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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인마을에 드리워진 ‘국정농단세력’의 검은 그림자

 

경기신문과 열린공감tv 연대 취재진은 지난 2009년 내곡동 헌인마을 도시재개발사업 허가 후 벌어졌던 사건들의 취재과정에서 그 배후에 삼부토건과 박근혜 국정농단세력의 그림자를 발견했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위치한 헌인마을 도시개발 사업은 영세 가구공장과 무허가 판자촌을 가구당 50억 원이 넘는 고급 빌라촌으로 개발한다는 취지의 사업으로, 2006년 정체를 알 수 없는 외부세력들이 개입되면서 살인과 방화, 테러 등 무법천지의 폐허로 변한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는 동안 헌인마을은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이명박, 박근혜정권의 비호아래 개발업자들이 저지른 불법 PF대출, 살인교사, 방화교사, 수백억 원에 달하는 세금 탈루 등 헤아릴 수 없는 범죄행위가 일어났지만 검찰은 이상하게 조용했다.

 

여기에 각종 불법과 탈법으로부터 주민들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서울시와 서초구청 역시 제 역할은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아르웬(시행사)에 제공된 우리은행과 삼부토건의 특혜

 

원주민들의 안정적 주거정착을 위해 시작된 헌인마을 재개발사업은 2006년 ‘우리강남PFV’라는 외부 시행사가 만들어지면서 본래의 사업취지가 투기적 목적으로 변질된다.

 

아르웬이라는 회사가 주도해서 설립한 ‘우리강남PFV’에 황영기 우리은행 행장은 수천 억의 대출을 약속했으며, 삼부토건 조남욱 회장은 아르웬의 지분 25%를 사들이는데 무려 165억 원을 투입하고 채무보증까지 했다.

 

우리은행과 삼부토건의 투자로 사업을 재개한 아르웬은 토지매입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살인미수와 방화까지 저지르며 헌인마을을 무법천지로 몰아넣었으며 이 과정에서 원주민들은 아르웬의 배경에 육영재단을 강탈한 박근혜·최순실 세력이 버티고 있음을 감지한다.

 

2006년 2월 24일 헌인마을의 원주민들로 구성된 헌인도시개발사업추진위원회(새추위)와 아르웬이 토지매입을 위한 약정을 체결할 당시에도 아르웬은 자본금이 5000만 원에 불과한 페이퍼컴퍼니였기에 주민들은 반신반의하며 계약을 체결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계약 일주일 뒤 우리은행과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들이 새추위 임원들을 만나 3월 24일까지 약속된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자금조달확약서를 제출하자 주민들도 아르웬의 자금능력을 인정하게 된다.

 

실제 사업약정서에는 우리은행과 우리투자증권이 사업부지의 매매대금 및 초기 필수적인 사업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자금을 조달한다고 돼 있고 조달금액은 3800억 원으로 기재돼 있다.

 

아르원에 대한 특혜는 이뿐만이 아니다. 시공사로 참여한 삼부토건과 동양종합건설이 아르웬을 위해 각각 50대 50으로 채무보증까지 서 줬기 때문에 아르웬은 채무상환에 대한 별다른 책임 없이 3800억 원의 자금을 빌리게 된다.

 

아르웬은 이렇게 빌린 돈으로 자본금 50억 규모의 우리강남PFV라는 사업시행사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삼부토건과 동양종합건설은 25.5%씩 우리강남PFV의 지분을 받는 조건으로 165억씩 총 330억 원을 권리금으로 지급한다.

 

다시 말해 아르웬은 자기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사업을 시작하면서 분양도 하기 전에 우리강남PFV의 지분을 팔아 330억 원의 이익을 챙기게 된 셈이다.

 

 

연대 취재진의 강진구 기자는 “보통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는 경우 수익률이 아무리 좋아도 10%를 넘기기 어렵다”면서 “ 3800억 원짜리 사업이라면 대략 예상수익은 300억 원 정도인데 오히려 삼부토건과 동양종합건설은 사업 참여의 댓가인 권리금으로 330억 원을 지급했으니 사업시작도 하기 전에 대부분의 수익을 아르웬에 헌납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2006년 3월 23일 사업약정서에 따라 대출약정이 체결되고 4월7일 동양종합건설의 사업참여 결정에 이어 4월 11일 삼부토건 이사회에서도 채무보증 및 투자승인 결정이 이뤄짐에 따라 헌인마을 재개발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이들의 사업계획이 원주민들을 정착촌에서 몰아내는 것을 전제로 투기적 이익을 부풀리는데 있음을 눈치 챈 일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치면서 사업은 난항을 겪게 된다.

