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 온라인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걸음마를 뗀 국내 리걸테크(법률+IT 접목) 산업이 위기를 맞은 모습이다.
새로운 형태의 법률서비스 출현에 따른 갈등 심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상황을 악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이제야 사태 파악 나선 법무부…플랫폼 갈등 해결될까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최근 로톡의 변호사 광고서비스 현황 파악을 위해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에 질의서를 보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3일 "로톡 측에 점검과 개선을 강구할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한 지시에 따른 것이다.
법무부와 변협 측 입장을 토대로 작성된 질의서에는 허위·과장 광고 방지 장치 마련 여부 등 로톡 서비스의 공공성과 관련된 5가지 질문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변협과 로톡 간 갈등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법무부의 중재 노력으로 해석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질의 내용이 실태파악 수준인 데다 갈등 원인으로 꼽히는 로톡 광고의 불법성 논란과는 거리가 있어 중재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변협은 월정액을 받고 변호사 광고를 실어주는 로톡 서비스가 변호사법상 금지된 '사무장의 중개 영업'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는 로톡이 변호사 광고 업무를 할 뿐 대가를 받고 특정 변호사를 연결해주는 중개 서비스와 달라 불법이 아니라며 맞서고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관련 정보가 집중된 로톡을 통해 소비자가 변호사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광고'와 '중개'의 구분이 모호해 불법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법무법인 이공의 양홍석 변호사는 "로톡은 불법적 비즈니스 모델을 강행했던 렌트 서비스 '타다'와 닮은 꼴"이라며 "로톡의 비즈니스 모델은 현행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변협은 사실상 플랫폼 이용을 차단한 광고 규정을 근거로 지난 5일 변호사 1천900여명에 대한 징계 조사에 착수했다. 로앤컴퍼니는 징계를 받은 변호사에 대한 행정소송 지원 방침을 밝힌 상태다.
◇ 로톡-변호사 단체 6년째 갈등…법무부는 '뒷짐'
로톡과 변협 간 갈등은 2015년 3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로앤컴퍼니를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2014년 2월 로톡이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여만이다.
이후 6년간 추가 고발 등 갈등이 계속됐음에도 법무부는 관리·감독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법률서비스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만큼 정부가 공공성 확보를 위해 플랫폼 산업에 대한 관리·감독 방안을 고민하고 선제적으로 갈등 해소에 나섰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독일기업의 배달 플랫폼 '배달의 민족' 인수 이후 플랫폼 사업의 해외자본 종속 가능성과 서비스 비용 인상 등의 우려가 커졌다는 점에서도 정부 대응이 한발 늦었다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로톡의 광고 서비스는 불법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해왔고 플랫폼 산업의 안착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는 해왔다"며 "최근 상황이 심각해졌고 변협 측이 허위 광고 문제도 제기해 상황 파악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재 성격이 강한 리걸테크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정부의 관심과 협력은 필수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6년 발간한 '리걸테크 산업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리걸테크 산업의 첫 번째 발전 과제로 '공공부문의 선도적 투자 확대'를 꼽았다.
정부와 사법부는 전자소송, 판결문 공개 확대 등 차세대 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리걸테크 산업 차원의 협력 논의는 부족한 상황이다.
로톡 관계자는 "사기업이 먼저 법무부 측에 협의를 건의하기는 어렵다"며 "정부가 협의를 요청하면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