구를 제거하는게 아니라 용서를 구하고 화해하자는게 기본정신"이라고 말했다.
과거사진상규명 태스크포스 단장인 원혜영 의원은 친북.용공행위를 조사대상에 넣자는 박 대표의 제의와 관련, "과거사 특위를 각당에서 서로 극좌, 극우 인사들을 내보내 정쟁화한다는 것은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다"며 반대입장을 보였다.
박근혜 대표는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상임운영위에 참석, "국민 앞에 떳떳하고 중립적이고 전문지식이 있는 인사로 (조사위원이) 구성돼야 하며, 6.25 때 누가 침략을 지켜냈고 그 때 만행으로 누가 피해를 봤는 지 밝혀내야 한다"며 특위구성과 관련해 처음으로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다.
박 대표는 "과거 역사때문에 현재와 미래가 어렵다는 대통령과 여당의 시각에 결코 동의하지 않지만 이렇게 이야기가 나온 마당에 과거 역사적인 것을 다 짚어보고 어떤 것이 잘못됐는 지 교훈으로 삼자"고 말해 친북.용공을 포함한 포괄적 진상규명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