 

당초 아르웬과 우리은행은 아르웬이 사업부지 내 토지 소유자의 3분의 2 이상, 토지 면적의 3분의 2 이상과 매매계약을 체결할 경우 45일 이내 부동산매매대금의 총액 90%를 계약금으로 지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주민들의 동의 반대로 토지매입 실적이 저조해 약정조건을 갖추지 못하자 이들은 대출요건을 완화하려는 시도를 한다. 2006년 6월 2일 아르웬은 토지처분에 동의한 주민들로 구성된 새추위에서 회의를 열어 자금집행에 필요한 토지소유자 동의 요건을 종전 3분 2 이상에서 2분 1 이상으로 완화하지만 이마저도 충족시키지 못하자 토지매입에 동의한 주민 2명이 소유한 2필지를 잘게 쪼개 아르웬과 삼부토건 등의 시행사 직원 33명이 매입하게 하는 편법을 사용한다.

 

 

당시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보면 권모 씨가 소유한 50 평방미터 땅 1필지를 22명에게 팔아 2006년 7월 6일 각각 22분의 1씩 공유 지분 등기를 한 것이 드러났다. 또한 이런 식으로 손모 씨가 소유한 27 평방미터짜리 땅 1필지도 잘게 쪼개져 10명에게 넘어간 정황이 발견됐다.

 

문재는 우리은행이 등기부등본만 떼보면 알 수 있는 이 같은 꼼수에도 불구, 7월 6일 쪼개기 계약에 따른 등기가 완료되자 바로 당일 대출약정을 체결하고 그로부터 7일 뒤 우리강남 PFV에 3900억 원을 대출해 줬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이모 씨는 “우리마을 사업에는 한센인대책협의회(한빛복지회)와 육영재단이 연루돼 있어 깡패들이 와서 설치고 다녔다”면서 “돈도 없는 황씨는 계약금으로 100억을 받고나서 차도 외제차로 바꿨으며 조금이라도 입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은 명예훼손으로 경찰서에 불려갔다”고 증언했다.

 

실제 삼부토건에서 계약금조로 100억이 지급되고 난 후에는 깡패들이 동원돼 토지매입에 반대하는 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온갖 폭력과 협박이 자행된다.

 

 

헌인마을 주민 이모 씨는 또 “한센인 대책협의회에서 나와 원주민들을 협박했으며 이들의 행동에 조금이라고 반대하면 경찰이나 경찰에 바로 연행이 됐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한편 19대 국회 국토교통위에서 헌인마을 사업의 문제점을 끈질기게 파헤쳤던 황희 민주당 국회의원의 전 보좌관인 김순구 씨는 2006년 추석 무렵 최순실 씨 남편 정윤회의 친척으로 알려진 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 사람의 이름은 ‘정용희’로 박근혜 동생 박지만 EG그룹 회장의 비서실장 명함을 가지고 다녔으며, 헌인마을 재개발사업 조감도로 보이는 문서를 들고 있었다고 한다. 이에 김순규 전 보좌관이 묻자 정용희 씨는 ‘우리 사업’이라고 답변한다.

 

박영수 국정농단 특검에서 아무런 사법처리를 받지 않고 홀로 살아남은 정윤회 씨가 어떤식으로든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대목이다.

 

연대 취재진의 강진구 기자는 “김 전 보좌관은 오랫동안 토목을 비롯해 건설정책과 관련된 사업을 진행하면서 그쪽 업계 사람들 중에 친분이 두터운 사람이 많았다”면서 “김순구 전 보좌관이랑 가까운 친분이 있는 사람 중에는 정윤회 씨 친적으로 알려진 정용희 씨 이외에도 삼부토건 조남욱 회장의 아들 조시연 씨도 등장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시연 씨는 작은 아버지인 조남원 이사와 삼부토건의 경영권을 놓고 상당한 갈등을 겪기도 했던 인물이다.

