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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영금의 시선] 새치네

 

 

새치네는 이북의 함경도 방언으로 아주 작은 민물고기이다. 까나리처럼 작고 반짝이는 몸통을 가지고 있다. 다른 민물고기와 같이 그물에 잡혀도 유별나게 팔딱여서 새치네이다. 어떤 사람들은 새치네를 ‘쫑개’ 또는 ‘미꾸라지’라고도 한다. 제철에 나는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이것을 일컬어 보양식 ‘새치네 탕’이라 한다.

 

삼복이 시작되면 농촌에서는 작은 수로나 논밭의 물꼬에 된장을 밑밥으로 통발을 놓는다. 반나절이면 작은 것들이 오글오글 통발에 들어선다. 그물로 늪지나 강변에서 잡기도 한다. 7월에 잡는 새치네는 아주 작다. 가을이면 몸집도 커져서 내장을 갈라야 하지만 적기에 잡은 새치네는 이물질을 토하게 하고 그대로 요리한다. 생명력이 강한 이것이 소금을 치고 그릇의 뚜껑을 덮으면 세차게 뛰어올라 팔딱이는데 그 소리가 흡사 굵은 빗방울이 땅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만큼 요란하다. 튀어 나는 힘이 강해 뚜껑을 열고 마당으로 도주하는 것들도 있다.

 

새치네 탕의 묘미는 재료에 있다. 노란 금테가 있는 새치네가 맛있다. 논을 헤집고 다니는 붕어나 버들치도 잡히는데 작고 팔딱이는 것들이 많아야 국물 맛이 제대로 난다. 7월이면 햇감자도 있고 호박도 먹기 좋게 자란 때이다. 고추도 쑥갓도 한창이다. 무엇보다 새치네에서 나오는 육즙이 국물의 맛을 낸다. 여기에 입안을 즐겁게 하는 향까지 더해지는데 그것이 함경도 사람들이 즐겨먹는 내기라는 풀 때문이다. 황해도 지역에서는 고수라는 향채를 사용하는데 함경도 사람들은 내기라는 풀을 사용한다.

 

함경도에서 사용한 내기가 연변까지 전파되어 지금은 중국 조선족들도 새치네 탕에 내기 넣는 것을 즐긴다. 연변에서 먹는 새치네 탕은 함경도 지역에 것과 조금 다르다. 향이 더욱 진하고 호박이나 고추보다는 향신료와 재료가 더 많이 들어간다. 함경도 고향에서 먹었던 새치네 탕이 민물고기에서 나오는 맛을 살린 것이라면 연변에서의 새치네 탕은 향료의 맛이 더 깊다.

 

새치네 탕은 허한 몸에 기력을 보충하기 위한 보양식으로 서민들이 즐겨 먹는다. 구수하고 입안을 즐겁게 하는 내기 향의 맛을 고향 사람들은 좋아한다. 유별나게 팔딱이는 덕분에 사람들은 한여름의 새치네 탕으로 삼복더위를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여러 종류의 민물고기와 잡혀 이름도 모호한 새치네 탕은 보리고개를 넘긴 농부의 입맛을 살린다. 직장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계곡을 찾아 그물로 잡은 작은 물고기는 동료의 단합을 위한 어죽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수고로이 얻은 새치네 탕으로 술 한 잔이 오가고 세상사의 고통이 식탁에서 녹아내린다.

 

세차게 팔딱이는 새치네가 뚜껑을 제치고 도주하여 마당에서 뒹굴자 어쩔 줄 몰라하던 언니 모습이 떠오른다. 살아있는 새치네에 소금을 넣고 문질러 손질해야 하는데 근심 가득히 못한다던 순한 언니는 이제는 생사조차 확인할 길 없다. 새치네 탕을 만들어 입덧을 하는 사람의 입맛을 살려주었던 두만강 건너 사람들이 그립다. 코로나19로 더욱 어려운 북녘 고향사람들이 새치네 탕으로 기력을 보충하고 잘 살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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