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현재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해양수산부를 12월 말까지 부산으로 이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국정기획위원회도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신속추진과제’로 채택했다. 별도의 법·제도 개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다가 더불어민주당도 해수부 이전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나섰다. 이로써 해수부 연내 이전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해수부와 부산시는 벌써 임시청사를 찾고 있다고 한다. 부산시는 지원 부서를 구성하는 등 해수부 이전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해수부 부산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북극항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부산을 전초기지로 삼아야 하며 이 사업을 전체적으로 견인할 해수부 역시 부산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해운 회사인 HMM의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시키겠다는 공약도 발표했다.
북극항로가 해양강국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상승으로 영구결빙 상태였던 북극 해빙(海氷)이 급속하게 녹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20년대 후반~2030년대부터는 늦여름마다 북극해 해빙이 녹아 주요 항로가 완전히 열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렇게 개발된 북극항로는 유럽과 아시아 간 운송 시간을 최대 절반가량 줄일 수 있다. 부산항에서 수에즈운하를 통과해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까지 가려면 약 2만2000㎞나 되는 바닷길을 가야한다. 그런데 북극항로를 이용하게 되면 1만3000∼1만5000㎞로 줄어든다. 거리가 약 30∼40%나 단축되는 것이다. 따라서 운송 기간은 최대 절반, 10일 이상 단축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우리나라 역시 북극항로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13년 해수부는 ‘북극 종합정책 추진 계획’에 이어 2018년엔 ‘북극활동 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북극항로 개발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 북극항로가 열리게 되면 부산은 동북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거점 항만이 되어 가장 큰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극항로는 단순히 새로운 항로가 아닌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는 말도 지나친 것은 아닐 것이다. 이미 해수부는 북극항로 개발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북극항로 상업화와 관련 산업 발전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부산시는 당연히 ‘해수부 부산 이전’과 ‘북극항로 개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로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1일 “새 정부는 앞으로 부산을 해양 강국의 중심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고, 부산시도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수부 이전 문제는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야당인 국민의힘 부산지역 의원들도 반대의 목소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동구·영도구·강서구·중구·남구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자신의 지역이 최적지라며 적극적으로 유치전에 뛰어 들었다.
그런데 현재 해수부가 있는 충청권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충청권 주민들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해수부 부산 이전을 반대한다며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김태흠 충남지사 등 국민의힘 소속 충청권 광역단체장들도 해수부 부산 이전 방침에 반대 뜻을 밝혔다.
국민의힘 인천시의원들도 지난 30일 정부에 해수부 부산 이전 즉각 철회와 인천 이전을 강력히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관련기사: 경기신문 1일자 14면, ‘국힘 시의원들 “해수부 부산 이전 즉각 철회해야”’) 인천항은 지난해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며, 인천항, 인천국제공항, 경인 산업벨트를 포함한 핵심 물류 기반을 갖추고 있는데다 평택 삼성전자, 이천 SK하이닉스, 파수 LG디스플레이 등 첨단 제조업체들의 수출입 관문으로 연결돼 해수부 입지로 최적이라는 주장이다.
충청권이나 인천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정부는 전체적인 안목으로 해수부 이전문제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