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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범의 미디어비평] 대선보도는 경마 중계가 아니다


내년 3월 9일 치러질 20대 대통령 선거가 7개월 여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들의 각축 만큼 언론의 보도 열기도 뜨겁다. 여론조사 보도는 선거보도의 핵심이다. 선거-여론조사-언론은 삼각동맹을 구축한다.  


정치 여론조사는 단순하지만 순위가 보도되면 최고의 클릭수를 기록한다. 언론의 효자상품이다. 거의 모든 언론사가 보도경쟁에 뛰어든다. 유명 연예인의 스캔들 보도를 방불한다. 여론조사를 의뢰한 언론사와 여론조사기관 입장에서는 최고의 홍보효과를 얻는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 보면 걱정이다. 언론사는 경영이 어렵고, 여론조사기관은 조사원이 투입되지 않는 기계음을 활용한 ARS 조사기법이 개발돼 저비용 조사가 가능해졌다. 언론사가 의뢰하는 ARS를 통한 지지율 조사는 3-400만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일부 조사회사는 유명 언론사를 상대로 무료 조사까지 제안하는 현실이다. 유명 언론사와 손을 잡은 조사회사는 정치여론조사를 기업컨설팅 등 다른 수익사업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한다. 언론사와 여론조사 회사가 ‘누이좋고 매부 좋은’ 공생관계가 형성된다.   


지난 7월 13일 머니투데이는 윤석열 캠프에서 제기한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는 자사 입장문 냈다. 이에 앞서 윤석열 캠프에서는 머니투데이가 PNR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해온 여론조사가 '특정후보 측과 그 지지자들이 윤석열에 크게 뒤지는 여론조사 결과가 계속되자, 머니투데이와 PNR리서치 측에 강력 항의하였고, 머니투데이 측이 대선 지지율 여론조사를 갑자기 중단시켰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이해득실을 떠나 해당 언론사에겐 모욕적인 발언이었다. 머니투데이는 "당사자 입장과 무관한 이 같은 억측과 이를 빌미로 상호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행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며 "정치권의 진영 싸움에 언론을 끌어들이는 행태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여론조사가 선거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어느 언론도 이 문제를 검증하지 않았다. 윤석열 캠프측이 제기한 의혹의 사실여부, ARS조사가 갖는 구조적 맹점을 파헤쳐야 했다. 한국의 어느 언론사가 특정 캠프가 무서워 조사를 중단하겠는가. 당연히 ARS조사의 결함을 언론이 공론화했어야 했다. 


대선은 어떤 선거보다 지루할 정도의 검증 과정을 거친다. 후보들이 앞으로 5년 동안 대한민국호를 어떻게 이끌 것이가를 묻고, 그 답변의 구체성과 논리적 정합성을 따져야 한다. 후보를 공부하게 하는 건 언론의 몫이다. 그러나 이런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로지 누가 앞선다’. ‘누가 치고 나갈 것이다’에만 혈안이다. 그야말로 경마 중계 수준이다. 이런 보도를 질타하는 목소리는 국민의 직접 투표로 대통령을 뽑은 1987년 대통령 선거때도 있었다. 한 세대가 지난 지금은 개선이 되었을까? 아니다. 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주식이나 야구처럼 데이터만 주어지면 로봇이 기사쓰기를 대행하는 시대다. 정치여론조사도 로봇이 대행하는 시대가 됐다. 이래서는 안된다. 로봇에 맡기기엔 너무나 중요한 대선이다.기술이 발전하면 편해지고 효율적인 것같지만, 그 기술의 허점을 보완할 사람이 없으면 부메랑이 돼서 돌아온다. 미국은 이런 조사는 조사로 인정하지 않는다. CNN방송은 로봇이 한 조사는 보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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