 

헌인마을 재개발사업은 우리은행과 삼부토건, 동양고속건설의 막대한 자금지원과 특혜대출에도 불구하고 토지매입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2009년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업허가에도 불구하고 꽤 오랫동안 표류하게 된다.

 

이로 인해 헌인마을 개발사업의 시행사인 우리강남PFV는 대출원금에 이자까지 합쳐 총 부채가 7000억 원에 달할 만큼 불어나게 되고 우리강남PFV를 위해 대출보증을 서준 삼부토건과 동양고속건설도 막대한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부도위기에 몰리게 된다.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바로 이 시점에 아르웬 대표인 황모 씨가 삼부토건의 조시연 씨에게 “100억만 주면 사업에서 빠지겠다”라는 제의를 했다는 점이다.

 

삼부토건을 부도위기로 몰아놓은 당사자가 거꾸로 삼부토건에 돈을 요구했다는 점에 미루어 볼 때 아르웬의 황 씨가 비밀 누설을 안 하는 조건으로 돈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황 씨가 삼부토건과 국정농단세력의 비밀스런 거래의 흑막을 알고 있지 않다면 헌인마을 사업 때문에 부도위기에 내몰린 삼부토건을 상대로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연대 취재진의 허경혜 작가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세력이 헌인마을 사업에 관여한 결정적인 증거는 이명박 정부를 거쳐 드디어 박근혜 국정농단세력이 정권을 잡으면서 드러나게 된다”면서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후 헌인마을 사업은 주민들 동의를 거쳐야 하는 종전의 ‘환지정리’방식에서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인 ‘뉴스테이’ 사업으로 전환을 시도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뉴스테이’는 국토부에서 추진하는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으로, 뉴스테이 사업지구로 지정되면 인허가 절차가 단축되고 취득세·재산세·법인세 감면 등 각종 혜택이 부여된다.

 

허 작가는 또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수사과정에서 박근혜가 헌인마을 사업에 관여한 사실이 매우 구체적으로 드러난다”면서 “2016년 4월부터 7월 사이에 박근혜는 당시 안종범 경제수석을 통해 수차례에 걸쳐 헌인마을을 뉴스테이 사업지구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하도록 국토교통부에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2017년 국정농단 세력의 재판과정에서 우리강남PFV 대표인 황모 씨는 "최순실 씨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청탁해 내곡동 헌인마을을 국토교통부의 '뉴스테이' 사업지구로 지정받게 해 주겠다"면서 “개발업자로부터 50억 원을 받기로 약속하고 실제로 착수금조로 현금 3억 원을 수수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청와대까지 나서 국토부까지 무너뜨리는 데는 성공했으나 박원순 시장이 있던 서울시의 반대로 헌인마을의 뉴스테이 사업 전환은 제동이 걸린다. 그러자 당시 민주당 황희 의원 보좌관이었던 김 보좌관에게 정윤회 씨의 친척으로 알려진 정용희 씨가 다시 연락을 한다.

 

김순구 보좌관은 “정용희 씨가 영국의 회전관람차인 런던아이 같은 시설물을 서울시 랜드마크 관광시설로 설치하는 것을 서울시에 제안하기 위해 나를 찾아왔다”면서 “그러나 박원순 시장과 구체적인 미팅을 앞 둔 이틀 전에 갑자기 연락이 두절됐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정용희 씨는 박시장과 미팅을 이틀 앞두고 연락두절이 된 이후 지금까지 실종상태로 있으며 자신의 주변에서 의문의 사망사건이 발생하자 다음 차례는 자신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이에 대해 김순구 보좌관은 “면담 이틀 전부터 연락이 되지 않다가 1년 정도 지나 경찰로부터 정용희가 실종됐다는 연락을 받고 조사를 받았다”면서 “경찰로부터 정용희가 동해에서 승용차에 ‘나를 찾지 마라’는 메모를 남기고 사라졌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답변했다.

 

연대 취재진의 강진구 기자는 “정용희 씨의 사망여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으며 다만 김 전 보좌관은 그가 살아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있다”면서 “정씨가 입마개를 한 반려견의 사진을 자신의 카톡에 올린 것은 국정농단세력들에게 ‘제발 입을 꾹 다물고 있을테니 목숨만은 살려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진단했다.

 

[ 경기신문 = 심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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