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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명과암] “도시재생은 엉망…재건축‧재개발 포함해야”

-정부 정책은 ‘보존 중심’…사전 준비‧공감대 부족 지적
-전문가 “보전할 곳은 보전하고, 개발할 곳은 개발해야”
-“문화적 가치 높은 곳은 제외…낙후 마을 재개발 필요”

 

신도시 개발로 상대적으로 낙후한 구도심에 활기를 불어 넣는 도시재생 사업은 관 주도(官主導)로 추진된다. 구도심 모습을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리모델링을 통해 도심간 균형 발전을 도모한다는 긍정적 반응이 있는 반면, 보여주기식 사업으로 세금을 낭비한다는 등의 지적과 불만도 넘쳐난다. 경기신문은 ‘도시재생 명과암’을 통해 도시재생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관주도 주거환경 개선 집중…사업 완료 뒤 관리는 주민 몫
②상권 활성화‧주거환경 개선 vs 재개발로 새롭게 탈바꿈해야
③뉴타운 갈등‧반목 재연?…아파트 값 상승, 재개발 인식 변화
<끝>


정부의 ‘보존 위주’ 도시재생 사업에 대해 전문가 대부분은 부정적이다. 도시재생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좁게 해석하고, 너무 단순한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도시재생 안에는 보존‧관리를 비롯해 재개발도 포함되어 있는데 재개발은 무시하고 기존 것을 가능한 최대한 보존해야 한다는 인식만 심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사람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대한민국은 건설 중심으로 가고 있고, 관주도로 추진되다 보니 성과 위주의 사업으로 구성돼 주민 체감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도시재생 사업은 뉴타운‧재개발 추진으로 발생한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쇠퇴한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보존과 개발을 놓고 주민 갈등이 재현되고 있다.

 

 

◇좁은 골목, 넘치는 쓰레기…공시 가격도 하락

 

22일 오전 군포시 당동의 한 주택가. 역전시장을 가려는 사람과 차들로 북적였고, 주택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좁은 골목으로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주민들은 통행에 불편을 겪었다. 

 

집 앞에 버려진 음식물쓰레기에서는 악취가 진동했고, 거리에는 ‘토요일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면 일요일엔 개판 됩니다. 내 집 앞이 아니라고 막 버리지 말아달라’는 플랜카드가 걸렸다.

 

당동은 2020년 도시재생 뉴딜사업 공모에 선정된 곳이다. 국‧도비 등 총 108억원을 확보했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재생이 아닌 개발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40년 가까이 되는 건물들을 재생으로 손을 대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래된 집을 아무리 수리해도 겨울이면 벽을 뚫고 찬바람이 스며들고, 좁은 골목에 주차된 차량은 밤마다 주차전쟁을 불러온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공시가격도 하락해 재산 가치도 떨어졌다.

 

군포시 당동에 거주하는 박모(64)씨는 “동네만 둘러봐도 낙후된 곳이라고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며 “주민들은 세금 한 푼 덜 내고, 겉만 번지르한 재생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구도심을 새롭게 정비하지 않으면 슬럼화 될 수밖에 없고, 점차 낙후돼 떠나고 싶은 도시가 될 뿐”이라며 “제대로 된 계획을 세워 재산 가치를 올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비판의 대안 도시재생?…낡은 건물은 그대로, 다시 늙는 도시

 

과거 뉴타운‧재개발 정책은 원주민 내쫓고 돈 많은 사람을 위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도시개발을 통해 원주민이 아파트로 들어가려면 1~2억원의 분담금을 내야했고, 여유자금과 소득이 없는 고령층의 경우 분담금을 내지 못해 입주권을 팔고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났다.

 

이 같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재생 사업이 도입됐다. 당시 원주민 정착률을 높이는 좋은 정책으로 보였다. 도로를 정비하고 벽화를 그려 경관을 개선하고 주민커뮤니티센터를 건립해 부족한 인프라도 채워 넣었다.

 

그러나 오래된 건물은 그대로다. 낡은 배관을 통해 녹물은 줄줄 흘르고, 갈라지고 부서진 담벼락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태다. 세월이 흐르면 벽화는 색이 바래고, 도로는 갈려져 도시는 다시 늙어간다. 

 

지역 환경 개선 효과도 미비해 무조건적인 보전이 아닌 지역 사정에 따라 재개발도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주거 생활이 중요한 지역의 주거환경이 낙후돼 있다면 도시 전체를 재생시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리모델링이 적합한 지역이 있고, 재건축이 적합한 지역이 있는데 사실 다 필요한 내용”이라며 “재건축을 반대하는데 억지로 하는 것은 잘못이지만 재건축을 하겠다는 곳을 억지로 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도 “필요한 것은 교체를 해야 하고 선택적이어야 한다”면서 “원형을 보존해서 재생을 가져가야 할 곳은 그렇게 하고, 그게 아니라면 도시 전체 경쟁력 상승을 위해 노후지역의 재개발을 빨리 추진해야 도시가 재생된다”고 강조했다.

 

◇도시재생‧재개발 주체는 주민…오산 궐동 ‘사회적 주택’ 추진
 
전문가들은 보전에 치우쳤던 도시재생사업이 개발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으로 추진된다면 실질적 주거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원주민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 대책은 마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재개발을 통한 도시재생의 주체는 곧 주민이기 때문이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을 맡는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고령층은 지역 공동체가 무너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나이가 들면 계속 지역에서 살고 싶고 기존 지역 계속 유지하고 싶은 욕구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재개발을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사가 번거로운 것”이라며 “그렇다고 재개발을 하지 않으면 도시는 더 낙후될 수밖에 없다. 재개발을 통한 노인들을 위한 마을을 따로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뉴타운‧재개발이 두 차례 무산되며 도시재생 대상지로 선정된 오산 궐동의 경우 지난 3월 민간주택협동조합이 설립됐다.

 

도시재생 찬반 의견이 첨예하지만 궐동 500가구 중 54%인 270가구가 재개발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무산된 도시개발로 주민들은 지쳐 있지만 인식은 예전과 많이 다르다.

 

주변으로 아파트가 들어서고 최근 몇 년간 아파트 값이 상승하면서 궐동은 인근 지역에 비해 재산가치가 하락했다.

 

궐동에 거주하는 남노(65)씨는 “재생사업은 마을만의 특색이 있어야 하는데 궐동은 특색이 없다”면서 “원주민이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재개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주택협동조합이 추진하는 궐동 재개발은 ‘사회적 주택’이다.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단지를 조성해 그동안 비판을 받아온 분담금 문제를 해결하는 모델이다.

 

임대주택 운영‧관리는 조합이 담당하며 토지주는 조합원인 동시에 임차인 자격을 얻어 10년간 거주할 수 있다. 임대기간이 끝나면 주택을 분양을 받을 수도 있는데 분양가는 10년 전 시세로 우선 분양된다. 

 

민간‧공공임대주택이 경우 주변 시세 보다 20% 정도 싸게 분양가를 책정하는 것과 비교하면 주민들의 부담이 많이 줄어든다. 또 세입자의 경우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지 않고 임대주택에서 거주할 수 있다. 원주민을 내쫓는다는 비판도 해결하는 셈이다.

 

궐동 민간주택협동조합 관계자는 “궐동은 도시재생 보다 재개발이 훨씬 유리한 지역”이라며 “일반 분양이 아닌 민간임대로 접근해 되도록 많은 주민이 동네를 떠나지 않고 지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를 통해 내집 마련의 기회도 보장되고, 10년 분양가를 적용 받아 부담도 덜 수 있다”면서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지원 방안을 고심하며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고태현 기자‧김은혜 수습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