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곳은 일제 강점기 아픔과 눈물의 장소였습니다. 그러나 광복과 함께 꿈과 희망의 공간이 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임기 내 마지막 광복절 경축식 장소로 옛 서울역사인 문화역서울284를 택했다.
아픈 역사를 딛고 세계 선도국으로 나아가는 '꿈'을 꾸자는 메시지를 전달할 장소로 이곳이 제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 마지막 광복절은 옛 서울역사에서…격동의 근현대사 겪은 곳
문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에는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이듬해인 2018년에는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경축식을 열었다.
특히 2019년에는 일본 수출규제 직후라는 점 등이 작용하며 천안 독립기념관이 광복절 경축식 장소로 낙점됐고, 지난해에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행사장으로 쓰였다.
올해는 행사 무대를 문화역서울284로 옮겼다.
문 대통령은 "우리 땅에서 생산된 물자들이 수탈돼 이곳에서 실려갔다. 학도병들과 가족들이 이곳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떠올렸다.
이 곳은 1919년 3·1 운동 당시 최다 인원인 1만여명이 만세 운동을 벌인 곳이며, 같은 해 9월 독립운동가 강우규 의사가 제3대 조선총독 암살을 위해 폭탄 의거를 거행한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지난 2011년 복원된 뒤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되며 다양한 전시, 공연이 이뤄진다.
과거의 아픔과 문화 선도국을 향한 의지가 뒤섞인 공간이라는 점이 이번 장소 선정에 영향을 미친 셈이다.
◇ 홍범도부터 BTS까지…'꿈' 메시지 담았다
새로운 나라의 '꿈'을 꾸자는 생각은 이날 연설문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문 대통령은 우선 이날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한국에 도착한다고 소개하며 연설을 시작,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벌인 선열들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시 되새겼다.
연설 중에는 경제력이나 방위력이 세계 강국 수준으로 발돋움한 한국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선진국이 된 우리는 다시 꿈을 꾼다. 평화롭고 품격 있는 선진국이 되고 싶은 꿈이다. 국제사회에서 제 몫을 다하는 나라가 되고자 하는 꿈이다"라며 미래 국가 비전을 제시했다.
문화 영역에서의 성취를 각별히 언급한 점도 눈에 띄었다.
문 대통령은 "백범 김구 선생은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를 꿈꿨다. 오늘 우리 문화예술은 세계를 무대 그 소망을 이뤄내고 있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BTS), 영화 기생충, 배우 윤여정 등의 사례를 하나씩 열거하며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우리 민족의 저력"이라고 강조했다.
◇ 코로나로 행사장엔 20여명만…문대통령, 이준석과 첫 조우
'길이 보전하세'라는 제목으로 치러진 행사에 문 대통령은 검은색 정장, 김정숙 여사는 밝은색 두루마기 복장으로 참석했다.
문 대통령 부부는 '길이 보전하세'라는 문구가 새겨진 마스크를 낀 채 행사에 임했고 광복절 노래가 나올 때에는 태극기를 흔들기도 했다.
코로나19 4차 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지침에 따라 이날 광복절 경축식은 지난해보다 한층 축소된 상태에서 치러졌다.
행사장에는 문 대통령 부부를 포함해 20여명만이 자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처음 조우해 착석을 권했다.
청와대와 민주당, 국민의힘은 내달 정기국회 개막을 앞두고 현재 문 대통령과 민주당 송영길·이준석 대표가 한자리에 모이는 여야정 상설협의체 형태의 청와대 회동을 조율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