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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시흥시 정왕동 맛집 ‘황태낙지가’

 

 

황태낙지가는 1998년 ‘황태고향’이라는 음식점으로 영업을 시작해 23년 동안 한 자리를 지키며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 있다.

 

 

맛으로 먹고 정으로 즐기는 해장국 명소 ‘황태낙지가’. 시흥시 정왕동 시화공단 초입 51블럭 상업지역에 자리 잡은 황태낙지가에 들어서면 우선 새롭게 리모델링한 음식점 내부가 마치 고급 레스토랑에 온 듯하다.

 

황태낙지가의 주력 메뉴는 황태해장국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한때 숙취 해소를 위해 아침 황태해장국을 찾던 손님들이 줄었지만, 점심과 저녁시간에는 황태해장국과 황태구이, 낙지볶음을 찾는 손님들로 붐빈다.

 

이 집에서 23년 동안 주문 순위 1위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메뉴는 황태해장국. 밥 한 공기 넣어 휘휘 섞고 김치 한 조각 얹어 한 숟가락 뜨면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즐길 수 있다.

 

주방장이자 식당 주인인 이상환 대표가 사람들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시원함을 주는 황태해장국을 시작한 계기는 아픔이 동반했다.

 

원래 규모가 있던 자동차부품 공장을 운영하던 그에게 IMF 무렵, 연쇄 부도로 인해 그동안 이룬 꿈이 모래성처럼 무너진 것이다.

 

이 대표는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사업장 짐을 정리하다 떨어진 신문 한 장에 인생이 바뀌게 된다.

 

그의 눈에 하얀 눈밭에 매달린 황태덕장 사진 한 장이 밟혔다. 추운 겨울 동안 얼고 녹고를 반복하며 맛을 더해가는 황태의 변화 과정이 마치 자기 자신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한 다짐으로 현재도 음식점 벽면 한쪽에 황태덕장 사진을 걸어 놓았다.

 

“그래,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의 속을 달래주는 황태국처럼 황태로 다시 일어서보자” 지친 사람들의 하루와 끝을 함께하고자 했던 그의 가게는 진심이 통했는지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장사 초기에는 손님이 많아도 상을 치울 때 음식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을 보고 내가 음식을 잘 해서 먹으러 온 것이 아니라 이 동네에 황태 해장국집이 이 집밖에 없어서 온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음식 맛이 장사의 핵심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상환 대표는 손님들 반응에서 정답을 찾아 나갔다. 레시피를 바꿔가며 맛을 찾아가던 어느 순간 손님들 상에는 빈 뚝배기만 늘어가게 되면서 “음식의 스승은 손님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귀를 열고 지금의 맛을 완성시킨 이 대표는 또 다른 노력 끝에 붉은 양념 진득하게 밴 황태구이를 개발했다. 입안을 착착 감싸는 매콤함과 달콤함, 그 사이로 느껴지는 감칠맛까지, 빈틈없이 들어차는 황태구이에 밥 한 숟가락 같이 뜨면 맛의 절정에 달한다.

 

 

자극적이지 않으며 묵직한 단맛을 자랑하는 황태구이에는 채소와 과일 등을 섞은 양념장이 있다. 양념장의 비법은 이 대표의 어머니가 매일매일 오셔서 직접 만드신다고 한다. 과거 채소 농사를 크게 지으셨던 어머니가 매번 주셨던 당근이 황태 특유의 비린 맛을 잡아 준 핵심 비법으로 거듭났다고 귀뜸했다.

 

오늘도 지친 속을 달래기 위해 뜨겁고 시원한 해장국이 생각난다면 황태해장국을 추천한다. 매콤한 음식이 그립다면 비법 양념 진하게 머금은 황태를 숯불 석쇠에 구워 불향까지 더해진 황태구이와 진한 매콤함이 가득한 중독적인 맛의 낙지볶음을, 부드러운 낙지맛을 원한다면 간장낙지를 주문하면 탁월한 선택을 한 것이다.

 

특히 언제 와서 먹어도 정겹게 손님을 기억해주며 친절하게 대하는 황태낙지가 주방장 겸 사장 이상환 대표는 쉽게 찾을 수 있다. 

 

[ 경기신문 = 김원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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