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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 저작권 인정 첫 판결] ②지적 창조물, 종교적 신앙 기준 판단 아니다

지난 6월 3일 대법원 상고기각, 종교화(불화) 작가 창작성 처음으로 인정
경기무형문화재 제28호 단청장 이수자, 도야 김현자 선생의 ‘문수보살36 화현도’
대법원, ‘성경(성서)’에 대해 저작물성 인정... 저작권법으로 보호

 

최근 종교화(불화) 작가의 창작성을 인정하는 저작권 관련 승소 판결이 처음으로 확정, 업계에 만연돼 있는 ‘베끼기’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무형문화재 제28호 단청장 이수자인 도야 김현자 선생이 작품 ‘문수보살36 화현도’에 대한 저작권법위반 소송을 제기, 지난 6월 3일 대법원이 상고기각 판결을 내리면서 장장 4년 9개월 만에 그 권리를 확정 받았기 때문이다.

 

김 선생이 소송을 제기할 당시 상대측에서는 ▲종교적 목적으로 제작된 불화는 애초부터 예술의 범위에 속하지 않으므로 저작권법의 규율 대상이 되지 않는다 ▲고소인의 그림에는 저작권 침해의 기초가 되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부분이 없다 ▲(두 그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없고, 저작물성을 침해하려는 고의도 없었다는 등의 주장을 내세웠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을 달랐다. 먼저 종교화(불화)는 저작물이 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인간의 지적 창조물이 ‘법으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는 종교적 신앙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입법자를 통해 제정한 저작권법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종교적 내용을 담고 있는 그림 등을 저작물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를 다른 일반 저작물과 다르게 볼 근거도 전혀 없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대법원은 그림보다 더 직접적이고 강력하게 종교 교리를 전승하고, 신앙 전파의 수단이 되며, 종교적 저작물의 핵심이자 시원(始原)이라 할 수 있는 ‘성경(성서)’에 대해 저작물성을 인정하고 저작권법으로 보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1961년판 성경과 1952년판 성경을 둘러싼, 1994년 8월 12일 대법원 판결에 관한 것으로, 당시 재판부는 1961년판이 1952년판 성경과 동일한 것이라 보기 어렵고, 별개로 저작권 보호대상이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또한, 판례는 종교 예배의 집전 장면을 촬영한 사진 역시 저작물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한국저작권위원회에 ‘고려불화 비로자나불도’, ‘고려불화 아미타불도’, ‘보리달마 불화’, ‘천수관음보살’ 등 많은 불교 회화들이 미술저작물로 등록돼 있고, 고소인(김 선생)의 그림도 2016년 12월 1일 이미 미술저작물로 등록돼 있음을 판결 이유로 들었다.

 

결론적으로, 김 선생의 그림에 대해 저작권법이 규율하고 있는 저작물성 충족 여부를 검토한 결과, ‘전통 불화는 통상적으로 종교화로서 종교성을 띤 전통 문화유산에 해당하고, 장엄과 예배의 대상에 해당할 뿐 순수한 예술에 속하는 창작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은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즉, 종교화에도 개인의 창작성이 발현된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못 박은 것이다. 

 

이와 함께 동일한 그림이 어디에, 어떠한 목적으로 존재하느냐에 따라 창작성 여부가 달라진다고 하는 진술 역시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림이 개인의 집에 있으면 저작물이고, 사찰에 있으면 저작물이 아니라는 방식의 해석은 잘못됐다는 것으로, 저작권법은 그림의 존재 장소나 존재 목적에 따라 저작물성 인정 여부나 보호 정도를 달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현자 선생은 한 유명 사찰에서 창건설화를 그려달라는 의뢰를 받고 1년 6개월여에 걸친 각고의 노력 끝에 작품을 완성, 다른 절에서 매우 유사한 작품을 보고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었다.

 

[ 경기신문 = 강경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